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감성책장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가 정용하 Jul 07. 2019

신예희 <지속가능한 반백수 생활을 위하여> 리뷰

책리뷰



제목만 번지르르   


       

요즘 ‘관심 유발’ 책 제목이 참 많다. 유난히 요즘, 작가의 개성보단 마케팅 기법이 적용된 책이 많이 보인다. 책 제목만 보면 하나같이 다 읽고 싶어진다. 그만큼 그에 못 미치는 책을 만날 가능성도 높아졌다. 끌리는 책 제목만 보고 구입하기엔 그 내용이 부실한 책이 너무나 많다. 그런 이유로 요즘 다른 사람의 후기를 더 찾아보고 있다.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구입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후기도 잘 골라야 한다. 마케팅을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후한 후기를 올리는 경우 또한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만 보고 책을 선택한다면 또 생각한 것과 다른 감상을 얻게 될 수 있다. 그러면 나더러 어쩌라는 거지.     



이 책도 일단 책 제목에서 끌렸다. ‘지속가능한 반백수 생활을 위하여’라니. 요즘 사람들의 마음을 가히 후벼 파는 제목이다. 누구나 ‘돈 많은 백수’를 꿈꾸지 않을까. 더 자세히는 혼자 일하는 프리랜서의 삶을 꿈꾸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제목은 사회적 관심을 제대로 반영한 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책 내용에서도 그러한 점을 잘 반영했느냐, 나는 그 점에선 고개를 가로저을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너무 실망스러웠다.     





책 제목만 봤을 때 당신은 어떤 내용이 그려지는가. 작가가 지속가능한 프리랜서가 되기 위해 그동안 어떤 노력을 해왔을지에 대한 내용이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나. 나 역시 그런 내용을 기대하고 구입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내용은 없었다. 그러니까 정확히 말해, 직업적인 내용은 없고, 작가가 프리랜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생활 패턴을 가져왔는지, 어떤 태도와 마음가짐을 가져왔는지 등에 대한 내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작가 개인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 부분 또한 완전히 관심이 없다, 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앙꼬 없는 찐빵’ 같은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나는 작가가 어떻게 프리랜서로 정착할 수 있었는지, 어떻게 그 생활을 이십 년 동안 유지했는지에 대한 내용이 궁금했는데, 그 부분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었다. 분명 책 제목에선 그러한 내용을 기대하게 해놓고, 정작 내용은 다른 얘기를 꺼냈다.      


    


꾸준한 업데이트는 무척 중요하다. 마음이 젊다는 것은 업데이트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p125          




그래도 책 중반부까진 흥미로웠다. 프리랜서의 생활적인 면도 충분히 관심이 갔기 때문이다. 나의 기대를 완전히 충족시키진 못했지만 그래도 들어보지 못했던 ‘그들’의 생활에 대해 조금이나마 접할 수 있었다. 그러나 후반부부턴 영 아니었다. 책 후반부에는 작가의 개인적인 사고방식, 사회를 바라보는 태도 등이 드러났는데, 나는 그 부분부터 책을 덮어버리고 싶었다.     





나는 일단 작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가 어떤 사안이냐를 떠나서, 어떤 하나에 절대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을 싫어한다. 그러니까 모든 문제의 원인을 한 가지로 귀결시키는 사람. 개별적인 문제마다 다양한 사정과 여러 상황이 존재함에도 한 가지 원인으로 모든 문제를 일반화시키는 사람. 이 책에서 작가는 기승전 ‘사회탓’이었다. 사회가 자신을 그렇게 만들었단다. 나는 원래 그러지 않은 사람인데 사회 때문에 그렇게 되었단다. 그 사고방식이 전적으로 드러난 문구는 다음과 같았다.    


 

‘사회가 나를 주저앉히고 주눅 들게 했다.’     



