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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정용하 Jan 20. 2018

영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나의 기억을 믿지 마세요

영화리뷰



[골때리는영화] 영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결말,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     




영국 특유의 강한 억양, 무뚝뚝한 얼굴, 토니 웹스터를 연기한 짐 브로드벤트란 배우는 내게 <해리포터 죽음의 성물>의 마법의 약 교수로 기억된다. 사실 비중 있는 배우는 아니었기에 내게 그리 강렬한 인상은 남기지 않았다. 그런 그가 영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에서는 주연 배우로 나온다. 인물의 설정 자체가 워낙 표정이 잘 드러나지 않는 연기가 필요했기에, 그 역할에 짐 브로드벤트는 딱 들어맞는 배우였다.    



  

영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여러모로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특히 결말이 반전을 넘어 충격에 가까웠는데,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한 이들은 꼭 영화를 먼저 보고 나서 이 리뷰를 보기 바란다. 아마 리뷰를 읽기 전에 다시 한 번 영화를 보기 위해 자리를 비울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머릿속이 복잡해지면서, 과거를 회상하게 만드는 그런 영화였다.      






영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어떤 영화인가     




노년의 토니 웹스터는 아내와 이혼을 하고, 자녀와도 떨어져 사는 독거남이다. 그는 작은 카메라 상점을 운영하면서 별다를 것 없는 평범한 삶을 이어가는데, 어느 날 의문의 편지가 그에게 도착한다. 송신자의 이름은 사라 포드, 그녀는 세상을 떠나면서 토니 앞으로 소정의 돈과 일기장을 유산으로 남겼다. 대학시절의 첫사랑 베로니카의 어머니 사라 포드, 그리고 오랫동안 잊고 있던 이름, 친구 아드리안의 일기장. 그러면서 토니는 잊고 살았던 과거의 기억을 하나둘 끄집어내는데, 그 기억이 온전치 않아 40년만에 베로니카를 만난다. 토니와 베로니카는 짧은 연애를 한 사이였지만, 결국 오래가지 못하고 얼마 뒤 아드리안과 베로니카가 만난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그때 토니는 분명 좋은 연애를 하라면서 덕담을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노년의 베로니카를 만나면서 그에 관한 모든 기억이 뒤틀리고,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토니 웹스터는 과거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고, 어디서부터 잘못된 기억을 갖고 있었던 걸까.  



    



기억은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재구성된다     




‘역사는 부정확한 기억이 불충분한 문서와 만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확신이다’    



 

고등학교 시절, 똑똑했던 아드리안이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역사의 정의를 가르치는 역사 선생님의 말에 반기를 들며 꺼낸 주장이다. 그는, 역사는 결국 그 진실은 아무도 모른 채 남아 있는 사람들이 추측과 해석으로 만들어낸 결과라고 말한다. 아드리안의 말은 영화를 전체적으로 관통하는 뼈가 있는 말이었다. 토니 웹스터가 진실이라 믿는 기억도 결국 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재구성된 것이니까.      




토니 웹스터가 아드리안과 베로니카의 연애를 두고 보냈던 편지의 내용은 사람으로서 입에 담을 수 없는 험담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그의 기억 변질은 굉장히 현실적이고 익숙한 현상이었다. 우리는 모두 과거를 자기 입맛대로 기억한다. 나쁜 기억은 버리거나 나를 보호하는 쪽으로 변질시키고, 좋은 기억만 끌어안으면서.      




나 역시 그렇다. 나는 유독 고등학교 시절을 잘 기억하지 못했는데, 그리 행복하지 않았던 그 시절의 기억을 일부러 내 머릿속에서 지워버린 게 아니었을까. 무의식적으로 일어난 자기 보호적 행태일 것이다.  



    



상처 받았던 것만 기억하는 우리, 얼마나 많은 상처를 줬을까     




그러니까 과거의 기억을 확신해내서는 안 된다. 자신이 자그만 성공을 거뒀다고 해서, 으레 자만하거나 뽐내어선 안 된다. 그 성공을 이루기 위해, 또는 내가 여기까지 살아오는 동안, 불특정 다수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줬겠는가. 그것이 나의 의도였든, 무의식적 행동이었든, 나는 분명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줬을 테고, 나는 그 기억을 내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미 재구성을 끝마쳤을 것이다. 보통 상처 받았던 것만 기억하는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상처를 줬을까. 나의 영혼이 작아지는 순간이다.      






