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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정용하 Mar 28. 2019

새라 케슬러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 리뷰

책리뷰



“노동의 유연성이 증가한다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어디에 소속되지 않아도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것은 역설적으로 사회가 부담하던 개인의 복지를 온전히 개인이 떠안게 된다는 걸 의미한다. 그것으로 인한 사회문제가 점점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다. 자신이 프리랜서에 대한 환상에 젖어 있다면 이 책은 현실을 직시할 수 있게끔 해주는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노동의 유연성, 그것은 대체 누구에게 이로운 것인가. 한 번 생각해볼 때가 됐다.” -2019년 2월 14일 출간한 새라 케슬러의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 추천사      


    



①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는 어떤 책?

# ‘긱 경제’에 관한 책. 하지만 제목이 잘못한 책.     



처음에 제목만 보고 프리랜서에 관한 책이겠거니 생각했어요. 미래의 거스를 수 없는 흐름에 대해 이야기하고, 우리가 따라가야 하는 부분은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게끔 해주는 책인 줄 알았죠. 모든 산업 부문에서 자동화가 이뤄지고 있는 지금,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는 건 어쩌면 현실 가능한 이야기잖아요. 그것은 무서운 현실이기도 하지만, 저 같은 사람에겐 기회가 되기도 해요. 한데 이 책은 정작 그러한 흐름에 대해 이야기한 책이 아니었어요. 그저 ‘긱 경제’, 그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죠.     



원제만 보면 충분히 내용이 짐작되는데요. 누가 원제를 보고 책을 사겠어요. 당연히 한국어 제목만 보고 책을 구매하죠. 그런데 완전 당했어요.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와 이 책이 대체 어떤 부분에서 연관이 있는지 전혀 모르겠어요. 그저 마케팅을 위한 수작에 불과했죠. 제목만 보고 독서모임 선정도서로까지 정했는데 배신감이 드네요. 이러면 안 되는 거예요.      



이 책은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와는 전혀 무관한 ‘긱 경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긱 경제’가 무엇이냐, 단순히 말해 ‘임시직 경제’를 말하는데요. 지금은 어느 곳에 소속돼 정해진 시간만큼 일을 하는 게 당연하다 여기잖아요. 그런데 그게 기술과 결합하면서 소속되지 않아도 원하는 만큼만 일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거예요. 그래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고요.     



그런데 이 책은 ‘긱 경제’의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해요. 아니 그럴 거면 대체 왜 책을 썼는지 의아해요. 저자는 오락가락한 모습을 자주 보이는데요. 처음엔 ‘긱 경제’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고 좋은 방향이라 언급하지만 초중반 이후부터는 생계 위협에 빠질 수 있다, 그래도 정규직이 좋다, 라는 상반된 태도를 보여요. 말미에 가서 그래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겠지 싶었는데 그마저도 부정적인 측면만 강조하다 끝나요. 그러면 원점으로 돌아와서 저자에게 딱 한 가지만 묻고 싶어요. 그럼 이 책은 왜 쓴 건가요?


     

아무리 책 분야 또한 마케팅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산업이 됐다고 해도 이건 해도 너무했어요. 소비자를 속이는 일이잖아요. 원제가 뻔히 있는데 그것과 완전히 결이 다른 제목으로 소비자들을 일명 ‘낚시’했어요. 결과적으로 제가 그거에 넘어간 셈이고요. 평소 자신이 ‘긱 경제’에 대해 알고 싶었다면 이 책은 나쁘지 않은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제목만 보고 저와 같이 혹했다면 이 책의 구매를 말리고 싶네요. 의도한 바와 다른 감상을 얻을 수 있어요.          





②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 좋았던 점

# 고민거리가 많다.     



‘긱 경제’라는 용어를 이 책에서 처음 알았어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나면 이미 우리 사회에서 흔히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만 용어 자체는 굉장히 생소하죠. 쉽게 말해 프리랜서지만, 일용직 또는 임시직 노동자에 가까워요. 그들이 겪는 고충을 비교적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있어요. 혼자 일하는 게 꼭 좋은 게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죠.      



이 책은 미국의 현실을 그리고 있는데 우리의 것은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는다고 생각해요. ‘긱 경제’ 만으로 과연 생존할 수 있는 날이 올까 싶어요. 그것도 국가의 지원을 전혀 받지 않은 생태로요. 현재로선 거의 불가능하다 싶은데, 또 기술 발전과 사회 흐름상 피할 수 없는 현실 같아요. 그러면 그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또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은 어느 주체의 도움을 얻어야 하나, 하는 고민거리를 낳아요.     



밀레니얼 세대가 노동의 유연성을 선호하잖아요. 그래서 조직에서의 안정도 포기하면서 프리랜서로 뛰어드는 사람이 날이 갈수록 많아질 텐데 그로 인한 문제는 어떻게 해결될까 고민을 낳아요. 예전에는 한 개인이 문제가 있으면 그 가족이 대신 안전지대 역할을 해주었잖아요. 하지만 1인 가구 시대, ‘긱 경제’에서는 그 순간 바로 벼랑 끝에 내몰리게 되죠. 그러면 결국 나라가 챙겨줘야 한다는 것인데, 그게 또 정치적인 문제와 엮여 있어 쉽사리 해결될 것 같진 않아요.    


      



③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 아쉬웠던 점

# 미국의 상황이라 몰입하기 어렵다.     



이 책의 아쉬웠던 점은 위에서 잔뜩 언급했기 때문에 더 추가하는 것이 잔혹한 일이 될 수도 있겠지만, 애석하게도 더 있어요. 이 책은 미국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이름이 누군지 헷갈리고 그 상황에 몰입이 안 되는 결과를 낳았어요. 아직 한국에선 그러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아서 더욱 몰입이 안 됐던 것도 있어요. 그저 최근에 발생했던 ‘카풀’과 택시 산업 대립이 그나마 비교 대상이 될 수 있겠네요. 그마저도 미국과 상황은 조금 달라서 단순 비교하기 어려웠죠.     



책은 장장 300페이지 넘은 분량이에요. 그런데 그에 비해 저자의 논조는 굉장히 흐릿한 편이에요. 그래서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데? 라고 물었을 때 딱 떨어지는 주장은 없어요. 그저 그랬다더라,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더라, 하는 굉장히 의례적인 의견만 내놓고 있어요. 딱 떨어지는 견해도 없이 왜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는지 굉장히 의문스러워요. 단순히 제목을 떠나 내용적으로도 이 책은 아쉬운 점이 산더미죠. 솔직히 이 책에 관심 갖는 사람을 말리고 싶은 심정이에요.        


  


④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 속 좋은 구절     





실제로 내가 만나본 이들 중에는 세대를 떠나서 안정적인 삶을 도외시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어쩌면 밀레니얼 세대가 기성세대와 다른 점은 안정적인 삶이란 손에 잡으려 해도 잘 잡히지 않는 거라고 생각한다는 점인지도 모르겠다. 우리 또래는 노동에 대한 그간의 통념이 좋게 말하면 변화를 겪던 시기, 나쁘게 말하면 이미 부질없는 소리가 되어버린 시기에 성인이 됐다. p11     





설문조사를 해보면 밀레니얼 세대는 현금 보너스보다 자기계발과 유연성을 중시하고,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일하는 것을 더 선호하며, 노동에서 일과 생활의 균형을 긍정적인 업무환경, 직업 안정성, 업무 흥미도 등 다른 어떤 요소보다도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난다. p40     




2019.03.28.

작가 정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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