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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정용하 Apr 24. 2019

정혜신 <당신이 옳다> 리뷰

 책리뷰



“이 책이 왜 베스트셀러 순위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는지 여실히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가치가 있었다. 내가 왜 가끔 공허한지,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소상히 알려주었다. 마치 진단을 내리듯 나의 심리상태를 낱낱이 파헤쳤다. 해서 다소 불안하기도 했지만, 의미 있는 ‘나 공부’였다. 물론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타인을 공감할 여력이 남아 있지 않겠지만, 주변 소중한 지인에게 ‘마음이 어떠냐고’ 한 번 물어봤으면 좋겠다. 사랑은 확실히 주는 것에서 시작하고, 그것만이 유효하다. 타인의 따스함을 기대하거든 타인에게 그것을 먼저 주어라.” -2018년 10월 10일 출간한 정혜신의 <당신이 옳다> 추천사.          





① <당신이 옳다>는 어떤 책?

# 타인을 공감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     



<당신이 옳다>는 어떤 책이다 단정해서 말하기 어려운 책이에요. 그러기엔 너무나 복잡한 책이죠. 제 말은, 내용이 복잡했다는 것이 아니라 읽고 나니 마음이 복잡해졌다는 뜻이에요. 뭔가 벌거숭이가 된 느낌. 완전히 까발려진 채 저의 밑바닥 감정을 날 것으로 받아들여야 했어요. 그 느낌이 처음엔 강한 거부감이 들다가도 저의 ‘진짜’ 목소리를 들은 것 같아 이내 고마움이 생겼죠. 제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았어요. 제가 타인에게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도 알겠고요. 공감은 어렵지만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당신이 옳다>는 정신과 의사 정혜신이 쓴 심리 치유서예요. 그러나 정작 본인은 의사라는 호칭보다 ‘치유자’라는 호칭을 더욱 선호하죠. 의사라고 하면 자신을 찾아온 사람을 병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어 싫었대요. 심리적 아픔을 지닌 사람 보고 뭉뚱그려 우울증이라 진단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여겼고요. 특정한 이유가 있어서 아픈 것이 어떻게 전부 우울증이 되겠어요. 충분히 아파도 되고, 아플 만한 사람을 환자 취급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그녀의 시선에 저는 공감했고요.     



이 책은 기본적으로 공감의 효력, 공감하는 방법 등에 대해 다루고 있어요. 우리의 말 한마디가 타인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설파하고 있죠. 타인의 행동이나 상황을 보지 말고 그 존재나 감정에 주목하라는 말도 큰 깨달음을 주었어요. 제가 혹 타인을 볼 때 그 사람의 외적인 면만 보고 그 전체를 판단한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됐고요. 제가 받고 싶은 만큼 저도 이제 앞으로 타인의 존재와 감정에 주목하려 해요. ‘마음이 어떠냐고’ 주변 지인들에게 묻고 다니려고요.        


  



② <당신이 옳다> 좋았던 점

# 나를 한 번 되돌아보게 된다.     



이 책을 읽으니 공감하는 법을 알 것 같기도 해요. 잘 들어주고 끄덕거리는 것만이 공감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죠. 진심으로 타인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 타인의 외면이 아닌 존재 자체를 바라봐 주는 것. 타인의 개별성을 인정해주는 것. 그것이 공감의 시작이자 기본이었어요. 저는 스스로 공감을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 좀 더 타인의 존재를 바라보려는 노력을 해야겠어요.    


 

이 책은 주로 타인을 상대로 공감하는 법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것을 타인에 국한시킬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나 자신을 그 대상으로 삼아도 다르지 않죠. 나의 감정은 언제나 옳아요. 좋은 감정, 나쁜 감정 따로 있는 게 아니죠. 내가 그렇게 느끼게 된 데에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예요. 그러니 감정을 억누르며 자신을 옥죌 필요가 없죠. 내 감정에 귀 기울이고 있는 대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힘들면 힘든 대로 잠시 둬도 돼요. 무엇 때문에 힘든지만 귀 기울여 봐요.     



이 책이 던지는 화두가 나의 감정에 관한 것이라 솔직히 불안하고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러한 ‘진짜’ 감정에 마주하게 되어 감사했어요. 내가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었구나, 요즘 나는 이런 마음이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죠. 불편하고 불안하다 해서 그것이 꼭 나쁜 감정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한 순간이었어요. 나의 ‘진짜’ 감정을 알게 되니 앞으로 내가 어떻게 해야 되겠는지도 알게 됐고요. 그 기회를 준 이 책에 감사했어요.          





③ <당신이 옳다> 아쉬웠던 점

# 나를 자책하게 돼서 불편했어요.     



이 책은 누가 봐도 좋은 말을 하고 있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것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어요. ‘그래, 참 좋긴 한데...’ 라며 뒷말을 남기게 됐죠. 삶의 벼랑 끝에 놓인 사람에게 따스한 말 한마디, 공감 한마디가 얼마나 큰 힘이 될지도 잘 알고 있고, 그것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공감해요. 그런데 왠지 모르게 힘이 쭉쭉 빠지게 되는 건 무엇 때문일까요. 저는 누군가를 공감할 여력이 없어요. 솔직히 말하면 공감을 받고만 싶어요. 그런데 책에서는 해줘야만 한다고 이야기하니 숨이 턱턱 막혔어요.      



