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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정용하 Dec 09. 2017

영화 <프라미스드 랜드>
당신이라면 떠날 것인가

영화후기



영화 <프라미스드 랜드> 당신이라면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          



당신이 맥킨리 마을의 주민이라면,

천연가스 채굴에 동의할 것인가.    


      

영화 <프라미스드 랜드>는 관객들에게 위와 같은 한 가지의 물음을 던진다. 이 물음에 정해진 답은 없다. 누구는 가스 채굴에 동의할 것이고, 누구는 반대할 것이다. 누구의 의견이든 존중받아 마땅하다. 그것이 민주주의니까. 그렇다면 영화 <프라미스드 랜드>를 본 당신은, 어떤 의견에 찬성하시는가.     



세계 최대 규모의 에너지 기업 ‘글로벌’의 협상무패 기록을 가진 최연소 부사장 스티브(맷 데이먼)는 어린 시절을 작은 마을에서 보낸 덕분에 마을 사람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심리를 잘 이용할 줄 알았다. 그는 마을 사람들이 어떤 형편에 처해 있고, 미래에 대해 어떤 걱정을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젊은 나이에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었던 이유도 다 이러한 점 때문이었다. 그러나 역시나 쉬울 줄 알았던 맥킨리 마을에서 생각지 못한 난관에 부딪치게 되는데.     



마을 사람들의 가장 주된 관심사는 역시나 금전적인 문제였다. 빚 청산이나 자식들 대학 학비 마련 등의 문제에 있어서 주민들은 특별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글로벌’의 제안은 마음에 썩 내키진 않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스티브는 주민들의 그런 약점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그러나 화려한 이력의 과학 교사 프랭크를 필두로 한 개발 반대파들의 세도 만만치 않았다. 그들은 돈 이상의 가치가 존재하며, 설사 가난할지라도 그 가치를 지키는 게 옳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그 중 프랭크가 한 말이 인상적이다.     



“우리에게 돈을 쥐어주는 게 돕는 거라 믿겠지만, 그건 땅이 파괴되는 걸 묵인하는 대가 아닌가.”   


  

우리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당하지 않은 수단을 사용하는 것을 항상 경계해왔다. 돈을 준다는데 거절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다만, 그 돈이 그리 깨끗하고 정당하지 않은 돈이라면. 대대손손, 조상들로부터 이어온 전통을 금전적인 이유로 한순간에 망가뜨리는 행위가 과연 옳은 일로 평가 받을까. 이는 확실히, 간단하게 내릴 수 있는 결정 사항이 아니다.      



당신이 맥킨리 마을의 주민이라면 어땠겠는가.    


  




여기서 내 입장을 전하려고 한다. 내게도 확실히 쉬운 결정은 아니다. 이성적으로는, 전통보다는 당장의 생존을 위해 개발에 동의하겠다고 과감히 말할 것 같다. 그러나 이 문제가 당장 내 주변의 문제라면? 보상금을 줄 테니 이십 년 가까이 살던 곳을 떠나라 하면, 나는 어떻게 반응을 할까.     



인간은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동물이다. 자신의 안정된 터전에서 변화가 일어나는 상황을 본능적으로 거부하는 본성이 있다. 이미 적응이 된 이곳은 내게 충분히 안정을 안겨 주는 장소이다. 아무리 돈의 문제가 걸려 있다 한들, 안정과 적응이라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 쉽사리 타지로 이동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떻게든 정을 붙인 곳에서 살고자 할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어렸을 때부터 이십 년 넘게 살아온 용산이란 지역에서 특별한 일이 아니라면 떠나 살고 싶지 않다. 거기엔 금전적인 요소보다 정서적인 요소가 더욱 작용한다.      



그러나 그렇다 하여도 결과적으로 천연가스 채굴에 동의를 할 것 같다. 물론 환경적인 문제도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함으로, 계약서상에 확실한 책임과 보상을 담보 받고, 또 개발 과정의 꾸준한 모니터링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그러나 그 문제에 앞서 중요한 건, 나와 내 가족의 안위다. 정상적인 삶이 가능하도록 일단 최소한의 여건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우리 가정에 심각한 금전적인 문제가 있으면서도, 전통이나 환경을 고집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는 나를, 내 가족을 지킬 의무가 있는 존재다.      



또한 이제 고향이라는 가치가 우리에게 다소 무색하다. 부모님 세대들에겐 아직 그 가치가 여전히 막대한 영향을 끼치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은 한 곳에서 수십 년 동안 정을 붙이고 살기란 굉장히 어려운 환경이다. 어쩔 수 없이 2년마다 집을 옮겨야 하는 가정의 수를 세기란 어렵고, 한평생 노력해도 번듯한 집 한 채 가지기 힘들다. 이젠 더 좋은 여건과 기반을 갖춘 곳을 찾아 철새처럼 이동하는 것이 더욱 자연스러운 행태였다.     


그런 점에서 터전을 지키는 것보단 마을을 떠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한다. 영화 <프라미스드 랜드>는 각자에게 둘 중 하나의 선택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부여했다. 이것이 곧 관전 포인트이자 영화의 묘미라 할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 그 개개인의 답이 궁금해진다. 



작가 정용하의 한줄평

맷 데이먼의 호연,
열린 결말,
이 영화의 매력은 넘쳐난다.


2017.12.09.

작가 정용하

# 사진 출처 - 네이버 스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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