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개봉 중인 영화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아, 네이버 영화 VOD 판매 순위를 살펴보다 이 영화를 발견하게 됐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에서 뜻밖의 재미를 거뒀던지라, 대만 영화의 호감도는 높아질 대로 높아져 있었다. 왠지 일본 영화가 그렇듯 대만 영화도 특유의 분위기가 있었는데, 계절도 가을이고, 선선하면서 설레는 느낌을 받고 싶어 이 영화를 보기로 마음먹었다. 과연 이 영화(28세 미성년)가 나를 한껏 설레게 할 수 있을까. 기대 가득.
타임슬립 영화다. 스물여덟 살 량시아(니니) 몸에 열일곱 살 량시아가 들어와 잊어버린 나를 되찾게 해준다는 내용이다. 계속 들어와 있는 건 아니고, 마법의 초콜릿을 먹을 때마다 5시간 동안 상주할 수 있다. 량시아는 한 남자를 위해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데, 그 전의 량시아가 찾아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꿈이 있었는지 일깨워준다. 어른 량시아도 그렇게 조금씩 자신의 삶을 되찾아 가는데...
역시, 대만 영화다웠다. 쉴 새 없이 오가는 '오글' 멘트는 나의 닭살을 돋았다. 그래도 나름 견딜 만한 수준. 이 영화(28세 미성년)에는 <나의 소녀시대>, <장난스런 키스>에 출연해 국내에도 이름을 알린 왕대륙이 출연한다. 약간 한국 배우 남주혁이 생각나는 비주얼이다. 그러나 왕대륙은 영화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인물은 '량시아', 니니다. 그녀는 1인 2역을 맡았는데 현재 '량시아'와 과거 '량시아' 역을 동시 소화한다. 그 둘이 정말 다른 사람으로 느껴질 정도로 연기가 좋았다. 일단 연출과 연기는 합격.
전체적으로 연출과 연기는 매우 좋은데, 음 뭐랄까 그렇게 긴 여운이 남는 영화는 아니다. 영화(28세 미성년)는 뚜렷한 의미를 전달하려 했던 것 같은데, 그것이 잘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남자 때문에 울고 웃던 여자가 스물여덟에 정신을 차린다는 정도. 자기 삶을 살아가라는 뜻은 뭔가 억지 같았다. 17세 때 모습만이 진짜 내 모습이고, 현실의 때가 묻어버린 20대 후반의 모습은 진짜 내 모습이 아니라는 설정이 억지스러웠다. 꼭 밝고 쾌활하고 거리낌 없어야 나의 삶인가. 그런 의구심이 생겼다. 어찌 됐든 량시아가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삶이고, 나는 그것도 그것대로 충분히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나이를 먹으면 달라지는 게 아니다. 진짜 나를 찾아가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 영화(28세 미성년)는 뭐 없다. 유별나게 재미없는 영화는 아닌데, 그렇다고 긴 여운이 남는 것도 아니다. 뭔가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리게 하는 것 같은데, 크게 생각나진 않는다. 초심, 자기만의 삶을 강조하는 것 같은데, 그다지 와닿지는 않는다. 한 번 소비하기 나쁘진 않은데, 그렇다고 주변에 막 추천해주긴 그렇다. 이도 저도 아닌, 별 느낌 없는 영화라 할 말이 그리 없다. 후기 쓰기 애매할 정도로. 그냥, '아, 니니 참 예쁘고 사랑스럽다' 정도. 그나저나 그녀는 참 닮은 사람이 많다. 전 애프터스쿨 멤버 나나도 좀 있는 것 같고, 헬로비너스 권나라도 좀 있고, 배우 서지혜도 좀 있다. 그 외도 여럿 보인다. 그냥, 예쁜 배우의 사랑스런 영화다.
그래도 한 가지, 영화의 의미를 유추해 보자면, '현실의 벽에 가려진 나의 꿈은 뭐지'로 해석할 수 있다. 영화에선 극적으로 10년 동안 남자의 뒷바라지 해주는 것으로 설정되었지만, 현실에서도 특정 이유로 자신의 꿈을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대체로 그 특정 이유란 '밥벌이' 때문인데, 그렇게 현실의 논리에 파묻혀 지내다 보면 자연스레 자신의 꿈과 멀어지게 된다. 혹 그렇게 지내던 사람이 이 영화(28세 미성년)를 보게 되면 잊고 있던 자신의 꿈을 떠올리게 되지 않을까. 그것이 정말 하고 싶었던 꿈이라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한 번 도전해보기 바란다. 꼭 모든 걸 내던지고 행할 필요는 없다. 그냥 여가 시간에 한두 시간씩 투자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렇게 한 시간, 두 시간 쌓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큰 성과를 볼 수 있고, 어느 정도 성과를 본 다음에 올인해도 늦지 않다. 사실 이렇게 연결시키는 것도 억지스런 면이 있다.
영화(28세 미성년) 결말에 대해서도 말 많은 것으로 안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끝낼 수 있어. 그냥, 무난하게 영화의 분위기대로 훈훈 오글로 큰 량시아와 작은 량시아가 작별해도 될 것 같은데, 꼭 이렇게 무리하게 작은 량시아가 죽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마무리를 할 필요가 있었나 싶다. 어떻게든 감동을 끌어내려 한 '신파' 연출의 전형이다. 그리고 결국 큰 량시아와 작은 량시아가 다를 게 뭔가. 남자 때문에 울고 웃는 건 똑같은데. 두 연령의 극명한 차이를 줄려면 작은 량시아는 남자 앞에 의연한 모습을 보였어야 한다. 둘 다 다를 게 없는데, 어떻게 제대로 된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었겠는가.
2019.10.28.
작가 정용하
# 사진 출처 - 네이버 스틸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