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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사이다 Jul 14. 2020

머신러닝, 데이터분석, PM 경험하기

짧은 시간 동안 시야와 사고를 확장하기


최근 몇 년간 운이 좋게도 머신러닝과 데이터 분석 그리고 프로덕트 매니지먼트를 모두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큰 기업에서 일했다면 이 세 가지를 모두 경험하려면 10년이 흘렀을지도 혹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각 분야를 깊게 해 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전문가처럼 각 분야에 대해 이야기 하기는 어렵지만 각 일이 가지고 있는 매력과 사고방식이 다르다는 것은 알 수 있었습니다.  하나의 일을 깊게 파는 것도 정말 좋지만 이렇게 성격이 다른 여러 일을 함께 하면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기 때문에 느꼈던 것들을 정리하고 싶었습니다.

IT 서비스에서 사용자와의 거리로 생각하면 프로덕트 매니저가 가장 가깝고 데이터 분석이 그다음으로 가깝습니다. 머신러닝의 경우 물론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사용자와의 거리가 멉니다. 저는 회사에서 처음 일할 때 머신러닝 개발자로 시작했고 그다음 데이터 분석, 현재는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사용자와의 거리로 봤을 때 먼 곳에서부터 가까운 곳으로 이동했습니다. 다른 팀원들과의 협업에서 보면 프로덕트 매니저에게는 협업은 마치 공기와 같이 항상 중요하지만 머신러닝 개발자는 본인의 업무, 즉 머신러닝 모델 만드는 일을 잘하는 것이 좀 더 중요합니다. 짧은 시간 내에 이렇게 성격이 다른 일들을 맛볼 수 있었기 때문에 저의 시야가 상당히 넓어졌습니다.


처음부터 이 세 가지 직군을 다 하고자 계획했던 것은 절대 아니었습니다. 저는 일을 시작할 때부터 서비스, 더 구체적으로는 사용자에게 관심이 많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단순히 저의 만족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생활을 더 낫게 바꿔주기를 바랐던 것 같습니다. 머신러닝을 할 때도 단순히 더 뛰어난 성능의 모델을 만드는 것엔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사용자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델을 만들고 실제로 그 영향을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자연스레 더 작은 조직에서 일하기를 추구했던 것 같습니다. 머신러닝 개발자가 사용자와 직접적으로 소통하며 서비스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려면 유연하고 작은 조직이어야 하니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기술은 사람의 생활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도록 기여를 해야 하며 회사로서는 숨 막히는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도 머신러닝 개발자로 일을 시작할 때부터 사용자가 가진 문제에 집중을 할 수 있었습니다. 자기만족을 위한 성능 개선보다는 문제를 해결했는가에 대해서 주로 생각할 수 있는 환경에 있었습니다. 엔지니어링의 근본은 문제의 해결에 있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고 저에게는 너무나 큰 경험이 되었습니다. 회사를 옮기면서도 실용적인 기술을 위주로 다룰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습니다. 가장 최근에 머신러닝 개발을 한 분야는 추천 시스템과 운영 시스템입니다. 추천과 운영 모두 머신러닝이 정말로 빛을 발할 수 있는 정말 중요한 분야라는 것을 그때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현재 회사는 다른 직군과 자유롭게 이야기를 하는 분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마케터 분과도 간간히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그런 이야기들이 제가 데이터 분석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마케터 분이 서비스 상의 문제를 이야기해주셨는데 그 문제를 맡아서 분석해 줄 사람이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그 문제에 상당한 관심이 갔기 때문에 그 문제를 깊게 파서 그 문제를 일으킨 요인이 무엇인지 알아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데이터 분석을 공부하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평소에 서비스에 궁금했던 점들을 직접 분석을 하고 지표들을 뽑아서 눈으로 보면서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겪으면서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에 대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IT 서비스에서 데이터를 본다는 것을 마치 눈을 뜬다는 것처럼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데이터 분석에서 의미 있는 데이터를 얻기까지의 과정은 험난합니다. 아무도 어느 데이터를 뽑아야 한다고 알려주지 않는 환경에서는 스스로 정보를 얻기 위해 탐험을 해야 합니다. 너무 넓게 탐험을 하면 제 시간 안에 정보를 얻을 수 없습니다. 넓은 탐색을 좁게 줄여주는 것은 바로 서비스에 대한 이해와 사용자에 대한 이해, 인사이트입니다. 인사이트가 있는 데이터 분석가는 같은 정보를 얻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인사이트가 없는 분석가보다 훨씬 적은 시간이 걸립니다. 무엇을 분석할지 정한 이후에 분석을 해나가면서 뽑을 수 있는 데이터와 뽑을 수 없는 데이터를 알아가게 됩니다. 최대한 현재 얻을 수 있는 정보를 통해 문제 해결을 위한 정보들을 모아가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가설 설정과 추론적인 사고의 능력이 많이 필요합니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프로덕트의 개선 그리고 사용자 경험의 개선을 경험하게 된다면 분석가로서는 정말 값진 경험을 하게 된 것입니다.


