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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정용하 Apr 15. 2018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건축학개론 일본버전

영화리뷰



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건축학개론’ 일본 버전이랄까, 일본영화     



스무 살의 사랑. 당신의 스무 살은 어땠나요.      


지금은 아무 느낌 없는 사소한 일상이, 돌이켜보면 그때는 모든 것이 새로웠다. 캠퍼스 교정을 걷는 것만으로 이상하리만치 기분이 들떴고, 지나다니는 여자만 봐도 가슴이 설레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마냥 신이 났고, 새롭게 사귄 사람과 평생 관계가 유지될 줄 알았다. 열심히 학교생활을 한다면 밝은 미래가 기다릴 것 같았고, 나도 가슴이 들끓는 뜨거운 사랑을 한 번쯤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종이로 따지면 깨끗한 백지 상태였기에 상처에 대한 두려움 없이 감정이 이끄는 대로 상대를 한없이 좋아할 수 있었다. 기쁘면 그냥 기뻐했고, 슬프면 그냥 슬퍼했다. 좋아하면 그냥 표현했고, 사랑하면 그냥 고백했다. 그땐 감정이 그냥 거름망 없이 그대로 튀어나왔다.     



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는 기본적으로 스무 살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어 그때의 향수를 한껏 자아낸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남자 주인공 ‘미나미야마 타카토시(후쿠시 소우타)’와 여자 주인공 ‘후쿠쥬 에미(고마츠 나나)’가 나누는 사랑은 대부분 인생 처음의 것이었다. 그러나 한 사람에게 처음이 상대방에겐 곧 마지막이었다.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둘의 엇갈린 운명. 같이 나이 먹을 수 없고, 평생 함께할 수 없다는 데서 오는 안타까움은 마지막으로 갈수록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는 타임루프 영화다. 남자의 내일은 여자의 어제다. 남자의 모레는 여자의 엊그제다. 둘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이 말이 쉽게 이해가 되는가. 솔직히 나는 영화의 중반부까지 그 시간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나의 내일이, 너의 어제? 한데 왜 30일밖에 못 만나지? 그럼 에미의 세계는 대체 어떻게 흐르는 거지? 왜 둘은 서로 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지? 나는 그 개념을 이해하는 데 시간을 한참 소비해야 했다.     




그러나 영화의 후반부로 향해 갈수록 궁금증은 자연스럽게 풀렸다. 그러는 동시에 감동의 파도가 나를 덮쳤다. 처음이 곧 마지막이라니, 얼마나 슬픈 일인가. 둘의 첫날, 아니 타카토시가 에미를 발견한 첫날, 길거리에서 그녀에게 어렵사리 말을 붙였던 순간이, 에미에겐 그를 볼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이었던 것이다. 등을 돌려 울음을 쏟아내던 에미의 모습이 긴 여운으로 마음에 남았다.     





슬픔과 동시에 한편으로 그들이 부러웠다. 나는 단 30일만이라도 그런 사랑을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그만큼 그 둘이 나눈 사랑은 보는 내내 웃음 짓게 만들었고, 말 그대로 사랑스러웠다. 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를 보고 나니, 몹시 사랑이 하고 싶어졌다.     





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의 명대사     







타카토시: 함께 나누고 싶다고 자연스레 생각하는 것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이런 것이라는 걸






타카토시: 나에게 처음이었던 건 전부 다 에미에게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마지막이었던 거야


    




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를 아직 못 본 사람들에게     




일본영화 특유의 감성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물론 이미 봤을 테다. 전형적인 일본영화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평소 일본영화를 접하지 못했던 사람이라면 그 시작을 이 영화로 해도 좋을 것 같다. 스토리가 안정적이고 신선하다. 일본의 대학 문화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아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도 여럿 있다. 또 다른 스무 살 영화 우리나라의 ‘건축학개론’을 즐겨봤던 사람이라면 이 영화도 충분히 좋아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나는 ‘건축학개론’ 생각이 많이 났다. 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는 묵직한 여운을 남기는 영화다.      



# 지금까지 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의 골때리는 리뷰였습니다                         




2018.04.15.

작가 정용하

# 사진 출처 - 네이버 스틸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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