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골때리는영화] 영화 <문라이트> 제작비 17억으로 세상을 바꾼 기적의 영화
제 89회 아카데미 작품상, 각색상, 남우주연상, 제 74회 골든글러브 최우수작품상을 차지한 영화. 이밖에도 전 세계 영화제 152관왕 석권한 영화. 그리고 브래드 피트의 제작 참여로 개봉 전부터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영화. 제작비 17억의 저예산으로 이룩한 놀라운 수상 기록들.
바로 영화 <문라이트>에 따라붙는 수식어들이다. 영화 <문라이트>는 2016년 명실상부 최고의 영화로 손꼽힌다. 그러나 국내 개봉 1년이 넘은 지금 시점에도 영화는 우리에게 다소 생소하게 다가온다. 그 이유를 하나 꼽자면 역시 규모의 차이를 들 수 있겠다. 영화 <문라이트>는 재미보다 의미를 우선하는 저예산 예술영화인 만큼 거대 배급사를 등에 업은 여타 상업영화와의 경쟁에서 이기지 못했다.
그렇지만 나는 이 영화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영화는 다양성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우리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당신도 분명 이 영화의 매력에 빠질 거라 확신하는 바다.
시선을 끄는 예쁜 포스터
본격적인 영화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포스터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낼까 한다. 진한 파란 색의 포스터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렇게 강렬한 영화포스터가 여태껏 있었나 싶을 정도다. 그러나 포스터는 단순히 예쁘다는 평을 뛰어넘어 영화의 메시지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
일단 포스터를 자세히 보면, 한 사람처럼 보이는 인물이 사실은 세 사람이다. 아, 정확히 말해 극중 주인공을 연령대 별로 나눠놓은 것이다. 이처럼 영화는 연령대 별로 3막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아이 리틀(알렉스 히버트), 소년 샤이론(에쉬튼 샌더스), 성인 블랙(트래반트 로즈)의 이야기가 차례차례 이어졌다.
강렬한 파란 색은 푸른 달빛을 표현한 거였다. 이와 관련된 내용이 영화 초반에 나온다. 영화의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가 바로 후안이다. 나 역시 후안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었는데, 어린 시절 그와 같은 따듯한 어른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을 정도였다. 마약거래상인 후안은 아이 리틀과 우연히 만나 그를 데리고 다니면서 인생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전해준다. 그중 하나가 달빛에 관한 이야기였다.
어느 날, 후안과 리틀은 바다로 수영을 하러 가는데, 후안은 거기서 리틀에게 수영을 가르쳐주면서 어린 시절 어떤 할머니에 관한 일화를 들려준다. 자신이 늦은 밤중에도 뛰어노는 모습을 보고 할머니가 이러한 말을 해주었다고 한다.
“닻빛을 쫓아 뛰어다니는구나. 달빛 속에선 흑인 아이들도 파랗게 보이지.”
마음을 울리는 이 짧은 말이 영화를 가르는 핵심적인 말이었다. 이는 신임 감독 배리 젠킨스가 담고자 했던 메시지이기도 했다. 푸른 달빛 아래 우리는 모두 똑같다는 것. 영화는 그것을 잔잔하면서도, 마음을 흔드는 방식으로 찬찬히 풀어나갔다.
영화 <문라이트>는 어떤 영화인가
주인공 샤이론은 흑인이자 동시에 동성애자였다. 아직도 세상은 흑인,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이 여전했다. 그런데 샤이론은 이 두 가지 운명을 다 안고 태어났다. 이것만 보아도 영화의 양상이 어떻게 흘러갈지 어렴풋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영화는 억눌린 감정을 끝까지 폭발시키지 않고 잔잔함을 이어갔는데, 오히려 그러한 구성이 주는 메시지의 힘은 강력했다.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했다. 마이애미를 배경으로 한 흑인 아이가 소년, 성인으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겪는 따뜻하고 푸른 이야기를 다뤘다. 영화는 눈을 사로잡는 특정 사건 없이도 영화의 몰입을 이끌어냈다.
