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만 변화라도 괜찮아

by 웅사이다

어릴 때부터 큰 사람이 되라는 말을 듣고 자랐다. 학교에서도 꿈을 크게 꿔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때는 그게 너무 당연한 것으로 들렸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존재감이 있는 것에 눈길이 가고 마음이 끌렸던 것 같다.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 일에서의 목적을 물으면, 버릇처럼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을 하곤 했다. 말이 좋아 '영향력'이지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소위 '큰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큰 것에 끌리는 것은 어찌 보면 인간의 본성 같기도 하다. 여행을 다니면서 느끼는 건데, 무엇인가를 처음 봤을 때 당연하게도 가장 큰 것에 눈이 간다. 지긋이 계속 같은 풍경을 보다 보면 그제야 주변의 작은 것들이 보인다. 혹시나 알아봐 주지 못해 서운해할까 싶어 '거기에 있었구나'하면서 작은 것에게 인사한다. 사람의 눈이라는 것이 간사한 게, 그 작은 것들이 없다면 그 풍경들을 별로라고 느낀다.


문제는 여유로운 마음이다. 마음에 여유가 없으면 충분히 오래 보지 못하고, 오래 보지 않으면 충분히 작은 것들이 보이지 않는다. 일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일에 파묻혀서 마음에 여유가 없을 때가 많다. 그럴 땐, 작은 것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주변 동료들의 사소한 배려, 사용자분들의 작은 감사한 리뷰들, 이전과는 조금은 달라진 현재의 상황 같은 것들 말이다. 혹시라도 큰 변화만을 바라보고 있다면 마음에 여유가 없는 것이 아닐까?


사람은 누구나 불안함을 느낀다. 그 불안함을 뭐라고 특정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존재감 있는 사람이 되어서 그 불안함을 해소하고자 한다.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큰 사람이 되고 싶고 큰 변화를 가져오는 주인공이고 싶다. 그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큰 것만 보게 되면, 어느 순간 주변의 작은 것들을 못 보게 되는 것이 문제다. 성숙한 사람이라면, 큰 것을 쫒으면서도 주변의 작은 것들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일터에서 충분히 많은 변화들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마음에 충분한 만족감이 생기지 않는 것은 그보다 내 꿈이 더 커서일지도 모른다. 그릇이 큰 것과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고자 큰 사람이 되고자 하는 것은 다른 것이다. 그릇이 크면 충분히 많은 것들을 담을 수 있다. 나를 넘어서서 주변의 많은 것들을 돌아볼 여유가 생기고 그런 것들을 마음속에 담아낼 수 있다.


어쩌면 큰 사람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해서는 큰 사람이 될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존재감을 드러내라고, 큰 영향력을 발휘하라고, 예상할 수 없을 정도의 큰 변화를 이끌어내라고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은 도태가 되어가는 세상이다. 하지만 사회는 내 미래의 모습과 행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복잡하게 얽힌 세상의 맥락 속에서 나의 길을 잃어버리지 말아야 한다.


큰 변화가 아니라, 나만이 이끌어 낼 수 있는 변화를 생각해보자. 그것이 비록 작은 변화라 해도 괜찮다. 그리고 큰 사람이 아니라 작은 것들을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 큰 사람이 되자. 어쩌면 더 행복한 마음으로 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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