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말할 것과 남길 것
"저 또 떨어졌어요."
매번 면접에서 탈락하는 20대 청년이 있었어.
서류는 잘 통과하는데, 면접만 보고 오면 불합격 문자가 왔지.
이력서는 멀쩡한데, 뭐가 문제일까?
함께 면접 복기를 하다가 패턴 하나를 발견했어.
퇴사 이유를 물으면, 항상 너무 솔직하게 대답하고 있었다는 거야.
그 친구가 실제 면접에서 했던 말을 다시 들어봤어.
"전 직장 팀장님이 정말 힘들게 하셨어요.
분위기가 사람을 갈아 넣는 것 같았고, 더는 같이 일할 수 없어서 그만뒀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야. 실제로 그랬으니까.
근데 이 답 안에는 "나는 쉽게 포기한 사람이 아니었어요."라는 해명과
"정말 힘든 환경이었어요."라는 억울함이 너무 크게 묻어났어.
문제는 면접관 입장이었어. 그들이 듣기엔 이렇게 들릴 수 있거든.
'힘들면 회사 험담을 밖에서 하는 사람이구나.'
'우리 회사에서도 나중에 저렇게 말하려나.'
내 입장에선 해명인데, 듣는 사람 입장에선 조금 위험해 보이는 신호가 될 수 있는 답이었던 거지.
그래서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다시 써봤어.
"이전 회사는 업무 강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었습니다.
짧은 기간에 많은 걸 배웠지만,
장기적으론 제 컨디션을 지키기 어렵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경험을 계속 활용하면서도 더 지속 가능한 환경을 찾고 싶었고,
그 과정에서 귀사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이 답도, 아까 답도 모두 사실이야
다른 건 딱 하나.
어디까지 말할지, 내가 스스로 선을 그었느냐 아니냐.
단점을 물을 때도 비슷했어.
"단점이 뭔가요?"
이 질문 앞에서 그 친구는 이렇게 답했대.
"사람 눈치를 많이 봐요. 스트레스를 잘 못 풀어서 자주 지칩니다."
그땐 '솔직해야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믿었대.
근데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스스로를 너무 부족한 사람처럼 소개한 것 같더래.
그래서 이렇게 말해줬어.
"솔직한 건 좋아. 근데 네 마음속 방을 전부 공개할 필요는 없어.
언젠가 같이 일할 사람에게 알아도 되는 만큼만 보여줘도 충분하거든."
그 친구가 조심스럽게 물었어.
"그럼 숨기는 거 아닌가요?"
"아니, 숨기는 게 아니라 '선택'하는 거야.
너에겐 말할 권리가 있지만, 말하지 않을 권리도 똑같이 있거든."
그제야 그 친구 표정이 조금 풀렸어.
'나만 이상한 게 아니었구나' 하는 얼굴로.
얼마 뒤, 그 친구는 또 면접을 봤어.
이번엔 마음을 하나 정하고 들어갔다고 했어.
"다 말하진 않겠다. 대신 거짓말은 하지 않겠다."
똑같은 질문이 나왔을 때, 예전 같으면 팀장 이야기부터 꺼냈을 텐데
그날은 하고 싶은 말 중에 '지금 여기서 굳이 말할 필요 없는 것들'을 마음속에 남겨두었대.
우리는 말을 삼키면 자책부터 해.
'난 왜 이렇게 솔직하지 못하지.'
'왜 자꾸 숨기려고만 하지.'
근데 면접은 네 마음을 다 털어놓고 위로받는 자리가 아니야.
함께 일할 사람을 고르는 자리야.
그 자리에서 필요한 건, 네 상처의 전부가 아니라
"이 사람이랑 같이 일해도 괜찮겠다"는
확신을 줄 수 있을 만큼의 솔직함이야.
어쩌면 구직자에게 정말 필요한 건, '다 털어놓는 용기'가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어디까지 말할지
스스로 선을 그을 수 있는 감각일지도 몰라.
그 감각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아.
말을 너무 많이 해서 후회했던 날,
너무 아껴서 "좀 더 말해볼 걸" 싶었던 날,
그런 날들이 쌓이면서 조금씩 네 기준이 만들어져.
그러니까 예전 면접에서 너무 많이 말해버린 기억이 떠올라도,
그걸 그냥 "망했다"로만 끝내지 마.
그날의 너 덕분에,
오늘의 너는 한 줄쯤 덜 말할 줄 아는 사람이 됐다면
그건 꽤 괜찮은 성장이니까.
한 가지는 분명해.
너에겐 말할 권리가 있고, 그만큼 소중한 말하지 않을 권리도 있다는 거.
면접 자리에서는, 가끔 그 둘 사이에서 조금 더 '나를 지켜주는 쪽'으로 기울어도 괜찮아.
그게 거짓말이 아니라, 네 삶에 경계를 긋는 능력이라는 걸 기억했으면 좋겠어.
- 나는 요즘 면접에서 말을 너무 많이 하는 편일까, 너무 아끼는 편일까?
- 오늘 나를 지켜준 말 한 줄과, 삼키길 잘했다고 느낀 말 한 줄은 뭐였을까?
이 두 가지만 한 번 떠올려 보는 것만으로도
당신의 말과 침묵의 경계가
조금은 더 선명해질지 모른다고
저는 믿고 있어요.
「태도의 균형 – 나의 중심을 지키며 다정하게 이어지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