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일할까. 물론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이유가 있죠. 돈을 벌기 위해서입니다. 밥을 먹고 옷을 사고 집 월세를 내고 일상생활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죠. 돈을 벌려면 일을 해야 하구요. 이 부분은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근데 그렇다면 돈을 어떻게 벌어야 할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각 사람마다 정말 다를 것 같아요. 어떻게라는 질문은 생존이 아니라 가치관에 대한 질문이기 때문이에요. 음악 공연을 해서 돈을 벌 수도 있고 요리를 배워 식당을 열어서 돈을 벌 수도 있고 IT 기업에서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죠. 실제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돈을 벌고 있어요.
어떤 사람은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아서 행복하게 일하면서 돈을 버는 반면, 어떤 사람은 하루하루 감옥에 갇힌 것처럼 일을 하는 사람이 있어요. 사회에 나오기 전에는 일이라는 것이 추상적으로 느껴지고 '일하기 싫은데 왜 해야 하는 걸까?" 정도의 생각밖에 못했던 것 같아요 (물론 돈은 많이 벌고 싶었죠 ㅎㅎ) 직장을 다닌 지 5년 정도가 되어가는 요즘 돌이켜 생각해보니 돈을 어떻게 벌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진지하게 해 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더라구요.
사실 '왜 일하는 걸까'라든지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할까"라는 질문을 하고 있으면 주변 사람들이 진지충이라고 하면서 눈총을 주곤 했던 것 같아요. 점차 나에 대해 알게 되면서 의미를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구나 느꼈고 그런 관점에서 일에 대한 의미도 계속 찾고 있었던 것 같아요. 일이 나를 그리고 세상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그리고 일을 하면서 나는 어떻게 변화되어 가고 있는지, 무엇을 목적으로 수많은 시간을 쓰고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에요.
이런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이미 알았다고 하면 거짓말인 것 같아요. 잘 모르겠더라구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보고 싶지 않다는 마음만은 간직하고 있어요. 그래도 일을 열심히 하면서 깨달은 것들은 참 많은 것 같아요. 신뢰, 책임, 성공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훌륭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어요.
어떻게 보면 일할 때 가장 솔직한 모습이 드러나는 것도 같아요.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친구도 일할 때 보면 완전 다른 모습인 걸 발견할 때가 많아요. 그래서 일할 때 나를 더 알아가는 것 같아요. 어떨 때 스트레스를 받는지, 어떨 때 기쁨을 느끼는지, 무엇에 집착하고 무엇에 집중하는지 등등을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알게 돼요.
저는 일을 하면서 단 하나에 집중하지 않고 두루두루 관심을 두며 전체를 보는 걸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대화를 하면서 사고를 발전시켜나가는 타입이라 혼자 생각하는 것보다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는 것도 알게 됐어요. 또한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는 것보다 전반적인 기반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그래서인지 일하는 문화에도 관심이 많다는 것도 깨달았어요.
만약 일을 하지 않고 취미생활만 했다면 이런 것들을 알기 어려웠을 것 같아요. 스트레스도 받고 항상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어서 그렇게 스스로를 드러내게 되는 거겠지만 참 좋은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제는 조금씩 스트레스와 압박감에서 벗어나면서 일 자체를 바라볼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스스로 성장했구나라고 생각이 들기도 해요.
저는 팀원들과 공통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함께 일을 하는데요. 그러다 보니 함께 시너지를 내고 서로를 신뢰하는 것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고 또 배우게 돼요. 누군가 나를 믿지 않으면 그것만큼 또 서운한 게 없었는데 저 또한 누군가를 쉽사리 신뢰하지 못하더라구요. 그러면서 신뢰라는 게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일을 하면서 드러나는 서로의 모습을 보면서 점점 더 알게 되고 그 가운데 나도 모르게 신뢰가 쌓여가는 것 같아요.
일을 하다 보면 평가를 받게 되는데, 사람이 평가를 계속 받다 보면 자신의 가치를 다른 사람의 말로 정의하게 되는 것 같아요. 조직에서 일을 하는 것의 가장 안 좋은 점 중에 하나일 것 같아요. 이 부분 때문에 '내가 뭘 하고 있는거지'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피드백을 듣고 더 나은 사람, 팀원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과 성과와 평가에 집착하게 되는 것은 전혀 다른 것 같아요.
평가가 없는 조직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아요. 따라서 스스로는 평가는 평가대로 나는 나대로 가치를 분리해서 생각하게 되었어요. 사실 어떤 성공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누가 얼마만큼 어떻게 기여했다 판단하는 것은 정말로 어렵고 자주 사람의 인지능력을 벗어난 일이라고 생각을 해요.
따라서 부정확한 다른 사람의 평가에 너무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일 자체가 주는 즐거움, 팀원들과 함께 시너지를 내며 비전을 달성해가는 뿌듯함을 느끼는 것이 일을 하는 의미가 되어가고 있고 그 과정에서 나를 알게 되는 것은 일이 주는 선물 같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월요일은 참 힘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