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2016년 <동주>, 2017년 <박열>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이준익 감독이 오는 7월 4일, 영화 <변산>으로 돌아온다. 주연은 <동주>에서 함께했던 배우 박정민, 드라마 <도깨비>로 연일 주가를 높이고 있는 배우 김고은이다. ‘충무로의 기대주’인 둘은 이전 작품들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는데, 이번 영화에서도 둘의 단단한 연기력을 확인할 수 있다. 배우 박정민과 김고은이 영화를 다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둘의 케미와 연기는 가히 볼만하다.
지난 6월 26일,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영화 <변산>의 시사회가 진행됐다. 배우들의 시사회 인사 일정 없이 영화만 관람했다. 한마디로 아주 즐거운 영화였다. 상영관 내부는 관객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중간 중간 내레이션처럼 깔리는 박정민의 랩은 어깨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코믹과 랩의 조합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거기에 학창시절의 이야기, 가족의 이야기 등 잔잔한 감동까지 깔리니 다채로운 매력을 더했다.
7월 4일 개봉하는 이준익 감독의 ‘청춘3부작’ 마지막 영화 <변산>, 많이 기대해도 좋다.
“고향바닥 좁잖혀.”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다. 전라도 사람이 전라도 사투리를 들어도 웃길까. 나는 줄곧 서울에서 자라 사투리에 익숙하지 않다 보니 맛깔난 전라도 사투리에 더욱 재미를 느낀 것 같다. 그들은 평범한 상황에서도 평범한 말로 넘어가는 법이 없다. 예상을 깨는 특유의 전라도 표현으로 말을 받아치는데 그렇게 웃기지 않을 수가 없다. 확실히 정겹고 맛깔난 사투리가 영화 <변산>의 대표적인 매력 포인트다.
영화 <변산>은 뜨거운 더위를 날려버리는 시원한 영화다. 러닝타임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고, 고향에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일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중간 중간 진지한 대화가 오가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는데, 웃음과 진지의 조화가 상당히 괜찮다. 진지한 상황에서도 웃음으로 반전을 주는 장면도 여럿 나온다. 영화를 보고 나면 개운한 기분으로 스트레스를 한껏 날려버릴 수 있을 것이다.
영화 <변산>은, ‘박정민 김고은이 다 했다’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그들의 단단한 연기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배우 박정민은 영화 <동주>에서 ‘송몽규’ 역을 맡아 북한 사투리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더니, 이번 영화에서는 전라도 사투리를 맛깔나게 쏟아냈다. 실제 그는 충청북도 충주 출신으로 경기도 성남시에서 성장했다고 하니, 그 사실이 실로 믿기지 않는다. 공부를 잘해 고려대 인문학부에 입학하기도 했지만 연기에 뜻을 두어 영화배우의 길을 걷게 되었다는 배우 박정민. 평소 글도 꾸준히 써 그는 2016년 ‘쓸 만한 인간’이란 산문집을 내기도 했다. 이것만 봐도 내공이 탄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으로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 어떠한 배역도 자기 것으로 소화해내는 배우 박정민의 모습을 보면서 대배우가 될 잠재력을 보았다. 즐거운 마음으로 우리 함께, 그의 성장을 지켜보자.
영화 <변산>의 재미와 감동을 한층 끌어올리는 데 있어 배우 김고은의 존재감도 빠질 수 없다. 비교적 짧은 연기 커리어에도 불구하고, 영화 <은교>의 ‘한은교’, 드라마 <도깨비> ‘지은탁’ 등 이미 굵직굵직한 커리어를 쌓았다. 그녀가 놀라운 점은, 어떠한 작품도 캐릭터가 겹치지 않고 새롭다는 것이다. 그만큼 그녀의 도전은 역동적이면서 열정적이었다. 이번 작품에서도 전라도 토박이 ‘선미’ 역을 소화하기 위해 ‘8kg’을 증량했다고 하니 연기에 얼마나 열정을 갖고 임하는지 알만했다. 그 결과, 그녀는 ‘촌티’나는 전라도 토박이로 완벽히 빙의하면서 작품의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영화를 보는 내내 대단한 배우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그녀는 향후 10년 후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로서 성장할 것이 분명해 보였다.
선미: 값나게 살진 못해도 후지게는 살지 말어!
영화 <변산>의 또 하나의 매력포인트는, 뮤지컬영화를 방불케 하는 ‘a.k.a. 심뻑’의 랩이었다. 학수의 복잡한 심정이 내레이션처럼 중간 중간 깔리는 것이 새로웠고, 그럼으로써 학수의 마음이 효과적으로 잘 전달되었다. 그러면서도 신나는 비트로 영화의 분위기가 너무 가라앉지 않게 하는 효과도 있었다. 특히 랩의 가사를 배우 박정민이 직접 썼다는 데 주목이 갔다. ‘글 쓰는 배우’ 박정민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당초 이준익 감독의 시나리오엔 학수의 직업이 ‘단역배우’로 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트렌드가 랩이기도 하고, 그것을 잘 소화해낼 수 있는 적합한 배우 박정민이란 배우가 있기에, 이준익 감독은 과감히 학수의 직업을 바꾸기로 마음먹는다. 나는 그의 선택이 탁월했다고 생각한다. 영화 <변산>은 배우 박정민의 재발견일 뿐 아니라 이준익 감독의 다양한 연출 스펙트럼을 여실히 보여주는 좋은 작품이었다.
영화 <변산>의 하나의 큰 줄기는 가족 간의 엉킨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과정에 있다. 어린 시절 밖으로만 나다니는 아버지에 큰 상처를 받고 없는 존재로 살아간다는 비교적 뻔한 사연이지만, 그 디테일엔 우리 모두가 충분히 공감할 만한 가족 간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시대 아버지는 왜 꼭 나이가 들고 노쇠해지고 나서야 가족을 향한 사랑을 울부짖는 걸까. 한창 나이에는 그토록 무관심하고, 모진 말만 쏟아내더니. 그래도 아버지는 아버지기에,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 했던 고생을 알기에, 우리는 대부분 아버지를 용서하고, 다시 사랑한다. 그것은 전부 가족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개인적으로 학수와 학수 아버지의 관계를 보면서 나와 내 아버지가 떠올랐다. 아직도 애증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틈만 나면 마찰을 일으키는 아버지와 나. 자존심과 고집이 너무 센 우리 둘이기에 언제쯤 다정한 말을 주고받을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그래도 나의 하나뿐인 아버지기에 나는 아버지를 내 소중한 관계 리스트에서 뺄 수가 없다. 부디 다정하게 지낼 날이 너무 늦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브런치 [무비 패스]의 지원을 받고 작성된 글입니다
2018.07.01.
작가 정용하
# 사진 출처 - 네이버 스틸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