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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정용하 Oct 22. 2019

15. 삼 주째 나간 독서모임, 직접 운영할 때와 차이

정용하 에세이



와 여기다, 하는 느낌은 아직 없다. 그냥 일단 꾸준히 다니고 있다. 다행히 한 번 발붙이면 무엇이든 꾸준히 하는 습관이 있어 좋든 안 좋든 다니고 있다. 그래도 모임 사람들과 조금씩 정을 쌓고 있다. 며칠 전 다음 달 모임 신청도 이미 했는데, 한 세 달은 다녀봐야 이곳이 좋은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마케팅 관련 서적을 다루는 모임인데 확실히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많은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 점에선 확실한 메리트를 느끼고 있는 중. 다만 마케팅 책의 특성상 호불호가 정말 극명하게 갈린다. 책 제목은 아주 그럴 듯하게 지었는데, 내용에서 완전히 실망감을 주는 책이 생각보다 많다. 그런 가능성만 줄여준다면 많은 것을 얻으면서 나름 만족하며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그건 또 내가 하는 고민이 아니라 좋으면서 걱정된다. 너무 실망스런 책이 선정되는 것 아닐까 하고.



독서모임을 직접 운영하는 것과 가장 다른 점은 역시 부담감이다. 어떻게 참여자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까, 늘 고민하던 것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나는 그저 순수하게 참여만 하면 되었다. 그냥 즐길 준비만 하면 됐다. 그 부담감이라는 게 생각보다 커서, 다 웃는데도 나 혼자 못 즐긴 적이 많다. 모임원이 조금이라도 따분해 하는 것 같으면 굉장히 초조해져 어떻게든 분위기를 전환해보려고 노력하다 탈이 난 적도 많다. 그런 상황을 의연하게 받아들이지도 못할 거면서 왜 내가 직접 운영에 나섰는지 나도 의아하다. 지금이 훨씬 좋다. 오로지 즐길 수만 있는 게 아주 편하다.     



요즘은 독서모임이 체계적으로 잘 운영되는 곳이 많아 한 번쯤 참여해볼 만한 것 같다. 독서토론에 열중할 수 있는 모임 전문 공간도 있고, 사람도 안정적으로 충원이 가능해 사람도 만나면서 모임도 즐기기엔 이런 독서모임이 딱인 것 같다. 다만 일정한 돈을 내야 했다. 누군가에겐 많게 느껴질 수도, 다른 누군가에겐 적게 느껴질 수도 있는 금액이다.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체계적인 독서모임에도 한 번쯤 참여해봐도 좋을 것 같다.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많은 걸 얻을 수 있다.   


  

그렇다고 이렇게 계속 참여만 할 생각은 없다. 언젠가 나는 독립서점 차릴 계획을 갖고 있고, 그곳에서 꼭 독서모임을 운영할 생각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배운 좋은 점들을 훗날 내 독서모임에 적용할 생각이다. 독서도 독서지만 모임 운영에 관해 많은 부분을 배우고 있다. 내가 느낀 것은, 역시 체계적인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참여자들에게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첫 번째가 돼야 한다. 거기다 서로 대화에 집중할 수 있는 안정적이고 편안한 공간 마련이 두 번째다. 그러면서 마케팅 서적만 다루는 것처럼 조금의 특색만 첨가하면 금상첨화다. 특히, 공간이 중요하다. 안정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어야 사람들이 모임에 애정을 쏟는다. 편안한 공간이 확보되어야 소속감이 생긴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내 독립서점을 연다면 여러분도 한 번쯤 방문해서 독서모임에 참여해 보시기 바란다. 지금의 생각을 완벽하게 구현해낸 공간을 만들어 기쁜 마음으로 여러분을 초대하겠다. 사람들이 자주 왕래하고 많은 대화가 오가는, 그런 따듯한 모임 공간을 만들겠다. 점점 더 나의 꿈이 구체화 되고 확고해지고 있다. 나만의 공간에서 사람들에게 인간적인 따듯함을 주겠다는. 내가 능력이 뛰어나지 못해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내 공간에서만큼은, 내 공간을 방문해주는 사람에게만큼은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겠다는. 그 꿈이 이루어지는 날이 너무 먼 미래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2019.10.22.

작가 정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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