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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정용하 Oct 15. 2019

14. 우울에서 벗어나는 법

정용하 에세이



간단하다. 사람을 만나면 된다. 기존 알고 지내던 사람뿐 아니라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된다. 그러면 우울이 해결된다고? 에이, 그건 아니지. 하지만 당신이 지금 사람을 잘 만나고 있지 않다면 필히 만남 횟수를 늘려라. 그 자신만의 소굴 속에서 나와야 따듯한 볕을 쐴 수 있다. 그 안에만 계속 있는다면 우울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늪처럼 계속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들 것이다. 한 걸음, 두 걸음, 내딛어라.


     

그것은 내 이야기다. 나는 올 한 해를 거의 우울 속에서 보냈다. 지금도 완전히 벗어났다고는 말 못 하겠다. 다만 나날이 나아지고 있는 중이다. 올해 공황 장애가 왔다시피 했다. 때때로 가슴은 쿵쿵 울리고, 불안해서 잠이 안 왔다. 이대로 죽을 것만 같은 느낌이 잠잘 때마다 찾아왔다. 그렇다 보니 사람들을 안 만나게 됐다. 더욱 더 움츠리게 됐다. 어쩌면 내가 이렇게 힘든 게 지난날 내게 상처준 사람 때문이란 생각에 사람과의 만남을 더욱 피했다. 결과적으로 그것은 나를 더욱 곪게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 다시 사람을 만나기 시작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다시 즐기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심리적으로 많이 나아졌다. 기분 좋은 생각이 많아졌다.     



이러한 변화가 스스로 뿌듯하기만 하다. 진즉에 그 소굴 속에서 나올걸. 한 해가 저물어가는 시점에 세상 빛을 본 것이 다소 아쉽다. 어쨌든 올해 마무리는 잘 될 것 같은 느낌이다. 그것만으로 됐다. 10월도 중순. 올해도 이제 두 달하고 보름 남짓 남았는데, 올해가 가기 전에 기분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 일이든 사랑이든 어떤 희망을 볼 것만 같다. 내 예감대로 정말 그러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2020년을 '나의 해'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과연 내 예감대로 무언가 기분 좋은 일이 생길까. 앞으로를 지켜보자.     



그렇다 해서 사람 만나는 게 우울의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그 사람의 상태에 따라 처방은 달라진다. 나는 사람을 잘 만나지 않고 있는 상태였고, 다른 사람은 다를 수 있다. 이미 충분히 만나고 있는 사람 보고 더 만나라,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저 역시나 균형 감각이 중요하다. 만남이 적으면 조금 늘리고, 자기 시간이 없을 정도로 만남이 너무 많으면 조금 줄이는 식으로. 심리적 불안을 자주 느끼는 사람이 흔히 범하는 오류가, 그것을 잊으려고만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그것을 잠시 잊은 듯한 느낌을 준다. 집에 들어오는 동안의 외로움이 두려워 술을 잔뜩 먹고 들어오기 일쑤다. 그것은 아무도 안 만나는 것만큼이나 좋지 않은 방법이다. 오히려 더 해롭다. 그럴 땐 나 자신의 감정을 정면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나 혼자 있는 시간을 늘려라. 어찌 됐든 균형이 중요하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것 같으면 스스로 중간으로 돌아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만 체화시킨다면 어떤 심리적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     



이번 주도 약속이 가득하다. 아직까진 사람 만나는 것이 즐겁기만 하다. 또 이러다 언제 탈이 날지 모르지. 그래도 이젠 균형을 안다. 어떤 상태에서 내 평온을 지킬 수 있는지 감이 왔다. 요즘 정도로는 거뜬히 내 심리적 안정을 챙길 수 있다. 또 무리한다 싶으면 얼른 약속 줄이고 안정 챙겨야지. 그런 노력과 조율 없이는 내 감정을 이겨낼 수 없다. 아니, 감정을 이기려고 하질 말자. 적당히 가까이 지내면서 탈이 나지 않게만 옆에서 도와주자. 억누르려고 한다고 해서 내 감정을 이길 수 없다. 이것은 평생 해야 하는 숙제다. 나라는 숙제는 매번 새롭고 매번 부여된다. 그것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과정이 삶이다. 나와 가까워지는 과정. 그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2019.10.15.

작가 정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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