이 문구를 보는 순간, 나는 헛웃음이 났다.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의 책을 내가 읽었다니. 물론 현재 우리 사회가 문제가 없다는 건 결코 아니다. 분명 많은 문제를 떠안은 사회이다. 그러나 나의 성향이 전적으로 사회로 인한 것이냐 물었을 땐 당연히 그렇지 않다. 그렇게 귀결시키면 마음은 편하고, 문제가 간결해질지 모르겠지만, 과연 그것이 올바른 사고인가 했을 땐 의문부호가 달린다. 어떤 문제든 한 가지 원인이 절대적일 수 없다. 모든 문제에는 다양한 원인과 저마다의 사정이 있다. 그런 것을 전부 차치하고 오로지 한 가지 원인만 꼽는다는 건 그 사람의 편협함을 그대로 드러낸 것에 불과하다. 그런 사람이 문제 해결에 흔히 쓰는 방식은 적대고 혐오다. 모든 문제의 원인은 한 가지에 있기 때문에 그것을 촉발시킨 대상을 ‘절대악’으로 규정하고, 자신의 에너지를 그것에 쏟아 부어 버리는 것이다. 그런 사람 하고는 보통 제대로 된 소통이 불가능하다. 자신과 반하는 생각을 가진 사람을 모두 적대시한다.     





지금의 나는 외부 영향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저마다 고유의 기질도 무시할 수 없다. 지금의 성향과 사고방식이 꼭 대한민국에서 살았기 때문에 생겨났다고 단적으로 말할 수 있을까. 나는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 그 사람은 세계 어디에 가도 지금과 비슷한 성향의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심지어 복지적으로 훌륭한 북유럽 국가에 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람의 본질은 잘 변하지 않는다. 그런 내재적 성향을 모두 묵살시키고 모든 문제의 원인을 사회에 있다고 꼬집는 건 나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좋아하니까 쓴다는 사람은 열정이 식었을 때 슬럼프에 빠진다. 자랑할 만한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비판과 비난을 받으면 의욕을 잃는다. 그러니까 그런 감정적 동기만으로 버티면 언젠가 감정 때문에 글을 못 쓰게 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일이니까 쓴다는 사람은 슬럼프를 모른다. 글을 쓰면 쓴 만큼 돈을 벌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가 이외의 직업, 아니 어떤 직업에 대해서도 똑같은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직업을 놓고 ‘보람’이니 ‘꿈’이니 하는 환성을 품는 젊은이가 많다. 그것은 그런 이미지를 심으려고 하는 세력이 있기 때문인데, 현실 사회에는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환상일 뿐이다.’

- 이 책에 인용된 모로 히로시 <작가의 수지> 중에서 p193          




이런 책을 읽은 것이 후회가 된다. 요즘 좋은 책을 분간하는 눈을 갖기란 너무 힘든 것 같다. 마케팅이 너무 절묘하고 공격적이다. 사람들의 후기까지 조작하는 마당에, 우리는 무엇을 믿고 도서를 골라야 할까. 물론 ‘한국형 페미니즘’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책에 공감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저자의 생각이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다는 데에 웬만한 사람은 전부 공감할 것이다.     





제목에서 그려지듯 프리랜서로서 어떻게 자리 잡았는지, 지속가능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즉 프리랜서로서의 삶에만 집중했다면 훨씬 유익한 책이 되었을 것이다. 작가는 착각을 했던 것 같다. 프리랜서인 본인의 생각을 담으면 그것이 프리랜서의 책이 될 거라고. 직업적인 삶과 개인의 삶은 다른 것이다. 이 책은 전자보다 후자에 초점을 맞춰 집필된 책이다. 좀 더 직업적인 삶 이야기를 늘렸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자신이 가진 사회비판적인 시각은 다른 책에서 다른 방식으로 다뤘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이 책은 제목만 그럴듯하지, 독자가 기대하는 내용은 상당 부분 빠져 있다.




2019.07.07.

작가 정용하















매거진의 이전글 임태수<바다의 마음 브랜드의 처음> 리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