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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정용하 Apr 30. 2019

정이현 <너는 모른다> 리뷰

책리뷰



“열한 살 유지를 잃어버린 가족들의 심리가 너무 생생해서 나 역시 조바심이 나고 울적했다. 그 감정의 깊이가 너무 깊어 차마 다가갈 수 없었다. 그것이 작가 정이현의 장점이었다. 그녀는 인물 심리 묘사하는 데 탁월함이 있었다. 입체적으로 잘 그려냈다. 이번 책에서도 역시 그것이 잘 드러났는데, 이번엔 그 양상이 조금 달랐다. 다른 책에선 한두 사람 심리 묘사하는 데 그쳤다면, 이번 책에선 등장인물 모두를 심리 묘사하려 시도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더욱 풍성하고 깊이 있는 감정을 담을 수 있었다. 이 책은 한 가지 사건에 여러 인물이 어떻게 반응하고, 어떤 감정 상태를 보이는지 잘 보여주는 책이었다.” -2009년 12월 8일 출간한 정이현의 <너는 모른다> 추천사.    


      



① <너는 모른다>는 어떤 책?

# 한 아이의 실종이 불러오는 영향을 담은 소설.     



이 책은 <달콤한 나의 도시> 정이현 작가의 2009년 작품이에요. 500페이지 가까이 되는 분량으로 꽤 긴 편에 속하죠. 그러나 그녀의 소설은 워낙 읽기 편해서 금방 읽을 수 있었어요. 책 내용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날 수가 없죠.     



추천사에 언급했듯, 이 소설의 특징은 모든 인물의 심리를 밝히고 있다는 점인데요. 한 가지 사건에 인물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어떤 심리를 내보이는지 알 수 있었어요. 내부에 범인이 있다면 누구일까 끝까지 궁금했는데, 그 결말은 스포가 될 수 있으니 밝히지 않도록 할게요.     



이 책의 줄거리를 살짝 언급하자면, 열한 살 유지가 사라지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고 있어요. 그녀에겐 열 살 이상 차이 나는 이복오빠 혜성과 이복언니 은성이 있고, 화교 출신의 어머니 옥영과 무슨 일을 하는지 베일에 싸여 있는 아버지 김상호가 있었죠. 그들은 서로에게 극도로 무관심하면서도, 강한 연결고리로 묶여 있었어요. 그것이 유지가 실종되면서 드러났죠.     



과연 유지는 하루아침에 어디로 사라져 버린 걸까요.          





② <너는 모른다> 좋았던 점

#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     



소설의 관점이 자주 바뀌는데도 흐름이 끊기지 않았어요. 이복오빠 혜성의 시선도, 실종 당사자 유지의 시선도 엿볼 수 있었죠. 이야기의 입체성이 생겨났어요.      



서로의 입장이 전부 이해 갔던 것 같아요.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이 따로 나뉘지 않았죠. 다 그럴 만한 사정이 있고, 그들의 잘못은 없었어요. 우리는 누구나 그러한 부족함을 안고 있죠.     



정이현 소설이 좋은 점은 기승전결 구조를 띠지 않고 그저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는다는 거예요. 소설이 시작되기 전에도, 끝나고 나서도 인물들은 여전히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을 것 같죠. 이 책도 뚜렷한 결말이 나진 않았지만, 그것이 좋았어요. 그 나머지의 이야기는 독자에게, 그리고 소설 속에 살아가는 인물들에게 맡겨진 거죠.          





③ <너는 모른다> 아쉬웠던 점

# 무언가에 뒤쫓기는 듯한 느낌.     



무언가가 급했어요. 뒤쫓기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내용의 전개가 빠르다 못해 한참 앞서가는 듯했어요. 왜 그랬을까요. 이 소설은 왠지 모르게 정이현 작가와 어울리지 않는 듯했어요. 이런 사건 중심의 이야기는 그녀와 어울리지 않았죠. 확실히 기존에 읽었던 책과는 다른 색깔이었어요.     



제가 알고 있는 정이현 작가의 장점은 한 인물의 입체성을 극대화 시킬 줄 안다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러한 부분이 잘 드러나지 않았죠. 물론 여러 인물을 다루다 보니 그런 것도 있는데, 그렇다 해도 아쉬움은 남았어요. 무언가 정이현 작가만의 색채가 옅었던 책이었어요. 다소 뻔한 설정, 뻔한 전개, 뻔한 화법이었죠.     



결말도 사실 어정쩡했어요. 그래서 결국 유지는 어디로 갔었던 것인데, 라는 의문이 남죠. 그걸 차지하고도 실종되고서 가족이 보인 태도는 현실적이지 않았어요. 각 인물의 심리 묘사가 피상적으로 느껴졌죠. 이런 상황에는 이렇게 행동하겠지, ‘생각’하며 쓴 듯한 느낌이 많이 묻어났어요.         


 



④ <너는 모른다>를 읽고 든 생각.

# 사연 없는 사람은 없다.     



이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은 없어요. 또 부족하지 않은 사람도 없고요. 다 저마다의 사연과 부족함이 있어요. 때론 실수도 하고요. 그런 모습을 보이면서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인생인 것 같아요. 그러니 잘 보이려고 애쓸 필요도 없죠.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쓸 필요도 없고요. 어차피 완벽하거나 온전한 사람은 어디에도 없어요. 누구나 다 부족하죠.     



겉으로 완벽해 보인다 해서, 경제적인 조건이 충분하다 해서, 그 사람이 완벽하고 온전한 건 아니에요. 그런 사람도 실수를 하고요, 온갖 두려움에 떨고요, 나름의 사연이 있어요.     



<너는 모른다>에서도 그것이 드러났어요. 김상호, 옥영, 혜성, 은성, 유지, 밍 등 사연 없는 사람이 없었어요. 다 저마다의 두려움에 떨고 있었고요. 부족함이 있었어요. 겉으로 봤을 땐 강남의 좋은 집에 사는 그들이었지만, 개개인을 들여다보면 다 부족한 사람이었어요. 그것이 인간의 ‘진짜’ 모습이죠. 


    

그러니까 지금의 두려움을 받아들여요. 그것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마음껏 두려워하세요. 그 두려움을 인정하세요. 원래 인간은 수시로 두려움을 느끼는 존재예요.




2019.04.30.

작가 정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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