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아랑 아이랑 Oct 22. 2024

*나는 수업 중~

-우리의 주머니속에는 무엇을 넣을 수 있을까?

*모든 글과 그림은 저의 순수창작물입니다. 무단 도용은 금지!



조말숙선생은 요즘 어린아이, 그러니까 초등학생이 되기 전.

(예전에는 6살, 7살 아이들은 수업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아주 단순했다. 날아다니는 아이들을 잡고 책을 넣어 줄 마법의 인내심과 강철 같은 체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아이들은 수업하지 않았다….)

아이들과 수업을 하기 시작했다.


‘역시, 중력 영향을 받지 않는 아이……,’


 7살 찬범이와 마주했다. 공중에 떠 있었다. 날개가 펄럭거렸다. 찬범이의 초롱초롱한 맑은 눈에 우주가 담겨져 있었다. 찬범이가 씩 웃었다.


-안녕? 찬범아! 선생님 이름은 조말숙이라고 해요. 만나서 반가워요!

-(여전히 공중에 떠 있는)소~~~~~오~~~~~~소~~~~오

-소? 소라고? 소오?


조말숙선생은 침착하게 다시 말을 이어갔다. 새로운 우주의 경이로움과 찬란함이 지구인 조말숙선생에게는 낯설 수 있다. 충분히.

 

‘그 아름다운 언어가?’


-찬범아, 소~~~~오~~~~

-선생님, 소!!!오!!!!!소!!!!!     

조말숙선생은 찬범이의 소리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     


소~~~소~~오~~~소~~~오~~~

소, 오의 대화가 오고갔다. 교실은 새로운 세상으로 변해갔다.

다른 교실의 선생님들은 조말숙선생의 교실에서 울리는 이상하고 또 이상한 소리에 스며들었다.      




수업이 끝날 때쯤 제법 친해진 지구인 조말숙선생에게 찬범이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밀었다. 정확히는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작고 귀여운 주먹이 조말숙선생의 눈동자에 담겨졌다.


‘저 작은 주먹 안에 무엇이 있을까?’


조말숙선생은 생각했다. 정말 궁금했다. 찬범이는 주먹을 흔들어보였다. 맞춰보라는 신호였다. 조말숙선생은 지구인이지만 우주인의 그 특별한 문제를 꼭! 맞추고 싶었다. 머리를 이리저리 굴렸다. 여러 가지를 말했다! 또, 말했다. 정답이 아니었다. 조말숙선생은 눈을 반짝이며 문제의 답을 요구했다.     


-찬범아, 뭐야? 무엇이 있나요?     


찬범이가 입가에 웃음을 쥐고 대답했다


-소오~~~~~~~     


조말숙 선생은 공중에 떠 있는 찬범이를 잡아 바닥에 고정시켰다. 그리고 주먹 안에 있는 그 무엇을 위해, 자신의 손바닥을 활짝 펴 내밀었다. 두근두근 심장이 요란하게 울렸다.

찬범이는 그 넓은 손바닥에 그것을 살짝 올려놓았다.     


그것은!

유치원 점심시간에 주머니에 넣었던 노랗고 촉촉한 단무지였다! 단! 무! 지!          

     




<조말숙선생의 일기>     


오늘은 꼭 기록해야겠다. 너무 행복한 단무지와 만났다. 단무지는 배 속보다 아이의 주머니와, 그 아이의 따뜻한 손이 더 좋았나 보다.


‘누군가의 주머니 속에 단무지가 들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상상할 수 있을까?’


나의 상상력의 한계를 오늘 보았다. 아이의 주머니에는 지금, 어른이 된 내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그 시간의 솔직함이 묻어 있다. 명백하고 아주 깨끗한 아이의 감정이 고스란히 주머니 속에 들어 있다.

누군가에 의해, 그 주머니 안, 그것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아이는 그 누군가의 반응에 따라 자신의 우주를 만들어 갈 것이다. 그 누군가는 우리이고, 또 우리이며, 또 우리여야 한다.


 우리는 그 단무지에 감탄해야 하지 않을까? 아이의 우주가 팽창되는 그 순간을 감탄하며 그 시간이 빛나도록 찬사를 보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우리의 지구가 영원히 아름답게, 지금처럼 둥글게 유지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나는 내 주머니 안에 무엇을 넣을 수 있을까? 그게 노랗고 촉촉한 단무지여도 괜찮은 그런 사회에서 나는 살고 싶다. 어른의 주머니 속에 단무지가 있어도 괜찮은...... (우아작가, 눈물 뚝!)

나는 그런 어른을 만나면 꽉 안아주고 귓가에 속삭일거야.


'내 주머니 안에도 단무지가 있다고! 영원히 변하지 않는 아주 무해한 그것이 오랫동안 있었고 앞으로도 그렇게 박제되어 있을거라고.'




슬프지만 아름답게, 내 단무지가 박제되지 않고 생생하게 살아, 공중에 날개를 달고 날아다니면 좋겠다.

내 우주에서 가능한 일이, 내가 살고 있는 지구 세상에서도 별것 아닌 일이였음 좋겠다. 오늘 나는 조말숙이여서 다행이다.

                                                                                                                           -본캐:우아가

작가의 이전글 동화)오늘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