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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정용하 Jul 17. 2018

싱글라이프를 위한 책
<혼자가 좋다> 1인가구의 시대



아직도 그런 시선이 우리 주위에 존재한다. 연애를 오랫동안 하지 못한 사람은 어딘지 모르게 성격에 ‘하자’가 있거나 덜 떨어질 거라는. 물론, 그 말에도 일리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연애를 오랫동안 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는 건 좀 문제가 있다. ‘혼자’라고 해서 꼭 ‘외톨이’인가. 혼자는 그냥 말 그대로 혼자일 뿐이다. 그 단어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울 필요는 전혀 없다.     



매력으로 따지면, 오히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줄 모르는 사람이 더욱 매력이 떨어진다. 그들은 어떠한 소속감이나 의지의 대상이 있어야만 제대로 된 생활이 가능한 의존적인 사람일 뿐이다. 혼자서 잠시도 있지 못하고, 끊임없이 타인으로부터 인정과 사랑을 받아야만 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사람이 뭐가 매력이 있겠는가. 반대로 오래 혼자인 사람이 더욱 생활력이 강하고, 자신의 삶을 즐길 줄 안다.     



‘혼자’라는 것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운 장본인은 바로 혼자가 두려운 사람들일 테다. 그들은 혼자가 되는 게 두렵기에, 반대급부에 있는 사람들을 상대로 ‘외톨이’, ‘약함’, ‘위태로움’, ‘외로움’ 등의 부정적인 말을 끊임없이 생산한다. 정작 혼자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은 그러한 부정적인 말을 전혀 실감하지 못하는데. 오히려 그들은 혼자라는 상태에 더없이 만족하고, 자기 시간을 충분히 즐길 줄 안다.      



프란치스카 무리 작가의 <혼자가 좋다>는 싱글라이프를 위한 책으로서, 혼자라서 얻을 수 있는 장점들을 21가지로 구분해 나열한 책이다. 특히 연약하고 여성적인 이미지 때문에 주로 피해를 받는 여성들에게, 작가는 혼자 사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혼자가 두려운 당신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2018년 5월 28일 출간된 <혼자가 좋다> 책리뷰.      


    



# 1인가구의 시대. 혼자로서의 삶.

왜 혼자로서의 삶을 살지 않으려는지 모르겠다. 왜 서로 안 맞는 사람끼리 기어코 같이 사려는지 모르겠다. 나는 혼자로서의 삶이 점점 더 좋아진다. 점점 더 충만감을 느껴 간다.      



우선 모든 시간을,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해 쓸 수 있다. 내가 계획한 대로 시간을 써도 누가 뭐라 할 사람이 없다. 특히 연애할 때보다 쉴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 지친 마음을 달래고 활력을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주어진다. 내게 맞는 생활리듬대로 딱 맞춰서 몸을 움직일 수 있다. 전체적으로 컨디션이 큰 기복을 보이지 않는다. 고루하게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나를 위해서만 시간을 쓸 수 있기 때문에 혼자라는 상태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      



사람을 만나고 싶을 때 원하는 시점에만 만날 수 있다. 가족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 여러 친한 친구들을 돌아가면서 볼 수 있다. 가장 좋은 건, 별로 보고 싶지 않을 때, 힘들고 피곤할 때, 양해를 구하고 보지 않아도 된다. 그 시간을 오로지 나의 휴식을 위해 쓸 수 있다. 일과 삶의 조화를 나에게 맞춰 만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여건이 생긴다.      



이렇게 좋은데, 왜 혼자로서의 삶을 살지 않는 걸까. 왜 굳이 피곤하고 맞지 않는 둘로서의 삶을 살려는 걸까. 요즘 들어 이해가 안 될 때가 많다.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결심하는 이유로 ‘안정’을 꼽는다. 그런데 과연 정말 결혼을 하면 그 ‘안정’을 얻을 수 있는 걸까. 나는 그 사람들의 맹목적인 믿음에 반신반의한다. ‘안정’이란 게 뭔데. 심리적인 불안으로부터 벗어난 상태를 말하는 것이라면, 결혼은 그다지 합리적인 선택은 아니다. 심리적 안정은 타인이 주는 게 아니다. 그걸 원하고 강요하는 건 이기적인 행동이라 생각한다. 그런 결혼생활은 금방 파국으로 치닫게 될 가능성이 있다.     



<혼자가 좋다>에서 말하는 이야기도, 나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더욱 공감이 갔고, 나의 생각에 확신을 얻었다. 더군다나 꼭 독신주의자가 아니더라도, 이 말만은 명심해둬라. ‘혼자서 잘 지내는 사람이, 둘이서도 잘 지낸다.’ 방송인 노홍철이 한 말이다.     


       


# <혼자가 좋다> 속 좋은 글귀.




저녁이나 주말, 허허로운 마음이 엄습하고,

‘이렇게 잊히고 고독해지는구나’하는 생각이 들 때

이런 질문을 해보라.

“내게 지금 필요한 것이 정말로 다른 사람인가?”

“내가 지금 누군가를 만날 힘과 만날 마음이 있는가?”

