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애의 마음>에는 되는 것 하나 없는 우리의 단면이 담겨져 있다
김금희 작가의 <경애의 마음>은 출간된 지 채 한 달이 안 된 따끈따끈한 소설이다. 한데 그새 입소문을 탔는지 알라딘·YES24·교보 등 주요 서점들의 베스트셀러 항목에서 줄곧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 책의 저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아마도 소설의 제목처럼 경애의 ‘마음’이 독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화제의 신간 <경애의 마음>에는 되는 것 하나 없는 우리의 단면이 담겨져 있다. 낙하산으로 입사한 지 8년 만에 ‘팀장대리’란 직함을 얻었으나 팀원 없는 팀에 내몰린 상수나, 노조 파업의 경력 탓에 없어도 되는 한직만 돌고 도는 경애의 처지에서 보통의 존재인 우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상수와 경애는 꿋꿋이 삶을 살아간다. 회사를 때려치우면 안에 있을 때보다 더한 추위를 맞닥뜨리게 될 것이란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온갖 멸시와 모욕을 참아가면서 바위처럼 버텨냈다. 그런 비참한 모습이, 그러면서도 어떻게든 살아보려는 인내의 모습이 어쩐지 우리의 삶과 닮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경애의 마음’이 우리의 마음을 동할 수 있었지 않을까. -2018년 6월 16일 출간된 화제의 신간 <경애의 마음> 책리뷰.
<경애의 마음>은 힘들어하는 우리들을 보고, 떠나도 된다, 놓아도 된다,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너희도 상수나 경애처럼 훌쩍 떠나버리면 숨죽였던 활기를 되찾을 수 있다고 따뜻한 조언을 해주는 것 같았다. 우리의 마음이 꼭 그렇지 않은가. 내가 오랫동안 해오던 일이 더럽게 안 풀릴 때, 모든 걸 놓아버리고 무작정 떠나고 싶단 생각을 가장 먼저 하지 않는가. 작가는 상수와 경애란 인물을 통해, 우리들에게 힘들면 떠나도 된다는 삶의 힌트를 주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거기서, 실행에 옮기진 못해도 떠나고 싶은 마음에 대한 대리만족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떠나는 것이 꼭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점을, 작가는 짚어두고 싶었던 듯하다. 그녀는 떠나는 곳에서도 삶은 이어지고, 또 그곳에서도 삶을 둘러싼 다양한 문제는 존재한다는 점을 사실감 있게 그려냈다. 중요한 건, 삶은 이어진다는 것이었다. 현재 발을 디딘 곳에서나 떠날 곳에서나 삶은 삶대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상수와 경애는 어떻게 그토록 불우한 삶을 살았으면서도 큰 흔들림 없이 삶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것일까.
상수에겐 구 년째 운영해오던 ‘언니는 죄가 없다’란 페이스북 페이지가 있었다. 그곳에서 그는 익명의 가면을 쓴 채 아픔을 겪은 여자들과 교감했다. ‘언죄다’는 그가 인간세상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던 셈이다. 그 상수만의 ‘은밀한’ 공간이, 상수가 인간세상에 꿋꿋이 남을 수 있었던 이유가 되었다.
경애에겐 과거의 기억이 인간세상의 끈이 되어주었다. 친구 'E‘와의 기억, 구체적으로는 ’E'를 향한 죄책감이 역설적으로 그녀의 삶을 지탱하게 해주는 힘이 되어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어쩌면 마음 한 쪽에, 'E'를 죽음으로 내몬 술집 사장에 대한 복수심이 활활 타오르지 않았을까. 실제로 소설 후반부에 경애는 ‘E'의 원한을 풀어주고자 전도사가 된 술집 사장에 대한 뒷조사를 하기도 했다. 그에 대한 결말이 소설에서 언급되진 않았으나, 아마도 경애는 그에 대한 실제적 행동을 계속 이어나가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튼 우리에겐 힘든 세상을 꿋꿋이 살아갈 수 있는 저마다의 끈이 존재한다. 그것은 가족이 될 수도, 연인이 될 수도, 일이 될 수도,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그 덕분에 힘들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당신에게 그 끈이 되어주는 존재는 무엇인가.
이러한 것들이, 화제의 신간 <경애의 마음>이 우리의 마음과 닮아 있는 이유다.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지만 본질을 파고들면 결코 다른 이야기가 아니었다.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였다. 되는 것 하나 없는 우리들의 이야기. 떠나고 싶고, 모든 걸 놓아버리고 싶은 우리들의 이야기. 그러면서도 삶의 끈을 끝내 놓을 수 없는 우리들의 이야기. 그리고 힘든 세상을 꿋꿋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
관계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경애는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안고 혼자 가라앉고 있었다.
<경애의 마음>은 자신의 삶을 실패한 삶이라 여기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경애의 마음>이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기 때문이다. 동시에 우리 모두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크고 작은 실패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경애의 마음>은 실패를 경험해본 사람을 위한 책이다. 실패를 겪은 사람이 어떻게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실패에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함을 얻을 수 있는지를 전하는 책이다. 꿋꿋이 삶을 살아가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길 권한다.
2018.07.09.
작가 정용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