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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정용하 Dec 03. 2017

영화 <마카담 스토리>
예술영화는 역시 프랑스영화지!

영화후기


[골때리는영화] 영화 <마카담 스토리> 

예술영화는 역시 프랑스영화!   


  

영화 <마카담 스토리> 관점 포인트 셋.    


 

하나. 우리, 가까워질 수 있을까     



에피소드 하나. 생각지 못한 사고로 휠체어를 타게 된 40대 독신남 스테른코비츠. 엘리베이터 수리비를 내지 않아 밤에만 몰래 외출하게 된 그는, 우연히 밤 근무를 하는 간호사를 만나게 된다. 그는 간호사에게 첫눈에 반해 자신을 포토그래퍼라며 거짓말을 하고, 매일 밤 같은 시간 그녀를 만나기 위해 찾아오기 시작한다.    


  

에피소드 둘. 어느 날, 앞집에 왕년의 유명 여배우 잔 메이어가 이사를 온다. 10대 소년 샬리는 그녀가 여배우라는 걸 알고 그녀에 대해 호기심을 품기 시작한다.     


 

에피소드 셋. 불시착 사고로 낡은 아파트 옥상 위로 떨어지게 된 나사 소속의 우주 비행사 존 매켄지. 그는 나사의 도움을 받을 때까지 알제리 출신 하미다의 집에서 머물게 된다. 불어를 할 줄 모르는 존 매켄지와 영어를 할 줄 모르는 하미다가 다소 불편한 동거를 하기 시작한다.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 <마카담 스토리>의 세 에피소드 인물들이 서로 어떻게 가까워지는지 살펴보는 것이 하나의 관점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둘. 괴소리의 정체는 무엇일까     



세 에피소드를 서로 이어주는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없다. 단 하나, 날마다 동네에 울려 퍼지는 괴소리. 그 괴소리의 정체는 무엇이며, 그 소리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영화 말미에 그 정체가 밝혀지지만, 결국 그 소리가 의미하는 바를 추론하지 못했다.     


 

보는 이로 하여금 궁금하게 만든다. 그 소리의 정체를, 또는 의미를 나름대로 추론하는 것도 영화의 흥미로운 관점 포인트가 되겠다.      



셋. 가장 애정이 가는 에피소드는? 


    

세 에피소드 전부 각각의 매력이 있다.   


   

노총각, 노처녀의 때 아닌 풋풋한 사랑.

나이를 뛰어넘은 친구 관계.

시골 할머니가 생각나는 따듯한 정.    


 

나는 개인적으로 독신남과 간호사의 이야기가 가장 좋았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서투른 표현들이 인간 본연의 순수함을 연상시켰다. 인간은 언제나 서투르고, 불완전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 걸러지지 않는 그들만의 감성이 나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혼자라는 걸 들켜버렸다     



솔직히 말하면, 영화는 보는 내내 지루함과 졸음을 몰고 온다. 마치 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의 ‘인간’ 버전을 보는 듯 인물간의 대사도 많지 않다. 게다가 친절하지 않은 배경에 대한 설명까지. 솔직하고 담백한 표현을 좋아하는 나로선 반갑지 않은 요소들이 영화 곳곳에 배어 있었다.   


   

한마디로 몰입감은 떨어지고, 재미도 그다지 없는,

그러나 담고 있는 의미의 크기는 결코 작지 않은 영화.     


 

뭐, 이것이 예술영화의 묘미라면 묘미다. 예술영화의 원조인 프랑스영화답다고 해야 할까. 그렇다고 대중들의 눈을 현혹하는 데 안달이 나 있는 상업영화들이 주를 이루는 영화판에, 직접적으로 인간의 본모습을 들추려는 듯한 시도가 나쁘게만 보이진 않았다. 그리고 영화 <마카담 스토리>에서 나오는 인물들의 모습이 현실과 그나마 가깝지 않던가. 현실은 원래 재미없는 법이니까.    


  

영화 <마카담 스토리>의 인물들은 전부 혼자다. 그들의 모습에서 쓸쓸함과 고독, 외로움 등을 자아낸다. 저마다 길고 긴 사연을 하나씩 품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데, 그들은 어떤 사연으로 인해 혼자가 되었을까.      


10대 소년 샬리의 어머니는 도대체 무슨 일을 하길래, 샬리는 늘 혼자인 걸까. 왕년의 유명 여배우 잔 메이어는 왜 아들과 떨어져서 지내며, 낡은 아파트에까지 흘러 들어오게 된 걸까. 독신남과 간호사는 나이가 차도록 왜 혼자인 걸까. 알제리 출신 하미다의 아들은 어쩌다 교도소 생활을 하게 된 걸까. 나는 인물들의 속사정이 궁금했다.      



한데 이는 곧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우리 현실의 모습이 대개 그렇다. 우리는 혼자다.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이 늘 무리 속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도, 사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홀로 보내며, 항상 외로움과 혈투를 벌이곤 한다.       



우주만큼 외로운 도시의 사람들.     



영화 예고편에 나오는 문구다. 다소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우주비행사 존 매켄지의 존재에는 감독의 명확한 의도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가 뜬금없이 낡은 아파트 옥상 위에 불시착하게 된 것도 중요한 의미를 띤다.      



우리는 우주를 떠도는 물체처럼 외롭기 그지없는 존재지만, 

그 외로움을 달래주는 소중한 인연은 우리의 인생에 불시착하듯 다가온다는 것. 

또는 사람들이 그런 인연을 만났으면 하는 감독의 바람.   


   

점점 더 혼자가 되어가는 우리들. 세상은 홀로 존재할 수 있도록 우리에게 많은 편의를 제공해주지만, 그럼에도 채울 수 없는, 그렇기 때문에 더욱 커져만 가는 지독한 외로움이 존재한다. 감독은 그것을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해소할 수 있다 말하고 있다. 더불어, 인연을 찾으려는 노력을 멈추어선 안 된다고 충고하고 있다. 인연은 운명처럼 찾아오나, 상대방을 알아보는 눈은 개인의 노력에 달려 있기 때문. 영화 속 인물들은 저마다 그 인연을 잡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물론, 혼자가 더 편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소중한 인연을 놓쳐버리는 실수를 저지르진 말자. 인간은 절대로 고독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편안함이 고독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감독의 메시지가 내게 꽤 묵직하게 다가왔다.  



작가의 한줄평

재미는 없지만 의미는 큰,
예술영화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제격


2017.12.03.

작가 정용하

# 사진 출처 - 네이버 스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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