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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랑 아이랑 Oct 22. 2024

*나는 수업 중~

-너(지우개똥)는 누구니?

*모든 글과 그림은 저의 순수창작물입니다. 무단 도용은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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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시작, 쉬는 시간 (달달한 코코아 한 모금), 또다시 수업시간     


혁이의 자리 밑으로 지렁이처럼 생긴 지우개똥 하나, 힘없이 떨어졌다. 또 하나, 또 하나, 조말숙선생은 책상을 성한 지우개로 박박 문지르는 혁이의 하얗고 여린 손을 물끄러미 보았다. 그 작은 손은 더 힘차게 지우개똥을 마구 탄생시키고 있었다.

애꿎은 책상은 지우개똥 만들기를 돕고 남들에게 보이지 않았던 얼룩을 그 작은 손 덕분에 지우고 있었다. 아이들이 몰래 그렸을 책상 위의 수많은 감정들이 그 작은 손에 힘차게 지워지고 있었다.

 회백색 지우개똥이 계속, 계속 바닥으로 뚝! 뚝! 뚝! 떨어졌다. 조말숙선생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 수업을 진행했다. 지우개똥이 혁이의 바닥에 수북하게 높은 산을 만들었을 때, 조말숙선생이 다가가 다정하게 물었다.     


-혁아, 바닥에 떨어진 게 뭐야? 엄청 많은데…?     


혁이는 물끄러미 조말숙선생을 보다, 조용히 입을 뗐다.      


-불안요.     


어떤 일인지 알 수 없지만, 분명 알 수 있는 혁이의 불편한 감정이 조말숙선생의 마음에 팍 안겼다. 조말숙선생은 혁이와 눈을 마주치며, 따뜻하게 말했다.     


-우리 혁이 불안이구나. 그럼 오늘 교실 바닥에 그 불안을 전부 떨어뜨리고 갈래? 바닥에 가득 채워도 괜찮아.

선생님이 모두 다 주워서 쓰레기통에 싹~~버려줄게. 어때?

 

-네!


혁이는 다시 지우개똥을 만들고 바닥에 날려버렸다. 신이나 보였다. 처음 지우개똥을 만들었던 혁이의 어두운 표정이 아니었다.


-지금도 불안이 있니?

-아니요. 지금은 없어요. 지금은 전부 바닥에 있어요.


 혁이의 표정이 맑음으로 바뀌었다. 다시 방긋 웃는다! 봄날의 햇살처럼 따뜻하고, 흔들리지 않는다.


-지금 혁이 눈앞에서 싹~~~ 없애줄까?

-네! 싹 치워주세요~!     


조말숙선생은 소형 청소기를 가지고 와, 순식간에 혁이의 지우개똥 불안을 전부 말끔히! 치웠다.


싹 치우자, 2학년인 혁이가 또 활짝 웃었다.

조말숙선생도 따라, 방긋 웃었다.               




*이 보고서의 관찰 대상이 아이가 아니라, 지우개똥인 이유를 찾은 독자는 그날, 몰빵 행운이 올 거예요. 생의 사유란 것을 지극히 평범한 오늘에서 찾아낸다면, 인디아나 존스처럼 보물을 찾기 위한 험난한 모험 없이, 커다란 생의 보물을 찾을 거라고 확신해요!   한 번 믿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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