지금 당신에게 가장 좋은 것은

쉼을 누리고 재충전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푹 자고, 슬슬 산책이나 하고, 독서하고,

맛난 걸 만들어 먹고, 욕조에서 느긋하게 목욕을 즐기고,

자신에게 힘이 되는 것들을 하면서 말이다.       


   



정치학자이자 요가 전문가인 한스 페터 헴펠은 “혼자 있는 것에 연습이 된 사람은 외로움을 모른다”라고 했다. 즉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살아가다 보면 혼자서 헤쳐 나가야 하는 시기를 맞이하곤 한다. 따라서 연습이 필요하다. 연습은 상황을 명확히 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의식으로 들어오는 자극이 많건 적건, 때때로 그것을 정리하고 청소를 해야 한다. 책상이나 방이 어질러지는 것처럼 우리의 내면도 어질러질 수 있다. 매일같이 노출되는 무수한 영향이 우리 안 어디엔가 축적되어, 어느 순간 들어주고 보아주기를 원하는 영상, 생각, 이야기, 감정 더미가 쌓인다. 어떤 것들은 새롭고 신선하며, 어떤 것들은 시끄럽거나 주목을 끌지 않지만 해묵은 것들이다. 조상 때부터 물려받아 더 오래된 것들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홀로 있음을 그렇게 참을 수 없어 하는 것도 이런 이유일 수 있다. 내면의 쓰레기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나하나 정리해나가는 대신, 그것들을 외면하고, 텔레비전을 보거나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다른 사람들과 수다를 떪으로써 그 위에 더 많은 인풋을 쌓기 십상이다. 가벼운 기분 전환은 얼핏 긴장을 풀어주는 것 같지만, 사실은 처리해야 할 자극들을 더하는 형국이 된다. 그리하여 고요가 찾아들자마자 금세 불쾌감이 치밀고 올라온다. 집이 엉망진창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 모양새다.        


   



만남들을 진지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특히 사람 만나는 일이 적은 경우) 상대가 자신에게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에리히 프롬의 말대로 소유에서 존재로 중점을 옮기는 것이다. 소유가 구속력 있는 관계를 맺고자 하는 것이라면, 존재는 만남의 순간들을 의식적으로 지각하고, 열린 마음과 친절함으로 순간을 아름답게 만들며 그 자체로 좋은 감정을 만끽하는 것이다. 만남이 그것으로 끝나거나 가능하지 않다고 해도, 계속 나아가면 된다. 확실히 얻게 되는 것은 좋은 느낌! 이것을 가지고 다른 만남으로 나아가고, 무엇보다 이런 좋은 느낌으로 자신을 대하면 된다.       


   



데이트에서도 그렇다. 무조건 상대와 엮여야 한다는 마음으로 성급하게 나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매력적으로 유쾌하게 느껴지겠는가? 상대에게서 무조건 뭔가를 얻으려 하는 마음 없이 만남 자체에 의미를 두는 사람이 훨씬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는 스스로 충족된 마음을 내비치게 되고, 유희적이고 경쾌한 태도를 가지게 되며, 무엇보다 상대를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대할 수 있다.           







# 혼자가 좋은 건 알겠는데.

싱글라이프를 위한 책 <혼자가 좋다>에서는 혼자가 좋은 점에 대해 21가지를 들면서 열심히 설파한다. 그것들이 각각 유익하게 다가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 내용이 서로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초반에 한 얘기와 후반에 한 얘기가 크게 다르지 않다. 했던 얘기를 또 하고 또 하고, 하는 느낌. 그러자 어느 순간, 반복된 이야기에 지쳐 책 내용에 집중하지 못하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      



사실 책의 내용이 그렇게 와 닿지도 않았다. 혼자가 좋다면서, 왜 와 닿지 않냐며 의아해할 수도 있겠으나, 혼자가 좋은 건 그저 생각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혼자가 되기까지의 경험, 받아온 상처, 일상의 순간이 한 데 어우러져 ‘혼자가 좋다’라는 결론으로 치달은 것이다. 한데 <혼자가 좋다>에는 그러한 과정이 생략돼 있다. 마치 혼자가 되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술술 풀릴 것처럼 독자들을 현혹하는 면이 있다. 그런 ‘완벽한’ 해결법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혼자가 좋아도, 그 좋은 사실을 설득하기 위해선, 좋다, 좋다, 라는 말만 외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스토리가 필요한데, <혼자가 좋다>에는 그 중요한 것이 빠져 있다.           





# 혼자가 두려운 당신에게.

그럼에도 혼자가 두려운 당신에게 굉장히 유익한 책이 될 것이다. 특히 ‘혼자’를 평소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어느 정도 긍정적인 인식 변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혼자를 두려워하지 마라. 혼자는 좋다. 혼자로서 온전히 자신의 삶에 집중해보라. 싱글라이프를 위한 책 <혼자가 좋다>를 소개한다.


          

# 본 리뷰는 [심플라이프]의 무상지원을 받고 작성한 글입니다




2018.07.16.

작가 정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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