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마블 후기
지난 6일, 드디어 2019년 첫 마블 영화가 개봉했다. 마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날을 무척 기다렸을 것이다. 역시 그 기대감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둘째 날(7일)까지 80만 명에 가까운 관객을 끌어 모았고, 오늘 무리 없이 100만 관객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마블의 새 히어로가 나온다 해서 더욱 기대가 되었다. 과연 새 히어로는 어떤 매력을 지니고 있을까. 그 뚜껑이 지난 6일 열렸다. 영화의 총평은 약간 억지스런 면은 있었지만 그래도 마블은 마블! 이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아쉬운 부분도 마블 영화이기에 감싸주기 가능했다. 그리고 마블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쿠키영상에서 <어벤져스: 엔드 게임>에 관한 떡밥이 나왔다. 지난 <앤트맨과 와스프>에서도 관련된 쿠키영상이 나오더니 점점 더 <어벤져스>의 기대감을 키워갔다.
내가 본 캡틴 마블은 어땠는지 아래 리뷰에서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하겠다. 나는 마블 영화를 좋아하지만, 코믹스는 잘 모른다. 그런 입장에서 일반적인 시선으로 살펴보겠다. 이 영화를 둘러싸고 여러 이야깃거리가 나올 것 같다. 다음 마블 영화가 너무 기대가 된다.
① 캡틴 마블은 어떤 영화였는지
이번 영화는 전체적인 마블 세계관을 유지하면서 캡틴 마블의 색채를 드러낸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토르>나 <앤트맨>,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확실히 캡틴 마블만의 분위기가 존재했다. 그렇게 서로 다른 영화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것이 마블만의 치명적인 매력이었다.
마블 팬으로서 약간 아쉬운 면도 있었다. 그간 영화를 보면서 나는 마블 영화만의 유머 코드가 존재한다고 믿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나 <앤트맨>처럼 노골적인 유머는 아니더라도 은근히 웃기는 유머는 매번 있어 왔다. 그러나 이번 캡틴 마블에서는 그러한 부분이 거의 잘 드러나지 않았다. 급하게 영웅의 과거를 집약해서 넣다 보니 자꾸 늘어지고 지루해졌다. 기존의 마블이라면 그 과정도 웃음 짓게 연출했을 텐데 어째서인지 이번 영화에서는 그러한 시도가 눈에 띄게 줄었다. 그런 부분 때문에 다소 지루했단 평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쉬움도 있었지만 역시 마블은 마블이었다. 화려한 전투신과 영상미, 광대한 세계관은 여전했다. 캡틴 마블이 너무 혼자서만 강력한 게 아닌가 싶었지만 그녀의 활약이 충분히 멋있었다. 과연 <어벤져스>에서는 또 어떤 액션신을 보여줄지, 그리고 타노스와 정말 호각으로 다투는 게 가능할지 기대를 모았다. 이번 영화에서 보여준 그녀의 활약으로는 타노스의 상대로도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왜 이제야 등장하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 그동안 지구 안에서의 소란뿐 아니라 범우주적인 대혈투에도 그녀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충분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텐데(없었더라도 만들어낼 텐데) 아직 그것이 정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앞으로 그 개연성을 만드는 것이 <어벤져스>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영화 막바지에 그 개연성을 암시하는 사연이 살짝 드러나긴 했지만 뭔가 그것만으론 부족해 보였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마블 영화 대부분이 지금껏 그래 왔다. 처음에는 다 부족해 보였지만 속편이 나오면서, 그리고 <어벤져스>에서 활약하면서 빛을 보고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캡틴 마블도 향후 활약을 이어가면서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로 변모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곧 개봉할 <어벤져스>에서 캡틴 마블의 활약을 예고했으니 그 후의 평은 또 달라질 것이다. 다른 히어로와 어떤 균형을 이룰지, 또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 궁금한 것투성이었다. 오는 4월, 그 모든 것이 밝혀질 것이다.
② 캡틴 마블 스토리에 대해
크게는 크리족과 스크럴족의 전쟁, 또는 크리족의 스크럴족 학살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작게는 캡틴 마블의 과거 기억과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코믹스를 보지 못했다면,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 영화 중반까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시간 분배를 따져 봤을 때, 전투신 반, 스토리 반 정도 차지하는데, 스토리에 조금 더 치중됐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지루하다고 느끼는 분이 생겨나는 것 같다. 그런 평이 이해된다.
