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미래 예측은 무의미, 그저 흐름에 몸을 맡기자
뻔한 말이지만 앞으로는 세상의 변화를 빠르게 감지하고 그것에 잘 적응하는 사람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날마다 눈에 띄게 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이 느끼는 변화는 크지 않겠지만, 반년, 일 년 단위로만 생각해봐도 세상의 관심은 빠르게 옮겨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년에 유행했던 것이 올해는 시들한 경우가 많다. 정치적인 이슈 또한 마찬가지다. 발걸음을 재촉하는 철새처럼 한창 끓어올랐다가 금세 식고 다른 화제로 넘어간다. 그 얘기는 오늘 중요했던 일이 내일은 별게 아닌 일이 될 수 있고, 내일 또 다른 변화가 몰려올 수 있다는 것이다. 생활양식이나 제도의 큰 변화가 없던 과거에는 30년 후의 미래를 점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1년 뒤를 예측하는 것도 힘겨운 일이 되었다. 그러기 때문에 미래를 쉽게 전망하는 사람의 말을 전적으로 믿을 필요 없다. 하나의 가능성이 될 순 있어도 그것이 현실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것이 설사 세계적인 인물의 말일지라도 말이다.
자기 몸이나 감각이 눈앞에 있는 현실과 만나지 못한다면 정신은 방황하고 행복한 삶도 누리기 어려워집니다. p21
- <초예측> 중에서
그런 점에서 <초예측>을 참고용 도서로만 삼기 바란다. <초예측>은 경제, 사회, 역사,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활약하는 8명의 석학들의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정리한 책이다. 그들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미래를 예측하긴 하지만, 석학들마다 미래에 관해 다른 견해를 갖기도 한다. 그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오히려 똑같은 것이 의심스러울 것이다. 목차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인류는 어떤 운명을 맞이할 것인가-유발 하라리
현대 문명은 지속할 수 있는가-재레드 다이아몬드
인공지능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닉 보스트롬
100세 시대는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린다 그래튼
기술이 인간을 행복하게 해주는가-다니엘 코엔
무엇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가-조앤 윌리엄스
혐오와 갈등은 사회를 어떻게 분열시키는가-넬 페인터
핵 없는 동북아는 가능한가-윌리엄 페리
읽진 않았지만, <사피엔스>로 알려진 유발 하라리, <총균쇠>로 알려진 재레드 다이아몬드 등이 인터뷰에 참여한다. 과연 그들이 어떻게 미래를 전망하고 있을지 궁금증을 낳았다. 아무래도 평범한 개인이 미래를 예측하는 것보단 그들의 말이 훨씬 설득력 있을 것이다.
행복은 기대치에 좌우됩니다. 무언가를 기대하고 그 기대가 충족되면 행복하다 느끼고, 반대로 기대에 못 미치면 불행하다 여깁니다. 그러나 형편이 좋아지면 기대치도 높아집니다. 심리학에 따르면 인간은 성취감이나 즐거움을 경험하면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누리고 싶어 한다고 합니다. p22
- <초예측> 중에서
하지만 이 책에 나온 세계 석학들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현재나 미래를 조망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그 내용이 크게 와닿진 않는다. 그리고 대부분 비관적인 전망이고, 4차 산업혁명과 같이 세계 흐름을 주도하는 분야만 언급하고 있다. 그 수면 아래의 변화, 대체재의 등장 등에 대해선 다루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기술 발달로 사람간의 대면 접촉이 줄어들 것을 보완해 감성적인 콘텐츠가 발달할 것이라는 등의 전망 말이다. 사실 일반 사람들에겐 이러한 이야기가 더욱 와닿는다.
정치가와 유권자는 세상의 변화에서 소외되고 과학기술만 극적인 발전을 거듭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p27
- <초예측> 중에서
책의 내용이 큰 영양가는 없다. 이름만 거창할 뿐, 그들이 말하는 내용이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 대부분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충분히 들어왔던 내용이다. 아무래도 거시적 조망만 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와닿지 않는 것이다. 무엇을 말하려는지도 정확치 않다. 그냥 인터뷰어가 이것저것 생각나는 대로 찔러보는 느낌. 물어보는 분야의 폭이 너무 넓고, 답변 또한 의례적인 수준이다. 거창한 책 제목과 세계 석학의 명성과 달리 책에서 얻을 내용은 그리 많지 않다.
2019.07.22.
작가 정용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