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는 상상, 두 번째는 경험

경험을 통해 기준이 생긴다

by 든든job


"1년도 못 채우고 나왔어요. 이력서 보면 티가 나잖아요."


짧게 끝난 시간이 마치 낙인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그 시간을 자꾸 줄이려 하고, 말을 아끼고, 먼저 사과하듯 설명을 시작하지.


근데 나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해.

첫 선택은 지도만 보고 따라간 길이었다고.


채용 공고 속 멋진 문장들, 회사 이름이 주는 안정감, 그곳에서 일하는 내 모습.
그때의 우리는 아직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몸으로 충분히 겪기 전이었잖아.
그러니 가장 그럴듯한 그림에 손이 가는 건 자연스러워.




요즘은 더더욱 그렇지.
일하는 방식도, 조직의 속도도, 직무의 형태도 예전보다 빠르게 바뀌고 있잖아.
그러니 첫 선택이 딱 맞을 확률이 처음부터 높지 않은 거야.


문제는 현실이랑 부딪히는 순간이야. 그 때, 사람들은 너무 빨리 결론을 내려버려.


"내가 약해서 그래."
"내가 끈기가 없어서 그래."
"나는 직장생활이 안 맞나 봐."


근데 그건 결론이라기보다 발견이야.
"아, 나는 이런 환경에서 이렇게 반응하는구나." 회사에 들어가 봐야 드러나는 게 있거든.

업무 내용보다 나를 더 크게 흔드는 건 의외로 환경의 리듬이야.




빠른 실행에서 숨이 트이는지, 느린 합의에서 안정되는지.
회의가 많을 때 활기가 도는지, 조용히 몰입할 때 힘이 붙는지.
관계의 밀도, 피드백의 방식, 통제의 강도가 내 하루를 어떻게 바꾸는지.


이런 건 경험하기 전엔 알 수 없어. 퇴근길에 남는 감각이 알려주거든.

"오늘은 유독 기운이 딸리네."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나갔어?"

그 몸의 반응이, 사실은 제일 정확해.


그래서 나는 짧은 경력을 이렇게 부르고 싶어.
'나한테 맞는 조건이 드러난 시간'이라고.




얼마 전 만난 한 사람도 그랬어.
첫 회사를 8개월 만에 정리하고, 본인을 마치 결함 있는 사람처럼 말하더라.

근데 이야기를 조금만 더 듣다 보니 방향은 명확했어.
조용한 사무실에서 혼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수록 기운이 빠졌고, 그렇다고 실적 압박이 강한 환경은 또 견디기 어려웠어.


그러면 남는 선택지가 보이잖아.
사람을 만나되 '압박'이 아니라 '조율'이 중심인 일.
현장과 사무가 적당히 섞이고, 관계를 정리하는 힘이 쓰이는 자리.


그 친구는 결국 교육 운영 쪽으로 방향을 잡았고, 면접에서 이렇게 정리했대.

"첫 직장에서 저는 '업무 내용'보다 '업무 환경'이 제 컨디션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반복 업무보다 사람과 조율하며 흐름을 만드는 일에서 에너지가 살아났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그 강점이 쓰니는 자리로 지원했습니다."




이 말이 설득력 있는 이유는 하나야.
도망친 이야기가 아니라, 가봤던 사람이 배운 걸 말하는 방식이기 때문이야.


면접관이 궁금한 것도 실은 그거야.
"얼마나 오래 있었나"보다, "무엇이 맞고 무엇이 아니었는지, 그래서 무엇을 바꿨는지."


그래서 지금 네가 할 일은 간단해.
첫 경험을 삭제하려 말고, 편집하는 거야.


딱 세 가지만 남겨봐.
숨이 편했던 순간 하나.
유난히 지쳤던 순간 하나.
다음엔 꼭 지키고 싶은 조건 하나.




처음엔 그냥 "취업하고 싶다"였잖아.
지금은 "사람을 만나되 실적 압박은 적은 일", '너무 조용하지 않은 분위기", "조율이 중심인 일"처럼 훨씬 말이 훨씬 구체적이야.


두 번째 선택엔 첫 번째의 걸음이 들어 있어. 그래서 더 정확해.

그리고 두 번째도 안 맞으면?

그때는 또 한 번 방향을 조정하면 돼.


우리는 한 번에 '완벽한 자리'를 찾는 게 아니라, 내 숨이 편해지는 쪽으로 조금씩 옮겨가는 중이니까.

그러니 두 번째 선택 앞에서 너무 겁내지 마.
너는 이미 예전보다 훨씬 선명하게, 너에게 맞는 길을 보고 있어.



✏️ 오늘의 질문

- 첫 선택으로 분명해진 조건은 뭐야?
- 다음 선택에서 꼭 지키고 싶은 조건 한 가지는?


경험을 실패라는 틀에 가두지 말아요.
가 보았던 사람만 남길 수 있는 것들이 있어요.

그걸 하나씩 모으면, 다음 선택은 더 또렷해질 거예요.




▶ 다음 글 예고

「친구가 먼저 도착했을 때 - 비교를 준비로 바꾸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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