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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정용하 Jun 13. 2018

<허스토리> 위안부 문제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관부재판 실화 담은 영화 <허스토리>



“굉장히 많이 만들어진 소재인 것 같지만 많이 만들어진 상태도 아니다. 이제 시작이며 앞으로 더 많은 이야기가 다뤄져야 한다.”     



지난 7일 <허스토리> 언론시사회에서 이번 영화의 연출을 맡은 민규동 감독이 한 말이다. 최근 몇 년간 일본군 ‘위안부’ 소재로 한 영화가 잇달아 개봉한 건 사실이다. 특히 작년 개봉한 <아이 캔 스피크>가, 위안부 문제는 과거의 역사가 아닌 현실의 문제라는 경각심을 제대로 심어주었다. 관부재판 실화를 담은 <허스토리>는 그를 잇는 위안부 영화다. 같은 소재지만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위안부 문제가 결코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영화는 다시 한 번 일러주고 있다.       



위안부 문제를 소재로 한 영화는 앞으로도 더 나와야 한다. 아직 부족하다. 일본 정부의 진실된 사죄와 피해자 보상이 이뤄질 때까지 위안부 문제는 끝난 게 아니다. <허스토리>를 통해 그것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 번 되새길 필요가 있다. 영화는 오는 6월 27일 개봉한다.





관부재판이란

관부재판(關釜裁判 시모노세키 재판)이란 1992년 12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3명과 근로정신대 피해자 7명, 총 10명이 원고가 되어 일본 야마구치 지방재판소 시모노세키 지부에 재소하며 진행된 역사적 재판을 말한다. 시모노세키(관關)와 부산(부釜)을 오가며 재판을 했다 하여 ‘관부재판’이라 불렀다.     



관부재판은 일본정부 상대로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에 걸친 소송 끝에 일본군 ‘위안부’ 관련한 일본 정부의 책임이 인정된 최초의 사례다. 일본 정부가 입법의 의무가 있음에도, 입법을 하지 않아 원고(피해자)의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인정한 것이었다. 그러나 2001년 일본 정부의 항소로 히로시마 고등재판소에서 패소했으며, 2003년 대법원에서 항소를 기각하며 최종 패소했다.      



관부재판은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수면 위로 올린 굉장히 유의미한 역사적 사건임에도 일반 국민들은 이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내 아내의 모든 것> 민규동 감독이 연출을 맡은 이유일 것이다.           





기존 위안부를 다룬 영화와의 차이점

민규동 감독은, “위안부 영화를 하면 민족의 희생양, 꽃다운 처녀, 짓밟힌 자존심 같이 획일화된 이미지가 있다. 이에 많은 사람이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가 잘 모르는 개별 할머니들의 아픔을 다루고자 했다. 한 명의 여성이자 인간으로서 숨기도 하고 도망가기도 했던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다”고 그 차이점을 짚었다.      



<허스토리>는 개별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담고자 노력했다. 같은 아픔이어도 그 스토리는 저마다 달랐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에 들을 수 없었던 근로정신대 피해자의 아픔도 이번 영화에서 다뤘다. 하나같이 슬프고 울분이 터지는 이야기였다. 과거를 잊은 자에겐 미래가 없었다. 우리는 위안부 문제를 절대 잊어선 안 되었다.     



90년대 생인 나는, 실제로 그 당시 위안부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었다는 얘기를 믿을 수가 없다. 그래서 피해자들은 주위에 말도 못하고 그 아픔을 오랜 시간 혼자 감내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단다. 전혀 잘못한 것이 없는 그들이 왜 숨어야 하고 함구해야 했을까.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지금 역시도 일본 정부의 사죄를 받기까지 지난한 과정이 남아 있으니, 답답하기 그지없다. 이제 증언만이 유일한 증거가 되는 위안부 피해의 생존자들이 몇 분 남지 않았다. 살아 계실 때 제발 이 문제가 해결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진정한 여성영화

<허스토리>는 주연이 여성이다. 이 당연하고 자연스런 일이 한국영화에선 그간 보기 어려웠다. 연기력은 말할 것도 없고, 무게감도 충분한데 왜 여태껏 여성 주연 영화가 잘 나오지 않았던 걸까 의문이 든다. 여성 주연 영화는 성공하지 못한다는 일종의 고정관념 때문일까. 그건 말도 안 된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써니> 등을 통해 이미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충분히 증명해 보이지 않았던가. 앞으로 여성 주연의 영화를 자주 볼 수 있기를 바란다.



<허스토리>의 배우진만 봐도 영화의 기대감이 상승했다. 돈 많은 여행사 사장으로 6년 간 진행된 재판을 이끈 원고단의 단장 문정숙 역할을 맡은, 배우 ‘김희애’. 말이 필요 없는 국민 엄마, 배우 ‘김해숙’.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에서 자홍의 어머니로 관객들에게 뜨거운 눈물을 선사한, 배우 ‘예수정. 영화 ’뷰티 인사이드‘에서 우진의 어머니 역할을 맡은, 배우 ‘문숙’. 다양한 영화에서 감초 역할을 도맡았던, 배우 ‘이용녀’ 등. 말이 필요 없는 대배우들의 호연이었다.



특히 영화 <허스토리>는 김희애의 ‘재발견’이라 할 수 있었다. 기존의 곱고 여성스런 이미지에서 완전 탈피하여 걸쭉한 부산 사투리를 내뱉는 터프한 여사장에 완벽하게 빙의했다. 영화를 위해 살도 찌우고, 부산사투리와 일본어도 배웠다고 하니 그 열정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흥행 가능성

영화 <허스토리> 연출은 민규동 감독이 맡았다. 그는 <내 아내의 모든 것>, <간신> 등을 통해 이름을 날린 감독이었다. 그간 그의 성적을 보면 <허스토리>의 흥행 여부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2012년 <내 아내의 모든 것> - 458만

2015년 <간신> - 110만



이제훈, 나문희 주연의 <아이 캔 스피크>가 ‘328만’이란 성적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이번 <허스토리> 또한 그에 비슷한 수준일 가능성이 있다. 한 ‘430만’ 정도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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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3.

작가 정용하

# 사진 출처 - 네이버 스틸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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