리더가 된 소감

by 웅사이다

며칠 전에 팀에 3주년에 된 분이 있어서 축하하는 자리를 가졌다. 지나가는 말로 소감을 준비하라 했는데, 문서로 정리해 왔다. 같은 자리에서 팀원들이 리더 된 소감을 물어봤는데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왜인지 모르게 마음에 이게 걸렸다. 남한테 시키고 정작 나는 안 하는 모습이 별로라고 느껴졌다. 그래서 짧게라도 소감을 적어보려고 한다.


세상에는 여러 가지 일이 있고 나도 그중에 몇 가지를 경험해 봤다. 각각의 일은 고유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새로운 일을 할 기회가 오면 마다하지 않았다. 물 흐르듯이 살아가는 것이 지혜이고 하나의 일만을 고집하는 건 편견을 기르는 길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있다. 그 일들 중에 리더 일이 지금까지는 손에 잘 맞는 느낌이다. 손에 잘 맞는다는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덜 애써도 되는 느낌이라는 이야기다.


왜일까 생각을 해보면, 문제를 스스로 찾아내고 그걸 이뤄낼 때까지 이끌어가는 끈기와 다른 사람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한 명의 팀원이었을 때 이런 부분들은 분명 장점이었지만 날개를 달아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리더의 자리에서는 큰 장점이 되는 것 같았다. 나는 일할 때 그다지 부드러운 편은 아닌데, 기저에 깔린 애정 때문인지 팀원들과는 잘 지내는 것 같다. 나라는 맥락을 이해해 주는 주변 사람들 덕분에 리더라는 일이 손에 익었을지도 모른다.


또한 평소에 종교와 철학, 운동을 하며 갈고닦았던 정신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생각보다 리더가 되고 나니 (사실 한 도메인 전체를 이끄는 느낌이다) 처음 보는 상황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세상이 주는 압박감이 컸다. 또한 사람들을 신뢰한다는 게 어려워서 어디까지 마음을 줘야 하는지도 헷갈렸다. 정답 없는 상황에서 내가 스스로 중심을 잡아야 하는데, 그간 깊게 고민하고 명상하고 기도하고 수련했던 시간을 바탕으로 조금씩 중심을 잡아갔던 것 같다.


여기까지 오는데 여기서만 5년이 걸렸고, 수많은 허들을 넘어왔는데 앞으로 넘어야 할 허들이 더 많을 것 같다는 생각에 숨이 턱 막히기도 한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내 한 몸 제대로 살도록 하는 것도 어려운데, 누군가를 이끈다는 것은 참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간접 부모체험 같기도 해서 팀원들이 헤매거나 넘어지거나 힘들어하면 손이 자동으로 나가다가 스스로 성장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눈을 질끈 감기도 한다.


어떤 자리에 오르는 것을 인생의 목표에 둔 적은 없어서 생각보다 담담하긴 하다. 처음 리더를 하겠다고 상위 리더에게 이야기할 때 “내 역량에 비해 낮은 자율성을 가지는 게 싫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더 높은 자율성을 가져보니 책임이 더 커져서 오히려 더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역량과 자율성을 저울질하는 사고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크게 도움은 안 되는 듯하다.


이전에는 혼자 했던 일을 10명이서 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저 감격스러울 때가 많다. 리더가 되었다는 사실보다 나와 같은 방향을 보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사실이 마음에 많이 와닿는다. 대신 이전에 친했던 동료들과는 자연스럽게 멀어졌고, 서비스나 사용자에 대한 생각들도 자연스럽게 덜 하게 되었다. 자연스러운 멀어짐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가는 것 같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하고 억지 부려보기도 했지만, 인간적으로 성장한다는 것은 하나 더 수용할 줄 알게 되었다는 뜻인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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