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로맨스영화 ‘본좌’ <건축학개론>의 계보를 이을 수 있을까
8월 22일, 푹푹 찌는 무더운 더위를 조금이나마 날려줄 설레는 첫사랑 영화가 찾아온다. 그 이름은 바로 <너의 결혼식>. 개봉 전부터 로맨틱코미디에 도가 튼 배우 박보영과 모델 출신 ‘훈훈’ 배우 김영광이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많은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그들은 당당히, 한국로맨스영화의 ‘본좌’ <건축학개론>의 계보를 잇겠다며 당찬 출사표를 던졌다. 과연 <너의 결혼식>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최근 그래도 흐름은 좋다. 로맨스영화는 약하다, 는 평을 뒤집고 지난 3월 손예진 소지섭 주연의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260만 관객으로 선방을 펼쳤다. 관객들에게 로맨스영화가 아직 먹힌다는 의미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로맨스영화를 무척 좋아한다. 우리나라만의 감성을 잘 살린다면 나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본다.
411만 관객이란 스코어를 기록한 <건축학개론>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면서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영화 <너의 결혼식>은 10대부터 20대, 30대까지 시간의 흐름대로 따라간다. 그에 박보영은, “내가 10대가 아닌 이상 풋풋함을 표현하기란 굉장히 어렵겠다 싶었고, 관객들도 조금은 이해해주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하며 폭넓은 연기에 어려움을 표하기도 했다. 박보영, 김영광이 나이에 따라 어떻게 변해 가는지도 이 영화의 주된 관람 포인트가 되겠다. -2018년 8월 22일 개봉하는 첫사랑영화 <너의 결혼식> 프리뷰.
2012년 개봉 당시 스물한 살이었던 나는 <건축학개론>의 스토리가 무척 공감이 되었다. 사실 공감이라기보다 나도 수지 같은 운명적인 인연을 만나고 싶다는 소망에 가깝긴 했지만. 혼자 자취방에서 이 영화를 몇 번이나 봤는지 모르겠다. 수지의 적극적인 대시에 혼자 설레어 하고, 이제훈의 어설픈 고백에 혼자 공감을 하고, 한가인의 뒤늦은 고백에 혼자 눈물을 훔쳤던 지난날. 나는 <건축학개론>의 모든 스토리를 온 피부로 받아들였다. 나에게 <건축학개론>은 그 정도로 짙은 추억이 묻어 있는 작품이었다.
당연히 그것을 뛰어넘기는 매우 어렵다. 한국로맨스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직·간접적으로 <건축학개론>과 비교가 이뤄졌고, 결과적으로 그것을 넘어선 영화는 지금까지 없었다. 물론 과거로 가면 <클래식>이나 <엽기적인 그녀> 등 인상적인 로맨스영화는 많다. 한데 <건축학개론>이 정점을 찍고 난 뒤 그 계보를 잇는 작품이 6년이 지나는 동안에도 나오지 않았다. 과연 <너의 결혼식>은 <건축학개론>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건축학개론>이 성공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진정성’에 있다고 본다. 영화에 스토리가 ‘흐른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이가 있고 입체적이다. 인물 하나 하나에 대한 연구가 굉장히 현실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자연스런 연출이 매우 훌륭하다. 결정적으로 스토리가 실제 한 사람의 이야기인 것처럼 뻔하지 않고 일상적이다.
이제 대중들의 수준이 매우 높아졌다. 허접한 스토리라인으로는 그들을 유혹할 수 없다. 스토리에 ‘진정성’이 갖춰지지 않으면 언제든 외면 받을 운명에 처할 것이다. 중요한 건, 과연 <너의 결혼식>이 그러한 진정성을 갖추고 나오느냐이다. 어디서 들어본 듯한 뻔한 이야기만 짜깁기해서 나온다면 영화는 무조건 필패다. 그 실체가 궁금해진다.
일본영화에는 숨길 수 없는 그들만의 감성이 있다. 확실히 나라마다 그들만의 분위기, 감성이 영화에 녹아내린다. 분명한 건 그것이 우리나라 영화에도 존재한다는 점이다. <건축학개론>, <써니>, 드라마로 보면 <응답하라 1994>와 같이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감성이 우리나라만의 것이었다. 이것을 개인적으로 <너의 결혼식>이 이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한국영화가 가장 잘하는 것. 한국영화만이 할 수 있는 것. 그것에 집중했기를 기대한다.
예고편만 보고는 영화의 내용이 잘 가늠되지 않지만, 왠지 이 영화는 어느 정도 흥행을 이뤄낼 것 같다. 촉이 왔다. 중요한 건 매력적인 배우만큼이나 스토리가 받쳐주는 것인데... 그 점이 변수다. 10대에 느끼는 것, 20대에 느끼는 것, 그리고 30대에 느끼는 것을 현실적으로 적절히 그리기만 한다면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비현실적인 모습만 자꾸 그렸다면 관객들로부터 외면 받을 가능성이 크다. 역시 관건은 스토리의 ‘진정성’에 있었다. 8월 22일 개봉하는 <너의 결혼식>, 극장에서 그 뚜껑을 한 번 열어보자.
2018.08.09.
작가 정용하
# 사진 출처 - 네이버 스틸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