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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정용하 May 10. 2017

[영화리뷰] 워낭소리

안 팔아!

[영화리뷰] 워낭소리


안 팔아!


비록 십 년이 지났지만, 영화 ‘워낭소리’가 주는 여운은 사람들 가슴속에 여전히 남아 있다. 워낭소리의 흥행은 단연 놀라운 일이었다. 300만에 육박하는 숫자는 결코 쉽게 나오지 않았다. 단순히 영화의 작품성이 있다고 해서 전부 흥행에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더더구나 ‘워낭소리’는 배급에 취약함을 드러내는 독립영화이자 다큐멘터리 영화였기 때문. 영화는 분명 보이는 이미지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특유의 따뜻한 정과 소에 대한 사랑은 사람들의 메마른 감성을 적시기에 충분했다. 아마도 우리는 그러한 인간다움이 그리웠던 듯하다. 일상의 소소함이 사라지고, 오고가는 따스함이 옅어지는 요즘. 주변의 감정이 메마를수록 ‘워낭소리’와 같은 정서를 더욱 그리워할 것이다.  


 

 “안 팔아!”


  우시장에서 최원균 할아버지의 절규와도 같은 외침이 하늘 높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외침은 한동안 내 가슴에 깊이 눌러앉았다. 안 팔아, 란 세 글자가 영화의 모든 장면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주변 사람들의 성화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우시장에 소를 데리고 나왔지만, 막상 도착하고 보니 그것은 30년 지기 소에게 할 짓이 아니었던 것이다. 함께한 세월의 무게가 컸었기에, 그리고 누구보다 할아버지 자신을 알아주는 존재였기에, 할아버지는 소를 쉽게 포기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할아버지의 고집이 고집으로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영화의 한 장면 한 장면에서, 하나같은 마음으로 할아버지를 응원했다. 절대 소를 팔지 말라면서.



  소는 최원균 할아버지의 가장 중요한 가치를 의미했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한 세기 동안 그 가치를 지켜왔다. 누구나 중요한 가치를 하나쯤 품고 있기 마련이지만, 그것은 수시로 변하기 일쑤이다. 일생 동안 그 가치를 유지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일까. 소밥을 챙겨주지 못한다며 논에 농약을 치지 않는, 오랫동안 이어온 최원균 할아버지만의 고집은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주변에서 뭐라 한들, 남들이 어떻게 하든, 할아버지는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걸었다. 툭하면 포기해버리는, 가치보다는 외적인 것에 치중하는, 요즘 사람들의 모습과는 대비되는 부분이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의 말을 무작정 무시하란 뜻은 아니다. 그러나 알맹이 없는 껍데기로 살지는 않았으면 한다. 포기할 수 없는 단 하나의 가치, 의미를 보물 보따리처럼 마음속에 꾹 품고 있어야 한다. 생을 이어가는 동안 소중한 가치를 흔드는 존재는 끊임없이 나타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런 순간에도 최원균 할아버지처럼 묵직하게 가치를 이어나가는 일이다. 영화의 중반부가 넘어갈수록 최노인이 곧 소이고, 소가 곧 최노인으로 느껴졌던 것처럼, 소중한 가치와 자신의 존재를 동일시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영화는 단순히 따뜻한 노부부와 헌신하는 소에 대한 이야기로만 풀려 하지 않았다. 왜 소를 지키고자 했는지, 또 왜 소를 지킬 수밖에 없었는지, 영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그 이유를 표현하면서 우리 사회의 가치 변덕을 꼬집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남들이 중요하다 집어주는 가치 말고, 내가 정말 중요하다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지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가치를 절대 놓지 않는 뚝심이 현대의 사람들에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2017.05.10.

작가 정용하

[영화리뷰] 워낭소리, '안 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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