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하루의 취향>은 7월 25일 출간을 앞둔 신작 에세이다. 고맙게도, 출판사 [북라이프]에서 메일을 통해 직접 리뷰 제의를 주었다. 나는 김민철 작가의 책을 읽어본 적이 없다. 작가의 이름도 생소했다. 그래도 <모든 요일의 기록>이란 책의 제목은 들어본 적이 있다. 2015년 출간 당시, 꽤 자주 그리고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 나는 도서관에서 책 읽는 걸 즐겨 했었는데, 그때 <모든 요일의 기록>을 빌려 읽으려고 몇 번이나 시도했었다. 지금 같으면 그냥 사서 읽으면 되는데, 그땐 뭔가 사서 읽는 게 조금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주머니에 돈이 없는 시기기도 했고. 그래서 예약 목록에 내 이름을 올려놓고 하염없이 기다렸는데, 결과는 나까지 순번이 돌아오지 않았다. 정확히는, 순번이 돌아오기 전에 내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냈다. 그러고 그냥 아쉬움과 함께 기억 속에 묻어둔 책이었는데. 김민철 작가의 신작 <하루의 취향>으로, 이런 방식으로 만나게 될지 생각지 못했다. 나에게 그런 아쉬운 기억이 있었기에, <하루의 취향>을 읽기 전부터 반갑고 산뜻한 기분이 들었다.
에세이 <하루의 취향>은 김민철 작가 자신의 취향에 대해 쓴 글이다. 취향이라 해서 거창할 것 같지만 별거 없다. 그냥 하루를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결과적으로 그 취향은 술인 것으로 드러났지만. 누군가에겐 사소한 일상이, 누군가에겐 취향이 된다. 이 책을 읽다가 문득, 그럼 나의 취향은 무엇인지, 그리고 나와 관계 맺고 있는 사람들의 취향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여러분의 취향은 무엇인가요. 책을 읽다 보면 묻지 않을 수 없다. -2018년 7월 25일 출간된 에세이 <하루의 취향> 책리뷰.
자신만의 취향을 가지려면 고집이 좀 있어야 한다. 행하는 무엇이든 취향이 될 수 있으나, 타인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면, 취향이란 무형의 형체는 금방 휘발된다. 가볍게 예를 들어, 카페에서 공부하는 것도 취향이다. 또, 혼자 영화를 보는 것도 취향이다. 냉면을 좋아하는 것도 취향이고, 밤에만 운동을 고집하는 것도 취향이다. 그 어떤 것도 취향이 된다. 본능적인 이끌림과 약간의 고집만 있으면 그것은 다 취향이다.
그런데 취향과 고집은 엄연히 다르다. 취향에는 고집이 일부 섞여 있으나, 고집에는 취향이 없다. 취향은 자신이 직접 어떠한 행위를 선택한 것이다. 단순히 이끌리는 것 또한 취향이 될 수 있으나, 이끌린다는 것 자체를 인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취향이다. 즉 당신이 하고 있는 행위가 취향이 되려면, 자신이 무엇에 끌리는지 명확히 알고 있어야 가능하다. 바로 이것이 에세이 <하루의 취향>의 시작이라고 나는 본다. 김민철 작가는 자신의 취향에 대해(예를 들어 술이나 여행 같은) 명확히 알고 있었고, 취향이라 인지하고 있었다. 헌데 대부분의 우리는 무엇에 끌리는지도 모른 채, 단순히 고집만 부리고 있는 건 아닐까. 한 번 생각해볼 만한 주제다.
다른 사람의 일상을 훔쳐보는 건 생각 외로 재밌다. 그것이 별거 아닐지라도, 설사 밥을 먹는 장면이라도, 이상하게 끌리는 무언가가 있다. 편안함일까. 내가 그 사람의 일상을 관찰함으로써 순간적으로 관계를 맺었다고 착각이 들지만, 그렇다고 내가 그 사람에게 무얼 해줄 필요는 없는 상태. 그 일방적인 상태에 나도 모르게 편안한 기분을 느끼는 것 아닐까. 최근 ‘나 혼자 산다’, ‘미운 우리 새끼’, ‘전지적 참견 시점’ 등 관찰 예능이 큰 사랑을 받는 이유 또한 거기에 있다고 본다.
에세이 <하루의 취향>도 어찌 보면 그 연장선 상에 있다고 봐도 좋다. 김민철 작가 개인의 일상을, 우리는 아무 부담 없이 인스턴트 식품처럼 그냥 섭취하면 된다. 상대방이 어떻게 사는지 관찰하면서 편안한 기분을 느끼는 거다. 그런 점에서 <하루의 취향>은 요즘 트렌드에 꼭 맞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 그만큼 우리는 타인과의 질적 교류를 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또 그러기엔 우리의 일상은 너무 피곤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우리.
싫어하는 사람에 마음 쏟지 말기. 싫어하는 것에 애쓰지 말기. 그것을 싫어하느라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기. 물론 이게 말처럼 쉽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어렵다고 포기해 버리기엔 내가 너무 아깝다. 술 마실 때에도,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 있을 때에도, 멍하니 있을 때에도 아깝지 않은 내 인생이지만, 싫어하는 감정에 내 인생을 낭비하는 것만은 참으로 아깝다. 물론 그 사실을 나도 자꾸 까먹고 자꾸 분개하고, 자꾸 화를 내고, 자꾸 발을 동동 구른다. 그때마다 스스로에게 말해준다. 자꾸자꾸 말해준다. ‘저 사람에겐 마음 한 톨도 아깝다’고.
어쩌면 좋은 책은 좋은 글귀로 우리의 눈을 즐겁게 만드는 책이 아니라, 우리를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책인지도 모르겠다. 책 읽을 시간도 부족한 우리가, 책을 통해 또 그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기엔 우리의 일상이 너무 피로하다. 그저 책을 읽는 시간만큼은 휴식이 되기를 바라는 건, 나 하나뿐일까. 그런 점에서 내게 좋은 책은, 읽는 순간에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책이다. 다시 말해 어렵지 않은 단어로, 어렵지 않은 내용을 전달하면서, 별 생각할 거리를 주지 않는 책. 그냥 읽는 그 순간이 너무나 편안하고, 너무나 충만한 책. 나에겐 그런 책이 좋은 책이다. 다행히 에세이 <하루의 취향>이 어느 정도 내게 그런 책이 되어주었다. 읽는 순간만큼은 피로를 막아주는 우산이 되어주었다. 여러분에게도 이 책이 그러한 매력으로 다가갔으면 좋겠다. 순간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에세이 <하루의 취향>.
# 본 리뷰는 [북라이프]의 무상지원을 받고 작성한 글입니다
2018.07.19.
작가 정용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