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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정용하 May 25. 2019

옛 기억을 되살려주는 영화
<건축학개론> 리뷰

영화리뷰



이 영화 감상을 이제야 정리하게 될 줄 몰랐다. 이 영화는 나의 인생작이어서 진즉에 감상을 남겼어야 했다. 감상이 조금 늦었다. 사실 감상만 안 남겼을 뿐이지 그간 열 번 넘게 봤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볼 때마다 꼭 울었다. 눈물이 안 날 수 없는 영화였다. 결말 부분엔 항상 거의 오열을 했다.     



<건축학개론>은 항상 무언가 마음 찡한 여운을 남겼다. 그들이 겪은 대학생활이, 첫사랑이 꼭 내 것과 닮아서라기보다, 나도 모르게 옛 시절이 떠올라서였다. 나도 순수했던 시절이 있었다며. 그때는 나도 상대의 손끝만 닿아도 설레고 그랬다며.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에 끝을 모르던 시기였다. 좋아하고 싶은 만큼, 좋아하는 만큼, 끝없이 좋아할 수 있었다.     



이 영화만 보고 나면 그때의 내가 떠올랐다. 감정에 한없이 솔직했던 나. 무언가 그때가, 그때의 내가, 진짜 나 같고, 나다웠고, 그랬던 것 같다. 지금의 나는 무언가 항상 주저하게 된다. 행동하기 앞서 너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거침없이 행동할 수 있었던 그때가 조금은 그립다. 이 영화는 내게 그리움이었다.     







내게도 물론 첫사랑이 있었다. 영화 속 주인공만큼은 아니더라도, 그래도 나름 역동적이고 서글픈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안타깝게도 '승민'처럼 그 끝이 좋지 못했지만, 그래도 굵직한 첫사랑의 기억을 남겼다. 하지만 더 안타깝게는, 그 첫사랑의 기억이 최근 어떤 일로 인해 휘발돼 버렸다.     



추억은 추억으로만 남겨야 한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그것을 다시 되돌리려 하는 순간 모든 것이 일그러졌다. 추억을 송두리째 잃어버리는 결과를 맞이할 수도 있었다. 내가 그랬다. 괜스레 그 추억을 현실로 가져오려다가 그 아름다운 기억까지 모두 잃어버렸다. 그 결과, 나는 첫사랑 기억이 없는 사람이 되었다. 그게 나는 조금 슬프다.     



그래도 <건축학개론>은 나의 옛 시절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만들어준다. 그때 나 참 풋풋했었지, 하며 미소 짓게 만든다. 나는 여전히 소망한다. 다시 그럴 수는 없을까 하고. 지금도 풋풋하면 안 될까. 풋풋한 기억 하나쯤은 더 만들 수 없을까. 사람 자체에 관심 가져주었던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을까. 뭐 이런 생각들을 요즘도 한다. 그리고 이제 그럴 수 없다는 것쯤은 나도 잘 알고 있다.     





이 영화를 보면 사람이 참 순수해지고 싶어진다. 사람을 대하는 것을, 다 승민이나 서연이처럼 하고 싶다고 느낀다. 그냥 '함께'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렸던 둘. 어쩌면 나도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함께였던 둘이 나는 부러운가 보다.     



이제야 이 영화 감상을 정리하게 돼 기쁘다. 무언가 감상 남기기를 한참이나 아껴왔던 영화다. 자연스레 내 속 얘기를 하게 될 영화라 그 적절한 때를 기다렸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이 그때인 것 같다. 적절한 시기를 잘 고른 것 같다. 가장 힘들 때, 가장 사람이 고플 때, 감상을 남기는 것 같다. 뿌듯하다. 


    

앞으로 이 영화를 또 언제 찾게 될까. 2년 후? 3년 후? 10년 후? 그때도 지금처럼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리게 될까. 옛 생각이 날까. 그때는 내 옆에 누군가가 함께일까.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 분명한 건 언젠가 다시 이 영화를 찾게 될 것이라는 거다. 이 영화와 함께 옛 시절을 찾고 싶어질 때가 온다는 것이다. 덕분에 나는 오랜만에 눈물을 훔쳤다. 울고 나니 꽤 기분이 좋아진다.          





① 영화 <건축학개론>의 재미 하나

# 공감 포인트 찾기.     



이 영화에는 공감 포인트 찾을 게 참 많다. 누구나 첫사랑 기억 하나쯤은 다 가지고 있지 않은가. 누구나 어리숙했던 옛 시절은 다 있다. 그런 공감 포인트를 찾으며 감상하는 것이 이 영화의 재미 포인트였다. 타임머신을 타고 잠시 옛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렇게 잊고 살았던 감각을 영화는 되살려 주었다. 그저 옛날일이라고 치부했던, 순수했던 감성을 되찾을 수 있었다. 나도 아직 감정이 완전 메마르진 않았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② 영화 <건축학개론>의 재미 둘

# 역시 신스틸러 납득이.     



영화 속 명장면은 대부분 납득이에게서 나왔다.     



‘둘이 자연스럽게 만나. 그리고 비벼. 존나 비벼.’     



라고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납득이의 모습은 언제 봐도 웃음이 났다. 그것 외에도 고딩 ‘싱숭이’와 중딩 ‘생숭이’가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것, 소주 한 병 사들고 쳐들어가라고 승민이에게 알려주는 장면 등은 참 별미였다. 언제 봐도 재밌었다. 그가 등장하는 신이 매우 기다려질 정도였다. 역시 납득이가 이 영화의 신스틸러였다.          





③ 영화 <건축학개론>의 재미 셋

# 현재와 과거 시점이 오가는 것.     



이 영화의 캐스팅이 정말 잘 이뤄졌다는 생각을 했다. 어린 역할로 배수지와 이제훈, 다 큰 역할로 한가인과 엄태웅의 조합이 아주 훌륭했다. 출연진 연기력 또한 매우 뛰어났다. 과거와 현실을 오가며 전개되었던 것도 너무 매끄러워 군더더기 하나 없었다. 정말 이제훈이 커서 엄태웅이 될 것 같고, 배수지가 커서 한가인이 될 것 같았다. 그 흐름이 참 매끄러웠다.     



과거 이제훈이 홧김에 버렸던 건축모형도를, 미래의 한가인이 가지고 있었을 때, 과거의 배수지가 빈집에 놓고 갔던 시디플레이어를, 미래의 엄태웅이 가지고 있었을 때, 나는 조금 소름이 돋았다. 그 연결라인이 너무 디테일해 놀라웠다. 이렇게 완벽한 영화가 있을 수 있다니. 이 영화가 내게 최고의 영화가 될 수밖에 없었던 건 이런 디테일함이 있었기 때문인지 모른다. 사소한 장면 장면이 아주 완벽하게 구사됐다. 영화에 흠뻑 빠질 수밖에 없었다.          





2019.05.25.

작가 정용하

# 사진 출처 - 네이버 스틸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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