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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정용하 Aug 30. 2018

영화 <너의 결혼식> 후기:
큰 기대의 반도 못 미치다



영화 <너의 결혼식>이 지난 8월 22일 개봉 이후 줄곧 예매율 1위를 지키고 있다. 개봉 9일 만에 128만 관객을 끌어 모았다. 이 기세라면 411만 <건축학개론>의 아성도 무너뜨릴 수 있다. 앞으로 과연 <너의 결혼식>이 얼마나 더 힘을 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영화를 본 사람들 사이에서 ‘역시 박보영’이란 말이 흘러나왔다. 역시 그녀의 사랑스런 연기는 국내에서 가히 독보적이었다. 올해 벌써 스물아홉 살인 그녀는 지난 7월 23일 제작보고회에서 10대 연기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고백하기도 했지만, 그녀의 앳된 외모는 고등학생 연기를 하기에 손색이 없었다. 그간 다른 작품에서 사랑스럽고 귀여운 모습만 보여줬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그녀의 시크하고 강한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극장에서 확인하기 바란다.     


그러나 영화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적지 않았다. <너의 결혼식> 프리뷰에서 흥행의 열쇠로 강조한 ‘진정성’이 아쉽게도 빠져 있었다. 탄탄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현실적인 연출이 필요했으나 영화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말았다. 한 번쯤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이야기가 많이 짜깁기됐다. 현실보다 판타지에 가까운 사건들이 이야기의 주를 이뤘던 것도 아쉬웠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아쉬웠는지 자세하게 살펴보자. -2018년 8월 22일 개봉한 영화 <너의 결혼식> 리뷰.          



영화 <너의 결혼식> 예고편





# 영화 <너의 결혼식> 간략 줄거리.

영화는 예쁜 여고생 환승희(박보영)가 전학을 오면서 시작한다. 교무실에서 벌을 받던 황우연(김영광)은 그녀가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는 첫눈에 반한다. 그 후로 그는 승희에게 적극적으로 애정 공세를 펼치는데, 승희는 그에게 별 관심을 주지 않는다.      



그녀를 향한 구애는 우연만이 아니었다. 학교 짱 택기(차엽)도 일찌감치 그녀를 점찍어 두었다. 그런 그의 관심이 불편했던 승희는 우연과 사귀기로 하면서 그로부터 벗어나나 싶었으나 이후에도 그의 괴롭힘은 계속되었다.  


    

틈만 나면 땡땡이를 쳤던 우연과 승희는 점점 서로에게 호감을 보이고 깊어져 가는데, 그들의 즐거운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사실 승희와 그녀의 어머니는 아버지로부터 도망 다니고 있었던 것. 결국 아버지에게 발각돼 또 다시 도망가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제대로 된 작별인사도 하지 못한 채 떠나게 된 승희. 그녀를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한 우연. 1년 후 우연한 계기로 한국대학교에 다니는 그녀를 발견하고는 우연은 재수를 준비하는데. 과연 그 둘은 재회할 수 있을까.           





지금부터 약간의 스포가 진행됩니다.        


  



# 인물과 배경 설정.

영화 <너의 결혼식>은 결정적인 세 가지 아쉬움을 남겼다. 그것은 기본 중에 기본에 해당하는 요소기에 더욱 아쉬움이 컸다. 왜 기본에만 충실해도 중간은 간다고 하는지 잘 알 수 있는 작품이었다. 화려한 배우진만 앞세운다고 해서 꼭 모든 게 잘 풀리는 건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영화의 인물과 배경 설정이 너무 불 보듯 뻔했다.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소재가 하나씩 짜깁기됐다. 예쁜 전학생. 술만 취하면 학대하는 아버지. 싸움을 일삼는 불량 학생. 이미 많이 접한 인물과 배경 설정이 영화 시작부터 반감을 불러일으켰다.     



더욱 아쉬운 건 인물들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사연에 있었다. 아쉬운 인물 설정을 만회할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였으나 연출진은 그마저도 어물쩍 넘어갔다. 우연이 싸움을 일삼게 된 계기가 우유를 마시고 1년 만에 키가 20cm 커서라니. 개연성이 떨어져도 너무 떨어졌다.     