한데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인지 모르겠다. 보통 아무리 단독 영화라 해도 속편이 기대되게끔 열린 결말로 끝나는데 이 영화는 비교적 깔끔하게 끝나서 속편을 예상하기 어려웠다. 당초 그것을 의도한 것인지 아니면 연출 미스인지는 후에 확인해봐야겠다. 뭐, 결말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부분이라 많은 것을 이야기할 수 없지만 터전을 찾아주는 것 등으로 이야기를 꾸린다면 꾸릴 수는 있겠다. 아무튼 <어벤져스>의 기대감만 커져 갔다. 얼마나 큰 대작이 나오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③ 캡틴 마블 연출에 대해
연출 면에서야 누가 감히 아쉬운 걸 꼽을 수 있겠나. 마블의 연출력은 역시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항상 최고의 영상미를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시간적 배경은 1995년도였기 때문에 퓨리 국장이나 콜슨 요원 모두 젊은 시절이었는데 외모부터 의상, 말투, 행동까지 전부 완벽하게 구현해냈다. 관련 건물, 물건 등도 그 시절에 맞춰 세세하게 구현해냈다. 우주 속이나 다른 행성의 디테일은 이제 날이 갈수록 깊어지는 느낌이다.
마블은 사소한 장면 하나에도 떡밥을 남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많은 유튜버들이 그것을 찾으려고 혈안이 돼 있기도 하다. 그들은 항상 그 떡밥에 넘어가고, 팬들은 또 그 유튜버의 추측에 넘어간다. 그렇듯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장면에도 마블은 작게나마 관련 인물을 넣어 이야깃거리를 만든다. 또 그것을 찾아내는 대단한 유튜버들이 있다. 나는 그런 눈썰미는 가지지 못해 이번 영화에서도 눈이 가는 특별한 떡밥은 찾지 못했다.
④ 캡틴 마블 배우에 대해
개봉 전부터 미스 캐스팅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브리 라슨. 그녀가 연기하는 캡틴 마블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기대 반 우려 반의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래서일까. 그녀의 캡틴 마블은 어딘지 모르게 아직 어색했다. 뭔가 다른 배우들이 연기할 때만큼 제 옷을 입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런 논란이 없었다면 그런 느낌도 들지 않았을 것이다. 연기력 자체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뭔가 매력의 차이랄까. 그것도 처음에만 조금 어색하고 중반부로 넘어갈수록 적응이 되긴 했다. 확실히 언론의 힘은 컸다. 아무리 영향 받지 않겠다고 다짐해 봐도 어느 순간 나의 무의식 속에 잠입해 영향을 끼쳤다. 나도 모르게 색안경을 낀 채로 그녀를 바라보게 되었다. 그러한 논란은 앞으로 얼굴을 자주 비치면서 점차 사그라들 것이다.
이번 영화에서 가장 반가웠던 인물은 역시 ‘효자’ 퓨리 국장과 콜슨 요원이었다. 두 눈 다 멀쩡한 퓨리 국장과 머리숱이 눈에 띄게 많은 콜슨 요원의 등장은 나로 하여금 웃음 짓게 만들었다. 그 외에도 전철에서 신문을 보던 스탠 리의 짧은 등장. 그의 카메오 출연을 앞으로 보지 못한다니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반가운 빌런도 있었다. 로난도 이번 영화에서 짧게 등장했다. 쿠키영상에도 반가운 인물이 많이 나왔는데 그것은 결정적인 스포가 될 수 있어 말을 삼가겠다. 참고로 캡틴 마블의 쿠키영상은 두 개다.
⑤ 캡틴 마블을 보고 든 생각
결국 모든 시선은 <어벤져스: 엔드 게임>으로 향했다. 떡밥도 뿌려질 만큼 뿌려졌고, 모든 이야기의 종결이 <어벤져스>가 될 준비를 끝마쳤다. 러닝타임이 3시간이고 중간에 쉬는 시간이 있다는 후문도 들려온다. 얼마나 대작을 만들려고 이러는지, 기대감이 폭발 직전이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만큼만 재밌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다. 이제 한 달이다. 한 달만 기다리면 그 대망의 결과물을 볼 수 있다. 캡틴 마블이 그 예고편으로, 일종의 전초전으로 역할을 잘한 것 같다. 이제 마음 놓고 볼 준비만 하면 되었다. 오는 4월이 너무 기대되었다.
2019.03.08.
작가 정용하
# 사진 출처 - 네이버 스틸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