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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정용하 Feb 08. 2019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
생각거리 던지는 영화

영화리뷰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의 고마츠 나나는 인상적이었다. 마치 <건축학개론>의 수지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특히 고마츠 나나의 우는 장면이 참 슬펐다. 보기만 해도 따라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을 관람하게 된 건 순전히 고마츠 나나 때문이었다. 그녀의 연기가 또 보고 싶었다. 역시 보길 잘한 것 같다.


     

고마츠 나나는 이번 영화에서 고등학생으로 나온다. 워낙 수수한 외모여서 고등학생도 잘 어울렸다. 실제 나이는 1996년생으로 24살이다. 그녀는 40대 중반의 아르바이트 점장을 짝사랑하는 역할이다. 10대 고등학생과 40대 아저씨의 로맨스는 생각만 해도 아찔함을 주지만, 영화에서는 아름답게 표현되었다. 혹여나 ‘점장이 넘어가면 어떡하지’ 하고 걱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한데 다행히 아름다운 결말로 끝이 났다.      



일본영화는 특유의 감성이 있다. 일상의 장면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데 탁월하다. 스토리에 매우 힘을 싣는 편이다. 특이한 설정을 걸어놓고 인물들이 어떻게 풀어갈지에 집중한다. 결말로 갈수록 특정 메시지를 주려 애쓴다. 생각거리를 하나씩 던져준다. 그 메시지가 와닿을 땐 깊이 고뇌하게 된다. 진한 여운을 남긴다.     



이번 영화도 그랬다. 생각거리가 많았다. 꿈과 사랑, 친구는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들었다. 영화에서도 그것을 하나씩 적절하게 짚어냈다. 타치바나 아키라(고마츠 나나)에겐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볼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고민하게 되는 것들이라 더욱 공감이 갔다. 작품성이 있는 영화였다. 화제성은 떨어지지만 지금 상영작 중 가장 볼만한 영화였다. 극장가서 꼭 보기를 추천한다.      







#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 스토리에 대해.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은 동명의 만화가 원작이다. 여고생 타치바나 아키라의 성장기를 담고 있다. 육상부 에이스였던 타치바나는 어느 날 부상을 입고 달리지 못하게 된다. 크나큰 상실감에 빠지게 된 그녀. 우울한 나날을 보내던 중 패밀리 레스토랑 점장 콘도 마사미(오오이즈미 요)에게 한눈에 반한다. 그의 상냥하고 성실한 모습이 좋게 보인 것이다.      



그녀는 다시 걸을 수 있게 되자마자 레스토랑 아르바이트를 지원한다. 그렇게 조금씩 점장에게 다가가다 어느 날 고백을 하는데 점장은 크게 당황한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 회유도 해본다. 그러거나 말거나 타치바나는 운동선수 특유의 끈질김을 발휘해가며 구애한다. 그런 모습을 보며 점장은 과거의 것이라 치부했던 꿈을 조금씩 떠올리는데. 그 둘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주인공은 고등학생이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꿈, 친구, 사랑. 우리에게 모두 익숙한 것들이다. 때로는 타치바나에게, 때로는 점장에게 공감하며 지난날의, 현재의 나를 떠올리게 된다. 극적인 요소로 표현했지만 영화의 내용은 나와 너무 닮아 있다. 나는 지금도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이 맞는지 고민한다. 이 길이 맞는 길이라 우겨대도 혹여나 밥 벌어 먹고 못 살면 어떡하나 늘 불안해한다. 영화를 보며 나 자신이 떠올라 마냥 즐겁게만 볼 수 없었다. 한데 나는 그런 자극이 좋았다.      


    



#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 연출에 대해.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 연출은 나가이 아키라 감독이 맡았다. 그의 감독 이력은 비교적 짧은 편이다. 2014년 <져지!>를 통해 감독 데뷔했다. 코미디와 드라마 영화를 주로 연출해왔다. 이번 영화가 무척 인상적이어서 앞으로 그의 행보를 지켜볼 생각이다. 과연 어떤 영화가 나올지 기대가 됐다.      