푸른 달빛 아래 우리는 모두 똑같다
영화가 하고 싶었던 말인 바로 이것. 먼 나라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나의 이야기인 마냥 깊이 빠져드는 것은 왜일까. 우리의 현실이 그와 다르지 않은 까닭은 아닐까. 우리는 돈, 외모, 직업 등으로 계급을 만들거나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 지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극렬한 차별을 만들어냈다.
모두 똑같다는 말이 왠지 모르게 위로를 줬다. 후안과 케빈의 존재처럼, 나를 그저 똑같은 한 사람으로 여겨주는 주변의 소중한 존재 덕분에, 이처럼 나는 상처와 아픔을 딛고 인생을 살아갈 수 있었던 건 아닐까. 아마 그 존재들이 없었다면, 나는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존재가 되었을 것이다.
당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사람은 누군가요?
블랙, 너는 누구야
케빈은 10년만에 만난 달라진 블랙에게 이렇게 묻는다. 왜소하고 의기소침하던 소년 샤이론이, 화려한 치장을 한 채 마약거래상 블랙으로 나타났으니, 그럴만했다. 어린 시절 마약 중독자인 어머니 때문에 그렇게 힘든 시절을 보냈으면서도 결국 마약거래상이 되어버린 블랙의 삶이란. 이것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블랙도 이와 같은 삶을 분명 원하지 않았을 터인데.
“언젠가는 뭐가 될지 스스로 결정해야 해. 그 결정을 남에게 맡기지 마.”
-후안이 리틀에게 해주었던 말
그러나 이것이 인생이었다. 우리는 누구도 우리가 원하는 대로 인생을 살지 못한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 수밖에 없는 게 인생이었다. 그만큼 우리의 존재는 한없이 미약했다. 우리가 인생을 결정할 수 있다고 세상은 말하지만, 과연 정말 그러할까. 그와 같은 의문이 강렬하게 남았다. 블랙의 삶은 묘하게 우리의 삶을 닮아 있었다.
화려한 수상 기록, 세상을 바꾼 기적의 영화
1. 최초 아프리칸-아메리칸 흑인 감독의 최우수작품상
감독 배리 젠킨스는 미국 흑인 감독으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감독이 되었다. 더욱 놀라운 점은, 그는 1979년 생에 불과한 신인 감독이라는 점이다. 이 영화로 그는 영화 <라라랜드>의 데이미언 셔젤 감독과 함께 미래를 이끌 천재 신인감독으로 높이 평가받았다.
2. 최초 모든 출연진이 흑인 배우인 최우수작품상
흑인이 주연인 영화는 흔하게 볼 수 있지만, 전 출연진이 흑인인 영화는 거의 보기 힘들다. 이는 상업적인 이유가 절대적이다. 그러나 영화 <문라이트>는 전 출연진이 모두 흑인 배우인데도 불구하고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을 거머쥔 첫 번째 작품이 되었다.
3. 최저 제작비 최우수작품상
영화 <문라이트> 제작예산은 17억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는 제 28회 수상작인 ‘마티’의 320만 달러보다 무려 2배나 낮은 기록이다. 엄청난 기록이라 할 수 있다.
(텐아시아 ‘‘문라이트’ 세상을 바꾼 #최초 #최저의 기록들’ 참고)
아직 영화 <문라이트>를 보지 못한 이들에게
동성애에 관한 영화인 만큼, 다소 민감한 주제라 할 수 있다. 그래서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다. 그러나 다양성 문제에 있어 충분히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 <문라이트>는 작품성이 뛰어났다.
게다가 영화는 우리의 인생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볼 수 있게 해주었다. 지금의 삶이 어린 시절 내가 꿈꾸던 인생이 맞는지, 그리고 그 시절 꿈꾸던 인생은 무엇이었는지, 생각에 잠기게 만들었다.
제 89회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이란 영예의 자리에 오른 영화 <문라이트>. 아직 보지 못했다면 강력하게 추천하는 바이다.
지금까지 영화 <문라이트>의 골때리는 리뷰였습니다.
2018.01.27.
작가 정용하
# 사진 출처 - 네이버 스틸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