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오늘 내안의 그놈을 보고 왔다. 블로그 평을 보니 대부분 웃기단 평이 많아 기대하고 봤다. 사실 이런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전에 <완벽한 타인>에서 예상 밖의 재미를 거둔 적이 있어서 코믹하단 평을 믿고 봤다. 그런데 웬걸. 아니 이 영화가 정말 웃기다고? 대부분의 평이 빵빵 터진다는 것이었는데 도대체 어디서 그랬다는 건지 의문스럽다. 정말 하나도 웃기지 않았고, 너무 유치하기 짝이 없었다. 빈약한 스토리에 몰입도 떨어지는 설정. 그나마 배우의 매력 덕에 다 보고 나올 수 있었다. 대부분 웃기단 평이 많은데 그에 반하는 평이 하나쯤 필요할 것 같아서 조금 과격하게 적어보려 한다.
중간 중간 소소한 웃음은 분명 있는데 빅 웃음은 없다. 그저 B1A4 진영의 ‘입덕’ 영화에 그치지 않는다. 웃음 코드가 맞지 않는다면 정말 하나도 웃지 않게 될 수도 있다. 호불호가 극명한 영화다. 같이 본 관객들도 큭큭- 거리긴 했어도 박장대소 하는 건 못 봤다. 대체 어디서 웃어야 하는 건지. 솔직히 나름 기대하고 봤는데 실망 많이 했다. 개인적으론 <완벽한 타인>의 ‘완’ 자도 따라가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냥 진영 혼자 다 했고 그의 팬들은 많이 좋아할 것 같다. 같은 날 개봉한 영화 <말모이>와 모든 면에서 뒤처진다. 이 영화가 큰 탄력을 받지 못하는 건 다 이유가 있었다. 조심스럽게 예측하건대 긍정적인 입소문은 돌지 않을 것 같다.
스토리가 굉장히 뻔하고 유치하다. 사실 이 점은 감안하고 봤다. 그래도 그것을 상회하는 다른 매력이 있겠지 하고, 가령 빅 웃음이나 공감대 같은 것이 있을 줄 알고 봤다. 그런데 그런 건 없고, 그냥 알려져 있는 스토리가 전부고,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성공한 사업가이자 건달인 판수(박성웅)는 어느 날 불의의 사고로 고등학생 동현(진영)과 영혼이 바뀐다. 동현의 영혼이 깃든 판수는 의식 불명 상태가 되고, 판수의 영혼이 깃든 동현은 그 현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원래 동현은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했다. 그런 과거를 알 리 없는 판수는 자신을 괴롭혔던 동급생들을 하나둘 처리해 가는데, 그러던 중 현정(이수민)의 엄마가 과거 사랑했던 미선(라미란)이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러면서 본격적인 유머 코드가 시작되는데, 진영과 라미란의 로맨스가 잘 몰입되지 않았다. 미선아, 미선아, 반말하는 것도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고, 라미란의 반응 또한 자연스럽지 않았다. 그냥 모르겠다. 나만 그런 걸 수 있는데 그 상황이 모든 게 어색했다. 나중에 동현 영혼이 깃든 판수가 깨어나는데 박성웅의 연기도 솔직히 오그라들었다.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배우인데 안타까운 생각마저 들었다. 훌륭한 배우를 이렇게 써야 했다니.
아무튼 줄거리는 동현과 영혼이 바뀌면서 겪는 판수의 다사다난한 일들을 담고 있다. 딱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 정도 스토리다. 그것을 상회하는 매력은 나는 찾지 못했다. 진영 팬이 본다면 그래도 재밌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진영의 뚱뚱한 분장도 어색했다. JTBC ‘아는 형님’에서 한 회 분장 당 500만원이라 했던 게 기억나는데 그렇게 큰돈을 들인 것 치고 완벽하게 분장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냥 13년 전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서 선보인 김아중의 뚱뚱한 분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때는 13년 전이라 그래도 자연스러웠지, 기술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지금으로선 어색하게 느껴졌다. 갑자기 단기간에 살을 빼서 잘생겨졌다는 설정도 다소 억지스러웠고.
쓰다 보니 점점 더 과격한 표현이 나온다. 그저 한 사람의 평인 만큼 영화를 아직 보지 못한 사람들은 여러 평을 참고하여 관람하기 바란다. 연출은 강효진 감독이 맡았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니 기억에 남는 대작은 지금까지 없었다. 그것으로 알 수 있는 건 이러한 코미디 장르의 영화를 지금껏 일관성 있게 작업해 왔다는 정도다. 그나마 알려진 게 2015년 개봉한 <미쓰 와이프> 정도가 되겠다.
사실 사람들에게 웃음을 준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기막힌 아이디어와 기획력이 필요한 부분도 있겠지만, 사실 그 사람 자체의 매력에 좌우한다. 이번 영화에서 내가 크게 웃지 못한 건 ‘억지웃음’ 성 유머가 많았기 때문이다. 여기선 이렇게 하면 웃기겠지, 하는 감독의 구상이 전부 드러났다. 이런 뻔한 웃음과 장치로는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힘들다.
배우는 훌륭했다. 박성웅, 라미란이야 말할 것도 없고 진영도 생각보다 호연을 펼쳤다. 조연도 괜찮았다. 이준혁, 김광규, 윤경호 등 이미 코믹 연기에 다 도가 튼 배우들이다. 그런데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이렇게 훌륭한 배우를 가지고 작은 웃음밖에 생산해내지 못한 건 아쉽다.
그럼에도 배우 박성웅의 주가는 여전히 높다. 2018년도만 5개의 작품에 출연했고, 올해만 벌써 출연한 2개 작품이 개봉했다. 오늘(1월 16일) 개봉한 <그대 이름은 장미>에서도 그의 활약상을 살펴볼 수 있다. 과연 <그대 이름은 장미>는 재밌으려나.
내안의 그놈에서 한 가지 크게 아쉬웠던 건 배우 김부선의 출연이었다. 아무리 까메오 성 출연이라 해도 지금 사회적으로 문제가 많은 인물을 출연시킨 건 다소 위험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그녀의 등장으로 이어져온 몰입이 와장창 깨져 버렸다. 그 역할로 마땅한 인물이 그녀밖에 없었는지 의문이 든다.
보려 하는 영화가 재밌는지 없는지 알고 싶을 땐 블로그에 올라온 후기를 살펴보는 것이 좋다. 내안의 그놈도 대부분 웃기단 평이긴 한데 2페이지로 넘어가면 나와 비슷한 후기가 있다. 무작정 재밌단 말만 듣고 관람하다간 나처럼 실망할 수도 있다.
올해 초 개봉작은 대체로 실망스럽다. 한국영화, 외국영화 할 것 없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그나마 <그린 북> 정도가 재밌다고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2월 5일 개봉 확정된 <알리타: 배틀 엔젤>에 기대를 걸고 있다. 엄청난 대작이 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곧 <알리타> 프리뷰로 다시 돌아오겠다. 그럼 이만.
2019.01.16.
작가 정용하
# 사진 출처 - 네이버 스틸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