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간 급성장하는 스타트업에서 배운 것
세상에는 잘못된 상식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많은 것들이 사실은 당연하지 않다. 나도 스페셜리스트와 제너럴리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고 살아왔다. 세상을 2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이다. 누군가는 얇게 탐험을 하고 이것저것을 하고 누군가는 하나만 파면서 전문성일 깊게 쌓는다는 생각이다. 세상의 많은 직업인들이 이 프레임에 자신을 맞추려고 얼마나 노력했을까? 나 또한, 이런저런 직군을 탐험하면서 겉도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한 가지만 하지 못하는 자신이 초라해 보였다. 즉, 문제아였던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지금 돌이켜보면 세상을 탐험하면서 얻은 새로운 시각과 다양한 경험들이 지금 내가 하는 일을 더 깊게 이해하도록 해준 것 같다. 기계공학, 머신러닝, 프로덕트 매니징, 데이터 분석, 데이터 엔지니어링과 같은 분야들을 탐험했다. 이러한 다양한 경험들이 본질적 문제에 대해서 집중하게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서도 열리게 해 준 것 같다. 결국은 문제의 해결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는 느낌이 든다. 나는 제너럴리스트였기 때문에 스페셜리스트가 된 것이다.
누구나 알다시피 세상은 2분법적으로 나뉘지 않는다. 스티브 잡스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많은 경험들 dot들이 이어져서 이전에 뚫을 수 없던 것을 뚫을 수 있도록 해준다. 만약에 내가 머신러닝만 했다면, 내가 프로덕트 매니징만 했다면, 내가 기계공학만 했다면 편협한 시각에 갇혔을 것 같다. 그런 편협한 시각이 주는 부정적인 영향이 하나만 해서 얻는 기술적 깊이의 긍정적 영향보다 너무너무너무 크다고 생각한다. 이전에 풀 수 없던 문제를 새로운 시각, 전혀 다른 분야나 사람과의 만남으로서 풀어낸 사례는 넘쳐날 정도로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스페셜리스트인가 제너럴리스트인가?"라는 질문을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도 처음에 직군을 변경할 때 불안함을 많이 느꼈다. 스타트업에 들어온 이유는 많은 경험을 하기 위해서였다. 많은 경험은 (1) 여러 종류의 일을 해보고 (2) 조직의 성장을 경험하는 것으로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려움을 각오하고 직군을 변경했지만, 이미 잘하는 것을 버리고 아직은 못하는 것을 하는 것의 어려움은 생각보다 컸다. 지금이야 시간이 지나서 그때의 경험들이 더 올바른 방향을 보게 만들어줬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그때는 힘들기만 했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무엇을 하는지"를 통해 나를 정의해 왔던 게 나를 힘들게 만들었던 요인이 아닐까 싶다. "내가 풀고 싶은 문제" 혹은 "내가 정말 진심을 다하는 주제"가 조금 더 나의 중심을 설명해 주는 게 아닌가 싶다. 그게 변치 않는다면 무엇을 하는지가 뭐 그렇게 중요할까?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주변 분들에게 "더 넓게 탐험해서 더 깊게 들어갈 수 있다. 제너럴리스트와 스페셜리스트는 서로 다른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라는 이야기를 하게 됐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