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이라는 가치관

by 웅사이다

1분 1초의 가치는 커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오래 걸리는 것은 잘 안 하게 된다. 무엇인가를 오랫동안 계획하고 준비하는 것은 바보같이 느껴진다. 그 시간에 행동해야지! 세상을 더 경험해야지! 더 빠르게 움직여서 기회를 잡아야지! 더 많은 것을 배워야지! 이렇게 보는 세상은 숫자로 환산된다. 정해진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행동을 했는지, 얼마나 많은 경험을 했는지, 얼마나 많은 기회를 잡았는지. '얼마나 많은'의 세상에서는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죄에 해당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오늘도 그 세상에서 죄를 지으며 살고 있다.


죄를 짓는다는 것은 나쁜 것으로 인식된다. 죄를 지으면 벌을 받아야 하고, 벌을 받는자는 죄인이 된다. 죄인은 고개를 들지 못하고, 속죄를 하며 살아야한다. '얼마나 많은' 세계에서 나는 오랫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고 속죄를 하며 살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세계에서 살아가는 법을 나름 배웠다. 감시자들이 나를 지켜볼 때는 더 많은 것을 빠르게 하고, 지켜보지 않을 때는 남몰래 죄를 짓는 방식이다. 외부에서 볼 때는 아주 많은 것을 하고 사는 사람으로 자신을 포장하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세상에서 박수를 받게 되는 어느 날 집에 돌아왔을 때 나는 무의미함을 느꼈다. 포장된 모습으로 박수를 받는다니. 내 진짜 모습을 감시자들에게 보여주면 결국 나는 고개를 들지 못할텐데.


여지껏 그 감시자는 내 외부에 있는 줄 알았는데, 세상과 나를 단절시키고 나니 감시자는 내 내부에 있었다. 지금까지 외부인으로서 자신을 감추고 나를 속여왔던 것이다. 마주하게 된 나의 감시자인 나는 감옥에서 탈출한 나를 여전히 감옥으로 밀어넣고 있었다. 이제는 이 모든 것이 스스로 만든 감옥임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만든 나의 아름다운 감옥에서 게으름이라는 새로운 가치관을 알린다. 게으름이란 시간의 연속을 의미한다. 1분 1초라는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다. 늘어지는 것이 아니라 연결하는 것이다. 게으름이라는 가치관 아래에서는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없다. 연결된 시간 위에서 파도를 타는 것이다. 게으름은 곧 자유를 의미한다. 하지만 게으름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한 자유의 범위는 한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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