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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사이다 Jul 11. 2021

일만 잘하면 되는 줄 알았지

어떻게 하면 팀이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

일만 잘하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어요.

어떤 분야든지 처음 그 일을 시작할 때는 모르는 게 너무 많잖아요. 그래서 사실 그 일에 익숙해지고 배우는데 주로 초점을 맞췄던 것 같아요. 뛰어나기는 커녕 1인분의 역할도 제대로 못하는 것 같은 기분에 자존감이 낮아지는 시기였어요. 그래서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읽고 보고 시도해봤어요. 그렇게 1인분의 역할을 하게 되니까 깨달았어요. 이제 시작이라는 것을.


어느정도 일이 손에 익은 뒤에는 좀 더 많은 것들이 보이더라구요. 머신러닝 엔지니어의 관점에서 예를 들면, '내가 맡은 모델을 어떻게 해야 잘 만들까'라는 고민에서 '어떻게 하면 함께 더 뛰어난 모델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결국은 더 뛰어난 성과를 내기 위해 팀을 이뤄 일을 하는 것인데, 단순히 모델만 잘 만들어서는 팀 단위의 성과가 나지는 않더라구요. 


저는 사실 스포츠도 개인 스포츠를 즐겨 했기 때문에 여러 명이서 조화롭게 활동하는 것을 오랫동안 경험하지 못했더라구요. 즐겨했던 복싱이라는 스포츠는 링 위에 올라가고 나면 '나'와 '상대방' 밖에 없기 때문에, 내가 스스로 생각해서 내가 잘 하는 게 중요했던 것 같아요 (사실 정말 잘 하려면 팀워크가 필요한 것 같더라구요~). 하지만 축구나 야구에서는 스트라이커가 골만 잘 넣는다고 해서 경기를 이길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나 혼자 잘하는 것과 다함께 잘하는 것 사이의 간극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나 혼자 잘하게 되는 순간 순간도 많은 도전이 있었고 쉽지 않았는데, 팀원들이라는 변수가 더 생기니까 저한테는 너무 어렵더라구요. 팀으로서 일하는데 있어 너무 어리숙하고 모르는 게 많았던 것 같아요. 


수많은 팀의 형태가 있겠지만, 제가 일하는 IT 스타트업의 팀은 서로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이 함께 뭉쳐서 동일한 목표를 달성하는 형태에요. 서로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있으면, 서로 공감을 쉽게 할 수 있고 동일한 업무에 대해 깊게 파고 들 수 있어요. 하지만 서로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 모이면 공감이 쉽지 않고, 각자의 업무에 대해서는 온전히 각자의 책임이 돼요. 


축구에는 스트라이커, 미드필더, 수비수, 골키퍼가 있다고 하면 스타트업의 목적조직에는 PM, 디자이너, 개발자,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있어요. 스트라이커는 스트라이커의 입장이 있고 수비수는 수비수의 입장이 있어요. 축구와 스타트업 조직의 공통점은 서로 다른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다는 것과 함께 이기거나 함께 지거나라는 점인 것 같아요. 


다르기 때문에 시너지를 낼 수도 있지만 달라서 서로 이해를 못하고 더 저조한 성과를 낼 수도 있어요. 그래서 자신이 맡은 역할과 서로의 역할에 대한 이해가 상당히 중요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골키퍼가 골대를 지키지 않고 경기장을 뛰어다니면 안되고 골키퍼가 골대에만 있다고 미드필더가 뭐라고 하면 안되겠죠. 각자가 맡은 역할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각자 맡은 분야를 멋지게 해내야 해요. 


머신러닝을 할 때는 주로 머신러닝을 하는 사람들끼리만 소통했기 때문에, 소통에 큰 문제는 없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프로덕트 팀에서 일하면서, 너무나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계속해서 고민하게 되더라구요. 나만 잘하면 되는게 아니고 팀원들끼리의 적재적소의 상호작용이 정말로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그 문제를 해결했냐구요? 전혀 아니에요. 아직도 많은 도전이 있고 많은 걸 배우고 있어요. 하지만 지금 당장 머리속에 있는 걸 이야기해볼께요. (또 하나의 이불킥을 만드는 순간..) 


첫 번째로는 공감할 수 있는 강력한 목표가 필요해요. 

서로가 협력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달성할 수 없는 정말로 도전적인 목표가 필요해요. 만약 한 사람만 잘해도 되는 목표라면, 서로 협력해야 하는 이유를 찾기 어려울 거에요. 예를 들어, 단순히 앱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면 앱 개발자 혼자 만들어도 되겠죠. 그럴 땐, 디자이너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나 pm과 서버개발자와 소통해야 하는 건 귀찮은 일이 되어버릴 거에요. 


하지만 아무리 목표가 강력하더라도 그 목표에 공감하지 않는 사람들이 모였다면, 팀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거에요. 그래서 목표를 이루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은 목표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에요. 겉으로는 함께 일하는 것처럼 보여도 그 팀은 따로 일하는 거에요. 그렇게 해서는 시너지를 낼 수 없어요. 


