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과 소심함 사이

면접에서 나를 깎지 않고 말하는 연습

by 든든job


"저는 겸손한 편이에요."

모의 면접 중에 구직자가 말했어.

"제가 잘하는 건… 음… 그냥 평범한 것 같은데요…"

"다른 분들보다 나은 것 같진 않아요…"


나는 잠깐 듣다가 이렇게 물었어.

"그건 겸손일까요? 소심한 걸까요?"


현장에서 수천 명을 만나면서 배운 게 하나 있어.

스스로를 겸손하다고 말하는 사람들 중 절반은,

사실 겸손이라기보다 그냥 소심한 경우가 더 많다는 거야.




겸손은 내 가치를 알지만 굳이 소리 높여 뽐내지 않는 거야.

소심함은 내 가치를 모르거나, 알아도 들키면 안 될 것처럼 꼭꼭 숨기는 거고.


면접장에서 이런 장면 진짜 많이 봐.

"제가 잘하는 건 뭐… 그냥… 음… 특별한 건 없고요…"


입을 떼기도 전에 이미 자기를 줄이고 들어가는 거야.

그건 겸손이 아니야.

본인도 자기를 모르는데, 채용 담당자가 어떻게 알겠어?


그래서 물어보면 이런 말이 돌아와.

"잘한 거 딱히 없어요. 말하면 자랑 같아서요."


많은 사람들이 ‘자랑’과 ‘설명’을 머릿속에서 한 덩어리로 섞어버려.

그래서 강점을 말하려고만 해도 괜히 죄책감부터 올라오는 거야.




나는 상담실에서 이렇게 정리해 주곤 해.

"나는 엑셀 데이터 분석에 강점이 있어.

예전에 인턴으로 일할 때 업무 효율을 30% 정도 높인 적이 있어.

다만 아직 고급 함수는 배우는 중이야."


이 말에는 과장도, 숨김도 없어.

자기가 잘하는 걸 정확히 짚어서 말하고,

부족한 부분도 담담하게 인정하지.

사실을 정직하게 말하는 이런 게 진짜 겸손이야.


반대로, 가짜 겸손은 이렇게 흘러가.


"저는 뭐… 엑셀 조금 할 줄 알아요.

그냥 기본 정도요. 별거 아니에요."


실제로는 꽤 잘하면서도 끝까지 자기 능력을 깎아내리는 말투야.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래서 어느 정도로 할 줄 안다는 거지?'' 감이 전혀 안 잡혀.


이건 겸손이 아니라 자기부정이야.

스스로 자기 가치를 바닥까지 내려놓는 일이지.




소심함이 앞설 때 공통적인 패턴이 있어.

"저는 잘하는 게 별로 없어요."

"다른 사람들보다 부족해요."

"제가 이걸 할 수 있을까요?"


겉으로 보면 조심스러워 보이지만,

사실은 아예 나를 꺼내지도 않겠다는 태도에 가까워.

잘하는 게 있어도 일단 "없어요"라고 말하고 보는 거지.

그래야 혹시라도 누가 "그 정도 가지고 무슨"이라고 말했을 때

상처를 덜 받을 것 같으니까.


반대로, 진짜 겸손한 사람은 이렇게 말해.

"나는 ○○는 잘해. 다만 ○○은 부족해."

"내 강점은 ○○이지만, 배워야 할 것도 많아."

"이런 경험이 있어. 완벽하진 않았어."


여기엔 나를 숨기려는 기색이 없어.

잘하는 건 잘한다고 말하고,

부족한 건 부족하다고 말해.

잘난 척도, 자기 비하 없이 그냥 있는 그대로야.


소심함은 나를 뒤에 숨기고, 겸손은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줘.

말투만 보면 비슷해 보여도,

안에 깔린 태도는 전혀 달라.




나는 그 구직자에게 다시 물었어.

"당신이 자랑스러웠던 순간이 언제예요?"


그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어.

"음… 예전에 프로젝트에서 제 아이디어가 채택됐을 때요."

"제가 데이터를 꼼꼼히 분석해서, 근거를 명확하게 정리했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짚어줬어.

"그럼 당신은 데이터를 꼼꼼히 보는 힘이랑,

논리적으로 정리해서 제시하는 능력이 강점이네."


그는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말했어.

"그런가요…? 그냥 당연한 건데…"


우리는 자기가 잘하는 걸 대부분 이렇게 느껴.

"이 정도는 누구나 하는 거 아니야?"


당신에게 쉬운 게, 다른 사람에게는 어렵고.

당신에게 당연한 게, 다른 사람에게는 정말 대단한 능력이야.


문제는, 그걸 스스로 "별거 아니다"라고 밀어내는 순간

그 강점은 세상에 제대로 등장해보지도 못하고 사라진다는 거야.




겸손은 내 가치를 과장하지 않는 거지,

내 가치를 없던 일로 만드는 게 아니야.

진짜 겸손은 나를 줄이는 게 아니라,

나를 제대로 알고 정확히 보여주는 태도에 가까워.


면접에서 필요한 것도 그거야.

가짜 겸손도, 허공 속 겸손도 아니고,

"나는 ○○는 잘하지만, ○○은 배우고 싶어."

"내 경험으로는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해봤어."

"이런 경험이 있어. 완벽하진 않았지만, 그 과정에서 이런 걸 배웠어."


이런 말들이야.

이건 잘난 척이 아니라,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라는 소개에 가깝거든.


그래서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


당신이 가진 걸 애써 숨기는 건

겸손이 아니라,

세상이 나를 어떻게 볼지 두려워

먼저 나를 낮춰버리는 방어야.


그 구직자는 3주 뒤에 다시 찾아왔어.

"선생님, 면접에서 제 강점을 말했어요."

"어땠어요?"라고 묻자, 그가 웃으면서 말했어.


"엄청 떨렸어요. 괜히 자랑하는 것 같아서요.

근데 면접관이 웃으면서 그러더라고요.

'구체적이네요.'"


그제야 그는 조금 알게 된 거야.

자기 강점을 말하는 게 자랑이 아니라,

상대에게 나를 이해시키는 일이라는 걸.




겸손은 분명 미덕이야.

근데 소심함은 미덕이 아니야.


당신의 가치를 정확히 말하는 건 오만이 아니라 정직이야.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

"나는 이런 걸 잘합니다."

"다만 이런 건 아직 부족합니다."


이 세 문장을 너무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진짜 겸손은,

자신을 알고, 자신을 정확히 보여주고, 부족함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되니까.


당신이 가진 걸 숨기지 마.

당신의 가치를 말해도 돼.

그건 자랑이 아니라 자기소개야.


겸손과 소심함은 다르니까.

당신은 충분히 겸손해도 돼.

굳이 소심할 필요는 없어.



✏️ 오늘의 질문

- 나는 내 강점을 정확히 알고 있을까?

- 내가 '당연하다'고 넘기는 것들 중에 사실은 강점인 게 있지 않을까?


지금 나는

겸손한 걸까요, 아니면 소심한 걸까요?


오늘 하루만큼은

"별거 아니야."라고 지워버린 나를 잠깐 멈춰 세워보면 좋겠어요.


오늘 내가 잘한 일 한 가지를 적어보세요.

"나는 오늘, 이걸 해냈어요."

그 한 줄이 자기 이해와 진짜 겸손으로 가는 첫걸음일 거예요.




▶ 다음 글 예고

「말하지 않을 권리 – 면접, 말할 것과 남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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