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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정용하 Oct 17. 2019

영화 <버티고> 후기, 천우희 좋아한다면 꼭 보시길!

영화리뷰



지난 9월 28일 종영된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 열연했던 대세 배우 천우희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다. 그녀는 이 영화에서 공감 가는 직장인 신서영 역을 맡았다. 지난 10월 16일 개봉했는데, 아직 흥행의 기미는 없다. 아마 대작들의 머니파워에 밀려 뚜렷한 흥행은 거두지 못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천우희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 즐거운 영화다. 어떤 역이든 찰떡같이 소화해내는 천우희. 너무 예쁜 외모에 연기력이 다소 가려진 케이스다. 그녀를 좋아한다면 꼭 봐야 하는 영화(버티고)라 할 수 있다. 단, 다소 잔잔하고 축 처질 수 있다.   


  



고층빌딩에서 계약직 디자이너로 일하는 신서영(천우희)은 하루하루가 위태롭다. 얼핏 보기엔 별 일 없어 보이는데도 그녀는 살아 숨 쉬는 것만으로 힘들다. 그것은 그녀가 유독 예민한 탓인데, 도시의 크고 잦은 소음을 견디기 어려워한다. 그래서 틈만 나면 화장실 변기에 엎드려 토하기 일쑤고, 대인관계는 영 꽝이다. 그나마 의지했던 연인, 같은 회사 차장 진수(유태오)는 알고 보니 양성애자였다. 동성 간의 스캔들로 퇴사를 하고 서영과도 연락을 끊는다. 서영은 여전히 하루하루 힘들어 하면서 점점 벼랑 끝에 내몰리는데, 그래도 그녀를 멀리서 지켜보는 한 남자가 있었으니, 그는 청소업체 직원 서관우(정재광)였다. 과연 그는 힘들어 하는 서영을 벼랑 끝에서 구해낼 수 있을까.     





뭐랄까, 호불호가 강하게 갈릴 것 같은 영화다. 일단 잔잔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재밌게 볼 것 같다. 거기에 현실을 정확하게 그린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호'일 것 같다. 하지만 다소 축 처지는 느낌이라, 우울한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겐 비추다. 이 영화(버티고)를 보니 나도 조금 우울해졌다. 기운이 하나 없어졌다. 그만큼 직장인의 마음을, 예민한 사람의 입장을 잘 대변한 영화라 할 수 있다. 나 또한 하루하루 사는 게 힘들다. 도시에서의 삶은 별 일 없어도 힘들다. 서영의 마음이 꼭 내 맘 같지 않았을까. 그래서 공감 가고 마음이 무거웠던 영화다.     





여기서부터는 스포가 있습니다. 해석 포함.     





이 영화(버티고)를 보고 나면 머리 아플 것이다. 영화의 감정선이 무거워서이기도 하고,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어서이기도 하다. 나도 그랬다. 아니, 그래서 이 영화가 뭘 말하려는 것인지 쉽게 감이 오지 않았다. 한 번 곰곰이 생각해봤다. 이 영화가 뭘 말하려는 것인지. 아마 그런 게 아닐까. 보통의 존재인 우리가 얼마나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지 보여주려는 것. 겉보기엔 멀쩡해 보여도 누구나 속은 곪아 있다는 것. 누구나 말 못 할 비밀은 있다는 것. 감독은 그런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다고, 우리에게 위로를 건네는 것 같았다. 마치 너희가 힘든 것 알아, 그러니까 내게 기대렴, 하고 자신의 품을 여는 것 같았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런 의도가 드러났다.     





도시의 소음에 힘들어 하는 천우희가 너무나 공감되었다. 나도 그렇기 때문이다. 나는 도시의 소음이 너무 싫다. 힘들고, 지치고, 축축 처진다. 그냥 아무것도 안 해도 진이 빠진다. 그런 도시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운명이 슬프다. 또 그런 도시를 떠나지 못하는 내 자신이 답답하다. 아마 천우희도 그런 마음이지 않았을까. 떠나고 싶은데,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고 싶은데, 이곳에 발 묶여 지내는 자신이 숨 막혔을 것이다. 왠지 그녀의 마음이 꼭 내 마음 같아서 더 답답하고 슬펐던 것인지 모른다. 이 영화(버티고)는 그런 평범한 사람의 마음을 그렸다. 당신도 이 영화가 공감된다면 지금 힘든 것이다. 지친 것이다. 그런 당신을 이 영화가 위로하고 있다.     





그러니 우울할 수밖에 없다. 이 글을 보고 계신 분들 중에 하루하루 행복해 미쳐 날뛰는 사람이 있을까. 그냥 다 하루하루 담담하게, 때론 우울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 아닌가. 물론 기쁜 감정이 들 때도 있다. 허나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은 우울이지 않을까 싶다. 왜냐, 인간은 그만큼 나약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원래 불안과 부족함을 느끼는 동물이다. 게다가 속세의 밧줄에 묶인 신세이니. 천우희의 감정은, 조금 극적인 표현일지 몰라도 절대 비현실적인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느끼는 감정이다. 그러니 영화의 분위기가 너무 어두웠단 것에 아쉬움을 드러내지 마라. 이 영화(버티고)는 충분히 인간적인 영화였다.     





서영의 감정에 공감됐던 것과 별개로 이 영화의 스토리는 다소 아쉬웠다. 이해할 수 없었던 장면도 많았다. 조금 과했던 측면도 없지 않았다. 좀 더 세심하게 개연성을 따졌더라면 더 좋았을 장면도 여럿 있었다. 그렇다 해도 나는 이 영화를 충분히 재밌게 봤다. 나는 이런 현실을 다룬 영화를 좋아한다. 영화 속 이야기가 실제 우리 주위에도 있을 것 같은 영화를 좋아한다. 그런 점에서 영화 <버티고>는 내 취향의 영화였다고 할 수 있다.     





영화의 결말은 그럼에도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말하고 있는 것 아닐까. 현실이 각박하고 힘든 건 다 알겠는데, 그래도 삶을 살아야 한다고 영화는 말하는 것 같다. 그것은 자살하려 했던 천우희를 관우가 구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어쩌면 관우는 감독의 시선이 아니었을까 싶다. 힘든 사람이 있으면 옆에서 구해주고 싶다는, 챙겨주고 싶다는 감독의 의중이 반영된 연출 아닐까 싶다.     





나도 당신만큼 참 어려운 영화였지만 그래도 이 영화(버티고)가 좀 더 흥행했으면 좋겠다. 이런 영화가 주목을 받아야 한국영화의 색깔이 다채로워질 수 있다. 좀 더 다양한 영화가 극장가에 채워져야 한다. 하루빨리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2019.10.17.

작가 정용하

# 사진 출처 - 네이버 스틸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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