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영 김영광 주연의 영화 <너의 결혼식> 개봉이 하루 앞둔 가운데, 관객들의 마음을 얼마나 설레게 만들지 관심이 모아지는 상황이다. 과연 첫사랑 영화 중 탑에 속하는 영화 <건축학개론> 작품성에 근접할 수 있을지 개인적으로도 매우 기대가 큰 작품이다. 그 실체는 내일 영화관에서 직접 확인하도록 하자.
그 전에, 지금껏 흥행했던 첫사랑 영화 중 한 편을 먼저 보기로 했다. 그 이름은 바로 대만 청춘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영화 연출을 맡은 구파도 감독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작품으로, 그래서인지 인물 개개인의 성격과 전체적인 스토리가 굉장히 입체적이고 세세한 면모를 갖추고 있다. 등장하는 인물도 실제 감독의 친구들이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단순히 설렘보다도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좋아했던 그녀를 마음 놓고 좋아할 수 있었던 그 용기. 그때의 나. 어리숙했지만 누구보다 진심이 넘쳤던 그때가 그리웠다. 바쁜 일상에 잠시 잊고 살았던 지난날의 나로 돌아가게 만드는 고마운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우리 함께 옛 추억에 젖어보자. -2012년 8월 22일 개봉한 첫사랑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리뷰.
친구들과 노는 게 마냥 좋은 열일곱 살 커징텅(가진동). 여자라곤 일절 관심 없던 그는 몹쓸 장난을 친 벌로 최고의 모범생 션자이(천옌시)의 감시를 받게 된다. 그러나 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는 장난을 치는데.
그러던 어느 날, 영어교과서를 놓고 온 션자이에게 교과서를 빌려주고는 그녀를 대신해 벌을 받는 커징텅. 이를 계기로 션자이는 그를 다시 보게 된다. ‘왜 공부를 안 해?’ 그녀는 공부를 하지 않던 커징텅을 도와주기 시작하고, 웬일로 커징텅도 순순히 그녀의 지도에 따르는데.
둘이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그들은 점차 친해져가고 서로에게 이끌려간다. 덕분에 성적도 크게 오른 커징텅. 어느덧 졸업 시즌이 다가오면서 서로 다른 대학으로 흩어질 상황에 놓이는데. 션자이를 향한 그의 고백은 대체 언제 이루어질까.
마지막까지 둘의 인연이 닿기를 응원했는데, 이대로 둘이 각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는 게 진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나는 사랑했던 사람을 기쁜 마음으로 떠나보낸다는 게 불가능할 것 같은데 커징텅은 아무렇지 않게 션자이를 보내주었다. 그의 말처럼, 정말 좋아하는 여자라면 누군가 그녀를 아끼고 사랑해주면 그녀가 영원히 행복하길 진심으로 빌어주게 되는 걸까. 나는 마냥 기분이 언짢을 것 같은데.
첫사랑의 기억은 서로 마음 있었던 둘이 연인으로 발전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더욱 값진 추억을 남길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원래 미련은 후회의 감정으로 남아 오래 자국을 남기는 법이다. 내가 조금 더 상대방에게 적극적으로 했더라면. 상대방의 마음이 동할 때까지 내가 조금 더 인내하고 기다렸더라면. 그 인연의 행방은 달라졌을까. 쓸데없는 가정임을 알면서도 이러한 아쉬움은 지금껏 나를 따라붙었다.
한 사람과 관계가 틀어진다는 건 그 사람과 함께했던 시간까지도 모두 소멸된다는 뜻이다. 어쩌면 커징텅과 션자이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그 둘은 소중한 기억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건지 모른다. 그렇게만 생각하면 씁쓸하지만 누군가를 원없이 짝사랑했던 기억이 아프게만 다가오지 않았다.
어리숙했던 그때 그 시절이 자꾸 생각나는 건 이젠 그러지 못하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감정을 서슴없이 고백할 수 있었던 그때. 누군가를 거침없이 좋아할 수 있었던 그때. 그때의 내가 그리운 것이다.
그런데 보면 커징텅과 션자이처럼 대부분 어리숙했던 시절의 사랑은 이뤄지지 않는다. 진심이라 더욱 기억에 남긴 하지만 너무 솔직한 진심은 때로 상처를 동반하기 마련이었다. 그들이 조금만 더 세련되었더라면 거칠게 비 오는 날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없었을 수도 있다.
션자이: 난 성적 나쁘다고 무시하지 않아. 자신은 노력도 안 하면서 열심히 하는 사람 깔보면, 난 무시해.
커징텅: 정말 정말 좋아하는 여자라면 누군가 그녀를 아끼고 사랑해주면 그녀가 영원히 행복하길 진심으로 빌어주게 된다.
션자이: 사람들이 그러지 사랑은 알 듯 말 듯한 순간이 가장 아름답다고. 진짜 둘이 하나가 되면 많은 느낌이 사라지고 없대. 그래서 오래도록 날 좋아하게 두고 싶었어.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의 천옌시는 <건축학개론>의 수지만큼이나 청순하고 예뻤다. 그녀의 매력에 금세 빠져버렸다. 놀라운 것은, 그녀가 83년생이란 점이다. 2012년 개봉 당시 한국 나이로 이미 서른 살이었고, 올해 서른여섯 살을 맞이했다. 놀랍지 않은가. 어떻게 서른 살의 얼굴인데도 열일곱 살 연기가 이토록 어색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녀의 최강 동안이 놀라울 따름이다. 그녀의 외모와 연기 덕분에 영화 흥행의 팔 할 몫은 그녀가 했다고 생각한다.
한편 박보영도 올해 스물아홉 살이다. 그녀도 천옌시처럼 고등학생 때부터 사회 초년생까지 연기를 한다고 하니, 어떻게 그려질지 기대가 된다. 그녀도 둘째가라면 서러운 최강 동안이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를 보고 나니 <너의 결혼식>이 더욱 기대가 된다. 8월 22일 개봉박두! 기다리시라.
2018.08.21.
작가 정용하
# 사진 출처 - 네이버 스틸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