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초의 생각을 10분의 글쓰기로

by 웅사이다

나는 나를 잘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생각이 곧 나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루 동안 하는 생각이 100가지라면, 내가 어떤 생각인지 알고 있는 생각과 인지하지 못하는 생각은 1:99 정도이지 않을까. 모든 생각을 인지하는 것은 불가능하기도 하고 아주 피곤하기도 할 것이다. 따라서 모든 생각을 인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는 않는다. 뇌는 신비로운 대상이고 뇌과학은 발전해 가지만 아직 뇌의 모든 것을 이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뇌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은 우리에게 미스터리인 것이다. 지금 내가 말하는 것은 인간의 뇌에서 일어나는 생각에 대한 탐구가 아니다. 그건 과학에게 맡겨두자.


내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내가 내 생각을 잘 모르는 것이 나에게 끼치는 영향'이다. 만약 100가지의 생각 중에 100가지를 모두 인지하지 못한다면, 나의 생각은 나의 것이 아니고 나의 하루는 그냥저냥 흘러갈 것이다. 물론 사람의 뇌는 선별적으로 기억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중요하지 않은 생각들을 지워버렸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바꿔 말할 수도 있겠다. '내가 하는 생각 중에서 내가 기억하는 비중은 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라는 질문으로 바꿔볼 수도 있다. 물론 현재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내가 원하는 바는 있다. 하루를 좀 더 잘 인식하며 살고 싶다는 욕구가 있다. 예를 들어, 3시간 동안 유튜브 쇼츠를 보면 어떤 것도 머릿속에 남지 않는데 3시간짜리 반지의 제왕 영화를 보면 상대적으로 머릿속에 기억이 잘 남는다. 3시간 동안 유튜브 쇼츠를 봤을 때보다 반지의 제왕을 봤을 때 하루를 잘 인식하며 살았다고 생각하고 그로 인해 그 하루에 대한 만족도는 높다.


유튜브 쇼츠보다 영화가 상대적으로 기억이 잘 남는 이유는 아무래도 무작위성이 적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유튜브 쇼츠는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내가 관심 있을만한 영상을 일련의 순서로 보여주겠지만, 그 순서는 사실상 무작위적이다. '확률적'으로 이어 붙여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맞겠다. 하지만 영화에서 장면과 장면은 확률적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영화감독이 영상을 100개를 찍은 다음에 주사위를 굴려서 다음 장면을 뽑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전 10초와 다음 10초의 떨어지는 연관성은 기억에 남을 확률을 떨어트리는 듯하다. 따라서 시간과 시간이 연관성이 있는 것은 하루를 의식하며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고 나는 좀 더 보람을 느낄 것이다.


모든 생각을 기억할 수는 없다. 각 생각은 무작위로 떠오르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생각과 생각이 관련이 없는 경우가 많다. 하나의 생각의 평균 지속 시간은 10초를 넘을까 싶다. 하지만 그중에 하나를 잡고 10분 글을 쓴다면 10초짜리 생각은 10분의 글쓰기 시간으로 늘어난다. 글을 쓰는 10분 동안 나의 10초는 서로 강한 관계가 생긴다. 10분은 600초로 10초의 60배가 되는 시간이다. 60배의 시간이 서로 엮어지면서 내 머릿속에 더 강하게 각인된다. 또한 글이라는 실체로 남겨지기 때문에 나중에 다시 지나쳐버릴 생각을 떠올릴 수 있다.


하루를 더 잘 인식한다고 더 행복해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보다 기억의 지속시간이 짧은 동물이 인간보다 무조건 덜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만이 인간이 존재하는 목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인간이 되기 위해 살고, 인간은 행복 이외에도 여러 의미를 가지고 살아간다. 그런 의미를 포착하기 위해서 무의식이 아니라 의식으로 밀도 있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의미는 무의식이 아니라 의식에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글쓰기는 나에게 더 의미있는 삶으로 갈 수 있게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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