만약 스스로 팀을 모을 수 없는 구조라면, 이미 구성되어 있는 팀에서 첫 번째 단계를 잘 다지고 가야하는 것 같아요. 당장 개발을 하고 디자인을 하고 데이터 분석을 하기보다,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에 대해서 치열하게 토론하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해요. 적어도 중간에 목표에 대해서 공감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말아야 진정한 팀을 만드는 '시작'을 할 수 있어요. 


두 번째로는 각자의 역할이 성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이 필요해요. 

팀의 구성은 아무 의미가 없지 않을 거에요. PM이 있다면 분명 이유가 있고, 디자이너가 있다면 분명히 이유가 있을 거에요. 성공에 있어 프로덕트 매니징이 중요한데 PM처럼 개발자나 디자이너가 프로덕트 매니징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디자인도, 개발도 모두 마찬가지에요. 


각자의 업무가 성공에 끼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그래서 그 역할이 '필수적인' 역할인지에 대해 이해가 필요해요. 만약, 객관적인 시각에서 성공에 끼치는 영향이 적은 역할이 있다면 그 역할은 팀에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수많은 프로덕트팀의 구성이 그 형태인 것은 그 구성이 효과적이고 필수적인 역할들이기 때문이에요. 따라서 각 역할이 성공에 중요하다는 전제를 명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어요. 


이렇게 서로 다른 역할이 필요한 이유는, 뛰어난 프로덕트를 만드는 일이 복잡하기 때문일 거에요. 그 복잡한 일을 해내기 위해서 서로 다른 역할의 사람들이 필요한 거겠죠. 그래서 특정 역할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더라도 한 팀이라면 모두의 기여가 성공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인식이 중요한 것 같아요. 거기서부터 자연스러운 공감대가 형성된다고 생각해요.


세 번째로는 최소한의 프로세스를 만드는 것이에요.

일반적으로 팀을 잘 굴리기 위해서는 '프로세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프로세스는 효율성에 집중한 것으로 창의성과는 거리가 멀어요. 그래서 팀이 만약 강력하고 도전적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모였다면 프로세스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해요. 1주일마다 하는 정기 미팅, 기획을 하고 디자인하고 개발을 하는 정해진 개발 순서, 정해진 로드맵 아래에서만 일을 할 수 있는 구조 등 많은 프로세스가 팀의 창의성을 죽여요. 


만약 프로세스 없이 팀이 돌아가지 않는다면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 같아요. 강력한 목표 설정, 목표에 대한 공감, 그리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필수적인 역할로 이뤄진 조직 구성과 각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공감대가 없다면 팀은 저절로 굴러가지 않을 거에요. 그리고 저절로 굴러가지 않는 팀을 위해서 프로세스가 필요할 거에요. 


프로세스가 전혀 필요없다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회사가 점점 커지고 있다면 필수적인 프로세스가 생겨날 거에요. 하지만 불필요한 프로세스를 팀에 적용하는 것은 반드시 창의성을 죽일 거에요. 모두가 각자의 관점에서 목표 달성을 위한 아이디어를 이야기하고, 각자가 볼 수 있는 관점에서의 문제를 제기하고, 그 다른 관점을 가지고 치열하게 논쟁을 하면서 프로덕트를 다듬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는 핑퐁이에요.

목표를 잘 정하고 모두가 공감을 하고 각자의 역할에 대한 이해도 명확히 하고 프로세스도 최소화했지만 5% 부족한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시너지를 내는 팀을 보면 정말로 즐겁게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한 사람이 어떤 말을 하면 다른 사람이 더 얹어서 돌려주고 마치 탁구를 치듯이 핑퐁치며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성과에 대한 압박에 눌려있는 것이 아니라 옆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과 즐겁게 대화하면서 서로의 아이디어에 살을 붙여가면서 일하는 것이 정말 정말 중요하더라구요. 서로가 통한다는 느낌과 함께 일하는데 있어서 오는 즐거움이 수많은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 같고, 실제로 더 나은 아이디어와 결과물을 만들어내더라구요. 


어쩌면 성공이라는 것에는 운이라는 요소가 너무 크게 적용하기 때문에 똑같은 팀이라도 어떨 때는 성공하고 어떨 때는 실패할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결과가 어찌되었건 인생의 대부분을 보내는 일터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과 재밌게 대화하며 일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의미가 커요. 그리고 그런 팀이 성공할 확률이 더 높을 거라고 믿어요. 


최근 저의 목표는 시너지를 내는 팀을 만들어가는 것이에요. 

이것도 팀원들과 함께 이루는 거겠죠.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이 장소에서 의미를 찾고 싶고, 가슴뛰는 목표에 공감하는 팀원들과 즐겁게 일하며 인생을 보내고 싶은 것 같아요. 성공이라는 것은 운의 영역일지 모르지만, 더 좋은 팀을 만들려는 생각과 노력은 온전히 저의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얻은 성공은 정말 값질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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