카메라의 존재: 조금 더 세심했다면     




첫사랑 베로니카의 인연으로, 카메라의 상점까지 차리게 된 토니 웹스터. 그가 파는 카메라는 대부분 연식이 오래된 것들이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나는 나름대로 해석해 보았다.    



  

카메라는 잊지 못한 첫사랑의 존재였다. 그는 베로니카를 한 번도 잊지 못했지만, 표현도 못하고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는 인물이었다. 조금 더 세심했다면, 좋아했던 베로니카를 잡을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아쉬움이 카메라의 존재로 남은 건 아닐까. 그리고 그것이 현실의 상황으로 이어졌다. 조금 더 세심했다면 토니는 사랑하는 아내와 이혼하지도, 딸에게서 싫은 소리를 듣지도 않았을 텐데. 행복한 가정을 이루며 아쉬움을 덜었을 텐데, 그는 타인의 감정을 읽는 데 약한 모습을 보였다. 영화 말미에 가족들의 마음을 달랬던 건, 그가 과거의 진실을 되찾으면서 본인의 모습을 돌아본 결과였다.  



    



소설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아는 사람은 이미 다 알겠지만, 이 영화는 줄리언 반스의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시킨 작품이다. 많은 사람들이 소설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보라 추천하였지만, 나는 영화만 먼저 본 상태다. 개인적으로 그 순서가 그리 크게 중요하진 않은 것 같다. 영화의 잔상이 뇌리에 진하게 남아, 조만간 소설도 읽어볼 생각이다. 여러분들도 시간이 된다면 꼭 소설을 챙겨 읽기 바란다.      






영화의 결말     



영화를 이해하기까지 시간이 다소 걸렸다. 아직까지도 내가 이해한 것이 맞는지 잘 모르겠다. 물론 소설에 조금 더 자세히 나오겠지만, 영화의 결말에 대해 영화를 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그러니까 아드리안과 베로니카가 사귀었던 건 사실이다. 그런데 토니와 사귈 때처럼, 아드리안도 베로니카의 집에 놀러 갔었던 듯하다. 여기서 사라 포드의 짧은 출연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유와 맞닿는다. 오전에 다른 가족들은 전부 산책을 나가고, 사라 포드가 토니에게 아침을 차려주는 장면이 영화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데, 그녀는 토니에게 성적 매력을 어필했던 부분이라고 한다.(사라 포드가 토니에게, “베로니카에게 너무 맞춰주지 마.”라고 말했던 부분) 아드리안은 그런 사라에게 사랑에 빠져 결국 사라는 임신을 하게 되고, 그 사실에 충격을 받은 아드리안은 자살을 하게 된다. 토니가 베로니카의 자식이라 믿었던 아드리안 2세는 결국 사라의 자식이었던 셈이고, 그는 노산으로 인해 장애를 안고 태어난다. 이 얼마나 소름 돋는 결말인가. 나는 영화의 결말에 충격을 받았지만, 마지막까지 긴장을 이끌고 온 탄탄한 구성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아직 영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보지 못한 이들에게    



 

단연 최고의 영화다. 완성도는 높으며, 배우의 연기는 끝내준다. 나는 개인적으로 영국의 분위기와 영국식 영어의 억양이 마음에 든다. 내가 <해리포터>에 그토록 빠졌던 이유이기도 하다. 낭만적이며, 감성적이다.      



본의와 다르게 상처를 줬던 이들이 떠오른다. 물론 그들은 불특정 다수이기에, 얼굴이 명확히 떠오르진 않는다. 영화를 보고 나의 길지 않은 과거를 반성하게 된다. 현재도 나는 내 아픈 상처만 기억하고 있는데, 반대로 나는 그들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었을까.      




말조심, 행동 조심. 새해는 큰 기대 말고, 이 점만 명심해야겠다. 사람에게 상처주지 않도록 나의 말과 행동을 조심하고 살펴야겠다.      




그나저나 영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정말 강추다.     




지금까지 영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의 골때리는 리뷰였습니다.     



2018.01.20.

작가 정용하

# 사진 출처 - 네이버 스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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