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감성극장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가 정용하 Aug 13. 2018

<어느 가족> 후기:
가족의 진정한 의미

영화리뷰



<미션임파서블: 폴아웃>, <신과함께: 인과 연>, <공작> 같은 대작 틈 사이에서 꾸준히 관객 수를 쌓아가고 있는 영화가 있다. 개봉한 지(7월 26일 개봉) 삼 주가 되었지만 여전히 예매율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영화다. 영화를 본 사람들 사이에선 호평이 자자하다. 영화를 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가족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어느 가족>. 그의 따뜻한 감성에 금세 빠져들었다.     


 

우리나라에선 대작들에 밀려 비교적 큰 주목을 못 받았지만 일본에선 8월 5일 기준, 350만 관객을 기록할 정도로 흥행 가도를 달렸다. 몰랐는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의 유명 영화로는 <아무도 모른다>(2004),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 <태풍이 지나가고>(2016) 등이 있다. 그의 영화들을 정주행하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다. 시간 날 때마다 차근차근 챙겨봐야겠다.      


<어느 가족>은 6월 8일 일본 개봉, 7월 26일 국내 개봉한 영화로, ‘가족영화의 대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을 맡은 영화다. 영화는 2018 제 71회 칸영화제 최종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전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은 한국 영화 <버닝>이 <어느 가족>에 밀려 아쉽게 수상이 불발되기도 했다. -2018년 7월 26일 개봉한 영화 <어느 가족> 리뷰.          





# 잘못한 건 맞는데.

뭔가 이상하다. 분명 그들이 잘못한 게 맞는데 그들의 상황을 대변하고 싶어진다. 도둑질, 유괴, 시신유기 등 상식적으로 봤을 때 씻을 수 없는 범죄임에 분명한데 뭔가 그들의 상황을 들여다보면 그리 큰 잘못은 아닌 것 같다. 이분법적인 사고라는 것을 잘 안다. 범죄에 정당한 이유란 없다. 한데 그럼에도 이상하게 ‘만비키 가족(<어느 가족>의 원제로서 ’좀도둑 가족‘이란 뜻)’의 해체가 아쉽게만 느껴진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게 당한 느낌이다.      


겉면만 봤을 때 ‘만비키 가족’은 평범한 가족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인자한 할머니(키키 키린), 가족에 충실한 아버지(릴리 프랭키), 따뜻한 엄마(안도 사쿠라), 귀여운 이모(마츠오카 마유), 그리고 똑부러진 아들(죠 카이리)과 귀여운 딸(사사키 미유). 화목한 대가족의 전형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은 피를 나눈 가족도 아니며, 그저 한낱 범죄 집단에 불과했다. 죽은 전 남편 연금을 받아 생활하는 할머니, 살인전과가 있는 일용직 노동자 아버지, 세탁공장에서 일하는 어머니, 유사 성행위를 하는 업소에서 일하는 이모, 좀도둑질이 생활화가 된 아들, 친부모에게 학대받는 딸. 누구 하나 평범한 존재가 없다.      



그럼에도 그들이 가족이 아닌 건 아니었다. 가족이 뭘까. 가족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엄마 노부요가 영화에서 이런 말을 한다. “낳으면 다 엄만가요?” 피가 섞였다고 해서 꼭 가족이라 말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하기엔 자식을 학대하는 몰상식한 가족들이 너무나 많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상처 주는 가족을 가족이라 부르는 게 꼭 당연한 걸까.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주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우리에게 이러한 생각거리를 던졌다.           





# 가족의 의미.

꼭 피를 나눠야만 가족이 된다고 생각지 않는다. 부부도 피를 나눈 집단은 아니지 않은가. 나는 가족 관계에 있어 유대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랜 기간 서로 함께하면서 깨지지 않는 유대감이 쌓인다면 피와 관계없이 가족이 된다고 여긴다. 중요한 건 서로에 대한 깊은 유대감 아닐까. 연인뿐 아니라 깊은 우정을 자랑하는 친구도 또 다른 가족이 될 수 있다.      



아무리 피를 나눈 관계라 해도 가족이 못 되는 이유는 많다. 서로에게 무관심하고, 상처 주는 말만 하고, 서로에 대한 배려가 없으면 그건 가족이 아니다. 아버지란 이유로, 어머니란 이유로, 자식이란 이유로, 그 어떠한 행위도 정당화될 수 없다. 부모라 해서 일방적인 예의를 요구할 수 없고, 자식이라 해서 무조건적인 사랑을 요구할 수 없다. 가족이란 서로가 소중한 만큼 서로에게 애쓰고 노력해야 하는 관계다.      



가족의 진정한 의미는 ‘함께하는 시간’에 있다고 본다. 가족이니까 시간을 함께하는 게 아니고, 시간을 함께하니까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그 시간. 한정된 시간에 누구와 함께 보내는지가 가족의 형성과 의미에 있어 가장 중요한 지점이다. 당신은 가족과 하루에 얼마나 시간을 함께하는가.          





# 특별한 영화.

<어느 가족>은 참 특별한 영화다. 보고만 있어도 머릿속이 마구 헝클어진다. 옳고 그름의 구분이 불명확해진다. 한데 기분 나쁜 복잡함이 아니다. 그 복잡한 생각 속을 비집고 나오는 건 바로 ‘가족의 소중함’이기 때문이다. 나는 <어느 가족>에서 가족의 소중함을 건졌다. 못 본 사람이 있으면 꼭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다.      




2018.08.13.

작가 정용하

# 사진 출처 - 네이버 스틸이미지

매거진의 이전글 [PreView]8월 22일 개봉 영화 <너의 결혼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