영화 <너의 결혼식>은 마치 대만 청춘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를 보는 듯했다. 리메이크 버전이라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차라리 정말 리메이크 버전으로 만들었더라면 이보다는 조금 낫지 않았을까. 인물의 설정을 대부분 따라해 놓고 모르는 척 잡아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 현실감.

첫사랑 영화가 흥행하기 위해서는 관객들의 감정선을 함께할 수 있는 적절한 공감대가 필요하다. 그것은 옛 향수를 자극시키고 첫사랑 감정을 떠올리게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이것이 첫사랑 영화의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지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너의 결혼식>은 공감대 면에서 완벽한 패배를 거뒀다. 그 어디에도 공감할 만한 학창시절의 장면이 없었다. 애초 무엇을 표현하려고 했던 건지 진의를 알 수가 없었다. 과연 몇 명이나 학창시절에 땡땡이를 쳐봤을지 시대 연출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 보였다. 나도 그 시절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으로서 땡땡이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탈이었다. 해본 땡땡이라곤 학교 축제 때 몰래 교문을 빠져나간 일이었다. 물론 지역마다 차이가 존재할 수 있으나 땡땡이를 치고서 한가로이 떡볶이를 먹는 오후라니,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우리가 겪었던 고등학교 3학년 시절은 그렇게 멋있지도 예쁘지도 자신감에 차지도 않았다. 특히 이성을 대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어설픈 면모를 보이는 시기다. 그런데도 김영광 박보영은 어쩌면 어른보다 더 완숙했다. 전학 오자마자 부끄럼 없이 동급생에게 틱틱 댈 수 있는 고3 여학생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러한 현실 고려 없이 판타지적 장면만 집어넣은 게 패인이었다.         


 



# 연출력.

영화 <너의 결혼식>을 보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연출력 부족’이었다. 출연 배우들이 대부분 열아홉 살부터 서른두 살까지 연기하는 만큼, 나이에 따른 세심한 연출은 필수였다. 고등학생은 고등학생다움이, 대학생은 대학생다움이, 직장인은 직장인다움이 요구됐다. 그러나 <너의 결혼식>에서는 그러한 부분이 철저하게 무시됐다. 출연진 대부분이 약간의 머리스타일 변화만 줬을 뿐 그 시대상을 반영하려는 노력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배우가 지금 십 대인지, 이십 대인지, 삼십 대인지 화면에 비친 모습만 보고는 분간하기 어려웠다. 교복만 입는다고 해서 다 고등학생이 되는 건 결코 아니었다.     



특히 우연이 군대 가는 신은 놀라움을 줬다. 그 장면만 봐서는 우연이 군대 가는 이십 대 초반의 남자라고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 짧은 머리카락은 연출하기 힘들었어도 군대 가는 남자의 심정은 잘 녹여냈어야 했는데. 전체적으로 기본적인 연출 면에서 많은 부족함을 드러냈던 영화였다.          




# 영화 <너의 결혼식> 속 명대사.




환승희: 네가 했던 말을 못 잊는 게 아니야. 네가 그런 생각을 했다는 걸 못 잊는 거야.     





황우연: 결국 사랑은 타이밍이다. 내가 승희를 얼마나 간절하게 원하는지보단 얼마나 적절한 타이밍에 등장하느냐가 더 중요하고 그게 운명이고 인연인 거다.          





# 기본에 충실해야 흥행한다.

한 가지 요소만 뛰어나다고 해서 영화는 흥행하지 않는다. 다양한 요소가 맞물려 조화를 이루어야 흥행에 가까워질 수 있다. 그러나 <너의 결혼식>은 한 가지, 주연배우의 매력에만 힘을 주었다. 다른 기본적인 것들이 그 뒤를 받쳐주지 못했다. 특히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첫사랑을 다루는 영화 같은 경우에 탄탄한 연기와 세심한 연출은 필수 사항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러한 부분에 소홀한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해서는 결코 흥행에 성공할 수 없다. 영화 연출에 좀 더 세심하게 다가갔다면 이보다 훨씬 훌륭한 작품이 나올 수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매우 아쉬운 작품이다. 




2018.08.30.

작가 정용하

# 사진출처 - 네이버 스틸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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