영화에선 ‘달리고 멈추는’ 장면이 유독 많았다. 그것에 시사하는 바가 있지 않을까. 우리의 인생이 그렇다. 늘 달리기만 하면 좋으련만 우리는 의도치 않게 멈추기도 한다. 그것을 누구는 슬럼프로, 누구는 재충전의 시간으로 받아들인다. 그럼에도 우리는 조금씩 앞을 향해 나아간다. 인생이 그런 것 같다. 우리는 달릴 때보다 멈췄을 때 시간을 더욱 잘 보내야 한다. 너무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게 신경 써야 한다. 조금 덜 힘들고 아프게끔 잘 견디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런 점에서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은 슬럼프에 관한 영화였다. 타치바나는 친구와 사랑의 힘으로 힘든 시간을 견뎌냈다. 완전히 무너지지 않고 결국 다시 일어서 달렸다.        


   



#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 배우에 대해.

앞서 말했듯 나는 고마츠 나나란 배우 때문에 이 영화를 관람했다. 고마츠 나나의 연기는 진실 됐다. 울음이 연기가 아니라 진짜 같았다. 그 감정 그대로 전해졌다. 보길 잘한 것 같다. 고마츠 나나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었던 영화였다. 그녀 덕분에 많은 생각에 잠길 수 있었다. 큰 위로가 됐다.      



이번 영화를 통해 오오이즈미 요의 존재를 알게 됐다. 그의 연기는 인상적이었다. 40대 중반의 성실한 남성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냈다. 현실적인 인물이었다. 그 덕분에 영화의 잔재미가 늘었다. 코믹적인 부분을 잘 살렸다. 


          



#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을 보고 든 생각.

누구나 꿈을 가질 필요는 없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하면 된다. 그러나 누구나 꿈이 있어야만 하는 건 아니다. 그런 것 없이도 잘 사는 사람이 많다. 꿈이 있다면 더욱 행복할지 몰라도 없어도 없는 대로 잘 살 수 있다. 삶에는 다양한 모습이 있을 뿐이다.      



한편 우리 사회는 ‘꿈 강요’에 혈안이 돼있다. 꿈 없이도 분명 잘 살 수 있는데 꼭 있어야만 하는 것처럼 불안을 조장한다. 어른의 흔한 잔소리 중 하나가 ‘커서 뭐 될래’가 아닌가. 커서 꼭 ‘뭐’가 돼야만 하는 걸까. 그냥 나로 살면 안 되는 건가. 어떻게든 밥 벌어먹고 살면 되는 거 아닌가.    


 

그런데 꿈이 있다면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현실을 이유로 꿈에서 멀어지지 않았으면 한다. 꿈이 주업이 되지 못하더라도 취미로라도 즐겼으면 한다. 우리는 막상 꿈을 갖더라도 단기간에 결판을 내야 한다고 조급함을 갖는다. 사회가 그렇게 조장한다. 한데 그럴 필요가 없다. 꼭 당장 뚜렷한 성과가 나와야 하는 건 아니다. 그저 즐기기 위한 목적으로 해도 상관없다.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는 것, 계속해서 시도하는 것이다. 꿈에 대한 인식이 그런 식으로 조금은 바뀌었으면 좋겠다.          




점장 콘도 마사미란 캐릭터가 좋았다. 성실하고 아랫사람한테 막대하지 않았다. 꿈이 있고 사람이 선했다. 친절하고 사람을 귀히 여겼다. 무엇보다 인간적이었다. 나도 그렇게 나이 먹고 싶다. 금전적 성공보다 품격 있는 사람, 나이 먹었다고 거들먹거리는 사람이 아닌 어린 연령층과도 즐겁게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콘도 마사미는 나의 롤모델이었다. 





2019.02.08.

작가 정용하

# 사진 출처 - 네이버 스틸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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