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시
사람들은 흔히 스무 살이 넘으면
자연스레 자아정체성이 확립되는 줄 안다.
이제 자신의 미래에 대한
중요한 선택을 내릴 수 있다고 착각한다.
그런데 나이를 먹는다고
꼭 자아정체성이 확립되는 게 아니다.
자아정체성은 말 그대로
내가 나 자신에 대해 잘 아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
우리는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안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흔히들
나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라, 하면
그 시간을 낭비로 여기는 사람이 은근 많다.
그러니까
우리는 자아정체성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채
그저 사람들과의 경쟁만을 부추김 받고는
헐벗은 채로 사회로 내쫓기고 있다.
일단 가장 먼저
나 자신에 대해 알도록 하자.
무엇을 해야 나에게 가장 맞는지를 알고,
무엇을 해야 내가 상처를 덜 받는지 알도록 하자.
그래서 단단해진 채로,
두꺼운 갑옷을 입은 채로,
세상에 나가자.
그것이 비록 느려보일지언정
쉽게 흔들리지 않고
내게 딱 맞는 길이 될 것이다.
우리,
현실을 알기 전에
먼저
나부터 알기로 하자.
# 먼저 나부터 알기로 하자
작가 정용하/2017.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