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첼 맥아담스의 독보적인 ‘사랑스런 연기’
나에게도 시간여행 능력이 생긴다면.
되돌리고 싶은 사소한 순간들이 너무나 많다. 만약 그때 내가 그녀를 한 번 더 잡았다면, 우리의 운명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만약 그때 순간의 기분을 참고 넘겼다면, 내가 겪었던 불행의 개수는 줄어들지 않았을까. 나에게 시간여행 능력이 주어진다면, 나는 관계 사이에서 벌어졌던 실수나 갈등을 원만하게 바로잡았을 것이다. 몇몇 순간은 꼭 그러고 싶은 후회의 순간이었다.
2013년 12월 개봉했던 영화 <어바웃 타임>은 비록 눈에 띄는 스코어(339만 관객)를 기록하진 못했지만 로맨스영화의 명작 계보를 이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로맨스 명작 ‘노트북’, ‘러브 액츄얼리’, ‘이터널 선샤인’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사실 이와 같은 평가는 연출진과 출연진만 봐도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 <어바웃 타임>의 연출을 맡은 감독이 바로 영화 ‘러브 액츄얼리’를 흥행시킨 리차드 커티스 감독이었고, 여주인공 또한 로맨스 대명사로 손꼽히는 영화 ‘노트북’의 레이첼 맥아담스였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군더더기 없는 영화다. 연기면 연기, 스토리면 스토리, 연출이면 연출, 의미면 의미,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기존 명작들이 갖추고 있던 품격을 모두 지니고 있는 작품이다. 그중에 최고를 하나 꼽으라 하면, <어바웃 타임>은 역시 출연진이 유독 눈에 띄었다. 하나 같이 전부 매력이 터져 나오는 인물들이었다. 로맨스영화는 확실히 출연진의 매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했다. 그들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사랑스런 연기를 하냐에 따라 영화의 흥행이 좌지우지 됐다. 그런 점에서 팀 역을 맡은 도널 글리슨과 메리 역의 레이첼 맥아담스를 비롯해 빌 나이(팀 아빠), 리디아 윌슨(킷캣) 등의 매력은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어쩌면 이런 완성도 있는 영화가 흥행하지 않기란 오히려 불가능한 일이었다.
한 배우가 ‘인생작’을 하나만 만들어도 그 배우의 커리어는 성공했다 말할 수 있는데, 레이첼 맥아담스는 그걸 두 작품이나 만들었다. 심지어 로맨스영화로만 두 작품이었다. 이 정도면 그녀가 좋은 영화를 만났다기보다 만든 것에 가까웠다. 그녀가 있었기에 ‘노트북’도 있었고, ‘어바웃 타임’도 있을 수 있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그녀의 명작 제조 비결은 무엇일까. 나는 그녀의 ‘싱그러운 미소’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미소에는 무언가 특별함이 담겨 있다. 보는 이로 하여금 무장해제 시킬 뿐 아니라 시선을 확 끌어당겼다. 나는 그것을 ‘진정성’이라 표현하고 싶다. 웃고 있으면 단순히 연기가 아니라 진심으로 웃는 것 같다. 그녀의 미소를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그것에 깊이 빠져 들었다.
팀: 이제 난 시간 여행을 하지 않는다. 하루를 위해서라도 그저 내가 이날을 위해 시간 여행을 한 것처럼 나의 특별하면서도 평범한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며 완전하고 즐겁게 매일 지내려고 노력할 뿐이다.
오늘을 마지막처럼.
감독의 의도는 결국, ‘오늘을 마지막처럼’ 살라는 말인 것 같다. 그러다 보면 그 속에서 소소한 행복들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감독의 말에는 어폐가 있다. 극중 주인공 팀이 더 이상 시간여행 능력을 사용하지 않는 데는 단란한 가정이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시간여행 능력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행복한 가정을 꾸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감독의 의도대로 영화를 해석하기엔 팀이 비현실적인 능력을 너무 많이 사용했다.
그렇다 해도 그 뜻 자체에서 주는 교훈은 충분히 좋은 자극이 되었다. 특히 요즘 같이 욕심만 커져가는 현실에서는 더더욱이나. 못 가진 것만 바라보기보다, 이미 충분히 가진 것들을 되돌아보며 기분 좋은 충만함을 누릴 수 있다면, 삶은 분명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오늘만이, 아니 지금 이 순간만이 내 의식의 전부였으니까.
2018.06.17.
작가 정용하
# 사진 출처 - 네이버 스틸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