공감이 타인의 외면이 아닌 그 자체를 바라봐주고, 주목해주는 거란 건 충분히 알겠어요. 그런데 저는 그 방식에 있어선 사람마다 다르다고 생각해요. 자신만의 스타일이 묻어날 수 있는 거죠. 하지만 이 책은 그 방법적인 것까지 너무 규정하려 들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마치 내 방법만 옳아, 라고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 강요받는 느낌이었어요. 그것이 조금 불편했어요.     





한편 타인을 제대로 공감해주지 못하는 제 자신이 부끄러웠어요. 자책하게 됐어요. 저는 저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놈 같았어요. 어쩔 수 없는데 말이죠. 저는 주변 사람을 그렇게 관심 있게 지켜볼 만큼 심리적 여유가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제 앞날을 걱정하고 힘쓰느라 늘 힘이 모자라요. 한데 그런 저를 이 책이 부담을 지우는 것 같아 솔직히 불편했어요.      



내가 타인에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내가 나에게 할 수 있는 ‘자기 공감법’으로 이 책을 구성했다면 조금 더 따듯한 느낌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실제로 저는 제가 저에게 하는 것처럼 이해하고 읽었어요. 그러자 수면 아래 모습을 감췄던 감정이 스르르 떠오르는 듯한 느낌이었죠. 내 감정의 실체를 발견하는 순간이었어요. 그것이 꽤나 당황스럽고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나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어요. 이 책이 그런 접근을 택했다면 조금 더 가치 있는 책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저의 이런 불편한 감정은 덜했겠죠.      



이 책은 십대 이십대보다 학부모, 상담사, 교육자에게 더욱 맞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책 속의 예시 상황도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게 많았고요. 그래서 그런지 저는 그 상황에 충분히 공감할 수 없었어요. 저와는 동 떨어진 이야기 같았죠.         


  


④ <당신이 옳다> 속 좋은 구절     





젊든 늙든 우리가 왜 이렇게 아픈지 이젠 알 것 같다. 자기 존재에 주목을 받은 이후부터가 제대로 된 내 삶의 시작이다. 거기서부터 건강한 일상이 시작된다. 노인도 그렇고 청년이나 아이들도 그렇다.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다. p47    


 



기회가 왔다 싶으면 예의를 차릴 여유가 없다. 과도한 나 드러내기는 평소에 한 개별적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관심과 주목을 받지 못한 채 방치된 삶들이 많아서라고 생각한다. 만성적인 ‘나’ 기근이 중요한 원인일 것이다. p55     





심각한 내 고통을 드러냈을 때 바로 그 마음과 바로 그 상황에 주목하고 물어봐 준다면 위로와 치유는 이미 시작된다. 무엇을 묻느냐가 아니고 나에게 집중하고 나의 마음을 궁금해 하는 사람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치유이기 때문이다. p80     





공감은 누군가의 불어난 재산, 올라간 직급, 새로 딴 학위나 상장처럼 그의 외형적 변화에 대한 인정이나 언급이 아니라 그것을 가능하게 한 그 사람 자체, 그의 애쓴 시간이나 마음씀에 대한 반응이다. 그럴 때 사람은 자신이 진정으로 인정받고 보상받았다는 느낌을 받는다. p142     





항상 긍정적인 마음으로 사는 건 좋은 일인가. 좋을 때도 있지만 아닐 때도 얼마든지 있다. 때론 위험하기도 하다. 긍정적 감정은 자기 합리화와 기만이 만들어내는 결과일 때도 있고 자기 성찰의 부재를 뜻하는 신호이기도 하다. p217          







⑤ <당신이 옳다>를 읽고 든 생각

# 감사일기가 아닌 감정일기를 써보는 건 어떨까요.     



요즘 감사일기를 쓰는 분들이 많은 줄로 알아요. 그런데 저는 그런 감사일기가 하나의 강박이 되지 않을까 우려가 있어요. 괜한 노파심일 수 있겠지만, 분명 감사하지 않은 상황도 있을 텐데, 그 상황마저 우리는 감사해야 하는 걸까요. 어떤 상황에 분노도 일었을 수 있고 짜증이 났을 수도 있어요. 그것은 지극히 자연스런 감정이에요. 그런데 그 상황마저 우리는 감사해야 하는 걸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모든 상황에 감사할 수 있겠어요. 오히려 그 자연스런 분노와 짜증을 억누르는 것이 더 안 좋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하나의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분노도, 짜증도 있었다고 인정하는 용기가 필요해요. 그것을 인정하고 흘려버리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고요.


      

그런 점에서 감사일기가 아닌 감정일기를 써보는 건 어떨까요. 오늘 나는 이런 감정을 느꼈어, 하고 솔직하게 자기 고백해보는 것. 그것이 나를 공감하고, 위로하고, 치유하는 첫 번째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봤어요. 이 책에서 말하듯 좋은 감정, 나쁜 감정은 따로 없고 어떤 감정이든 옳으니까요. 




2019.04.24.

작가 정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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