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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정용하 Nov 13. 2017

[감성에세이]
어디서 나이도 많은 게

감성에세이집 18편

[감성에세이] 어디서 나이도 많은 게  


        

“너는 아직 어려서 잘 모르겠지만...”

“너는 모를 텐데...”      



나는 대화를 나누기 위해 이곳 카페에 왔지, 어린 애 취급을 받기 위해 온 것이 아니었다. 스터디누나는 시종일관 무시하는 듯한 말투로 대화를 단절시켰다. 그 말을 듣자마자 심히 불쾌했고, 괜히 왔다 싶었다. 나는 그저 개인적인 친분을 쌓고 싶어 모임이 아닌 장소에서 대화를 나누려던 것뿐인데. 나를 마치 직장 내 아랫사람으로 여기는 듯했다.     


 

솔직히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하거나 가르치듯 말을 내뱉는 것 자체가 언짢긴 하지만 나이 차이가 어느 정도 나거나 같은 분야의 사람이라면 이해 가능한 범위이기도 하다. 그런데 스터디누나와 나는 단 두 살 차이였다. 나는 스물여섯 살, 누나는 스물여덟 살. 무슨 학창시절의 중학생과 고등학생 차이도 아니고, 같은 이십 대 후반인데 도대체 인지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 건지 모르겠다. 그것도 직장 선후배 사이도 아니고, 그냥 아무 사이도 아닌데.      



스터디누나는 연신 사회생활에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며 대화를 주도했다. 누나는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삼 년 정도 되었다. 그리고 나는 한낱 대학생에 불과했다. 물론, 직장인과 대학생의 갭은 나이와 관계없이 굉장히 크다는 건 충분히 알고 있다. 그리고 직장인의 비애는 겪어보지 않아도 익히 들어왔다. 그런데 그렇다 해도 그 차이를 상대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이용하는 건 옹졸한 행동이었다. 분명 자신도 그런 시절이 있었을 텐데.      



단 두 살 차이라 해도 스터디누나는 내가 마냥 어리게 보였을 수 있다. 일반화할 수는 없어도 내가 아는 누나들은 대개 자기보다 나이 어린 남자는 그냥 어리게만 보더라. 물론 누나의 대화 방식을 내가 존중하고 이해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누나는 나를 무시하기 위해 행한 고의적인 행동은 아니었다. 내가 민감하게 굴었던 부분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직장도 아니고, 친목 모임에서 그런 식으로 말을 하는 건 배려가 아니었다. 굳이 그럴 필요 없었다.    


  

그러니까 스터디누나와 나는 애초부터 서로 맞지 않았던 셈이다. 어디서든 특별한 이유 없이 싫거나 상극인 사람은 존재했다. 이후 나의 불쾌함이 도화선이 되었는지 스터디누나와 크게 싸우는 일이 있었다. 나도 웬만하면 누구와 얼굴 붉힐 정도로 다투지 않는데, 그 누나와는 서로 고함을 치며 날을 세웠다. 그 일로 인해 스터디누나는 모임을 나갔다.   


   

그 일 이후로 나도 내 행동거지와 말투가 조심스러워졌다. 혹여나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식으로 불현듯 폭력을 가하고 있는 건 아닌지. 나는 개인적으로 나이와 상관없이 수평적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모습으로 사는 게 평생 소망이기도 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2017.11.13.

작가 정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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