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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정용하 Nov 03. 2017

영화 <혹성탈출: 종의 전쟁>
블록버스터 영화가 변한다

영화리뷰


영화 <혹성탈출: 종의 전쟁> 블록버스터 영화가 변하고 있다         


 

혹성탈출 시리즈의 완결편
영화 <혹성탈출: 종의 전쟁>     



지난 8월, 3년만에 ‘혹성탈출’ 시리즈의 완결편이 국내에 개봉했다. 2011년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2014년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에 이은 3편 ‘혹성탈출: 종의 전쟁’이다. 전편의 시점에서 약 2년이 흐른 뒤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인간적인 유인원과 비인간적인 인간이 벌이는 치열한 전투와 인간 대 유인원, 대령 대 시저의 구도가 흥미로웠다.   


   

시미안 플루라는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지구에 급속도로 퍼져, 인간은 점차 지능을 잃어 갔고, 반대로 유인원은 진화해 갔다. 그 중심에는 역시 유인원의 리더 ‘시저’가 있다. 짧은 단어만 구사하던 그는 3편에서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유인원들과 소통했다. 눈빛은 더욱 또렷해져 더욱 사람의 얼굴을 닮아갔다. 그는 비교적 인간에 친화적이었다. 그러나 인간들은 그들의 거듭된 진화에 두려움을 느꼈다. 대령을 포함한 인간들은 점점 더 야만적인 존재로 변모하며 종의 전쟁을 선포했다.    


  

영화는 ‘혹성탈출’ 시리즈의 완결편으로서 적절하게 마무리를 지었다. 화려하고 치열한 전투신보다 스토리 위주로 풀어가기 위해 애를 쓴 흔적이 곳곳에 보였다. 소녀 ‘노바’와 나쁜 유인원 ‘배드 에이프’의 등장을 비롯해 언어 능력을 상실한 인간들의 죽음 등 상징적인 장면들이 영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3편도 마찬가지로 작품에 등장하는 유인원들은 전부 컴퓨터그래픽(CG)을 통해 구현됐다. 놀라운 점은 구현 기술이 전편보다 진일보했다. 이제 현실과 CG의 경계가 허물어졌다. 그 점이 영화의 몰입도를 크게 높였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혹성탈출 시리즈의 1편인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부터 볼 것을 추천한다. 차근차근 본다면 영화의 세계관이 눈에 확 들어올 것이다. 또한 그만큼 가치가 있는 영화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구도로 비추어본다면, 시사하는 점이 결코 적지 않다.     




인공지능 대 인간     



영화 <혹성탈출: 종의 전쟁>이 터무니없는 이야기로 들리지 않는 것이, 곧 인간 세상에 닥칠 운명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인원 대 인간의 구도보다 인공지능 대 인간의 구도가 훨씬 현실적이다. AI 기술이 아직 전면적으로 상용화되지 않았지만 이미 그 기술이 상당한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향후 몇 년 후에 인공지능과 로봇, 무인자동차 등이 상용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게 보았을 때, 인간의 편의와 건강을 위해 개발한 기술이 자칫 인류의 멸종을 초래할 가능성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다. 영화 <혹성탈출: 종의 전쟁>이 바로 이러한 점을 경고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건, 인간의 비인간화다. 사실 정과 사랑은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고귀한 감정으로 손꼽힌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그것들을 인간들 스스로 포기했다. 생존을 위해 동물이 되기를 자초했다. 최근 많은 사회 문제 중 하나인 사이코패스적인 범죄의 사례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현 실태에 경종을 울릴만한 부분이다. 우리는 스스로 인간임을 포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씁쓸함마저 들었다.      



그런 점에서 과학은 양날의 검이다. 과학을 종교화하여 종종 그것을 맹신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과학이 우리에게 편의와 생명 연장의 기회를 선사하기도 하지만, 그로 인해 많은 사상을 내기도 한다. 윤리적인 부분이 결코 간과되어선 안 되며, 과학은 옳은 방향으로 사용해야 한다. 기술의 발전이 일자리의 감소뿐 아니라 인류 자체에 위협을 줄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에 관해 세계적·사회적 합의가 꼭 필요해 보인다.      




의미 있는 블록버스터 영화   


  

‘아바타(Avatar, 2009)', ‘인셉션(Inception, 2010)’, ‘인터스텔라(Interstellar, 2014)’, ‘로건(Logan, 2017)’ 등. 최근 블록버스터 영화의 성격이 변하고 있다. 단순히 규모가 크고, 화려함만 추구하던 과거와 달리, 그 안에 ‘의미’를 집어넣기 시작했다. 위에 열거한 영화들 모두 시사하는 의미가 적지 않다. 그만큼 이제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 수준 또한 높아졌다. 단순히 악당만 무찌르면 끝났던 예전의 영화로는 만족을 채우지 못했다. 심지어 그러한 영화들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이 쏟아졌다. 유인원 대 인간의 구도처럼 완전한 선, 완전한 악이 최근 영화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블록버스터 영화가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작가의 한줄평

블록버스터 영화가 이제
그 안에 의미를 집어넣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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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03.

작가 정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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