서비스에 대한 열정은 자연스레 프로덕트 매니저로도 연결이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프로덕트 매니저는 기획의 역량을 갖춘 분들이 하시지만 저는 운이 좋게도 개발자이지만 프로덕트 매니지먼트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사용자와 서비스에 대한 애정이 많아도 프로덕트 매니저는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직접 하면서 깨닫고 있습니다. 프로덕트 매니저는 실제 프로덕트의 결과물에 책임을 지는 사람으로서 그 과정의 시작, 과정, 끝을 모두 이끌어야 합니다. 이끈다는 표현이 지시를 한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프로덕트 개발의 과정에서 부족한 공간을 모두 채우는 존재라는 뜻입니다. 거기에 한 발짝 더 나아가서 인사이트와 데이터를 가지고 팀원들과 프로덕트의 방향성도 함께 정해나가야 합니다. 만약, 성과에 대한 칭찬을 받기 원한다면 프로덕트 매니저는 맞지 않을 것입니다. 오직, 프로덕트 그리고 사용자만이 프로덕트 매니저가 계속 일을 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머신러닝 개발자로서는 제가 맡은 모델을 잘 개발하면 되었고 많아봤자 2-3명과만 협업을 잘하면 됐었습니다. 데이터 분석을 할 때에도 주로 혼자 의미 있는 데이터를 뽑기 위한 싸움을 했습니다. 하지만 프로덕트 매니저는 자신이 속한 팀원 모두와 매일 긴밀하게 협업을 해야 하고 프로덕트와 관련된 모든 팀과 협업해야 합니다. 훌륭한 머신러닝 개발자 혹은 데이터 분석가로서 갖춰야 할 역량과 훌륭한 프로덕트 매니저로서 갖춰야 할 역량은 너무나 다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말 뛰어난 프로덕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협업이 정말 중요하고 팀으로서 성과를 내야 합니다. 자신을 뒤돌아보니 팀으로서 성과를 낸 경험을 해본 경험이 많지 않았습니다. 팀으로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팀원들끼리 시너지가 나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팀에 신뢰와 심리적 안정감이 필요합니다. 프로덕트 매니저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사람은 이런 부분에서 큰 어려움을 느낍니다.




가능하다면 뛰어난 팀과 그 팀이 어떤 성과를 낼 수 있는지 직접 경험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직접 보는 것과 듣기만 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따라서 팀을 이끌어 간다기보다는 팀의 일원으로서 시너지가 내는 힘을 경험해보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시너지를 내는 팀과 아닌 팀은 그 모습이 다릅니다. 만약 팀원에게 이야기를 하기 위해 충분히 준비를 하고 시간을 잡아야 한다면 어쩌면 시너지를 내기 힘든 팀일 수도 있습니다. 정말 훌륭한 아이디어는 신뢰하는 팀원들 간의 작은 대화들에서 나오며 뛰어난 프로덕트는 그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변화를 겪고 나서야 나오게 됩니다. 내 생각이 맞는 건 전혀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서로의 이야기에 경청하게 됩니다. 프로덕트 매니저로서 일하면서 부족한 점들을 많이 깨닫게 되었고 팀에 대해서 많이 배웠습니다.



머신러닝, 데이터 분석, 프로덕트 매니지먼트 세 가지 일을 하면서 공통점이라고 느낀 것은 업의 본질입니다. 물론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세 가지의 일 모두 문제의 해결이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의 문제를 해결해주냐가 또 중요한데, 저는 최대한 사용자의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관점에서 사고를 했습니다. 훌륭한 머신러닝 개발자, 데이터 분석가, 프로덕트 매니저는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끊임없이 시도를 하며 그때까지 만족하지 않는 사람일 것입니다. 일을 하면서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사업 그 자체가 문제를 찾아서 해결하는 과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모든 걸 떠나서 팀으로서 함께 뛰어난 것을 만든다는 것에서 오는 만족감을 정말 크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지난 4년 정도 일한 시간을 뒤돌아보며 느낀 점을 정리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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