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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정용하 Nov 26. 2019

20. 인간관계에서 지속가능성을 찾으려면

정용하 에세이



친하게 지내는 사람과 어떻게 지금까지 연락하고 지낼 수 있었던 것일까. 그 이유가 문득 궁금해졌다. 누구는 한 번 보고 휙 지나쳐 버리는데, 그 사람은 무엇이 특별해서 이렇게 내 마음속에 눌러앉아 소중한 존재로 자리매김한 걸까. 그 신비한 비밀이 알고 싶다. 그것을 알게 된다면 나는 더 이상 인간관계에 불필요한 소모를 하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  


   

확실한 건 그 사람과의 관계가 한결같지 않았다는 것이다. 때론 크게 싸워 오랜 기간 안 보기도, 때론 언제 그랬냐는 듯 착 달라붙어 지내기도 했다. 그런 과정 속에서도 나는 그 사람과 완전한 단절을 상상해본 적이 없다. 이상하게 몇몇 사람과는 그런 생각이 아예 안 들더라. 그 마음의 단명한 구분이 너무도 신기해 어찌된 이유인지 곰곰이 생각하다가도 도무지 떠오르지 않아 이내 접곤 했다. 지금도 한 선배와 반 년째 연락을 않고 있다. 두세 달에 한두 번씩은 꼭 보던 사이였는데, 이상하게 반년 동안 연락 한 번 나누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조바심이나 걱정이 들지 않는다. 이러다가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착 달라붙어 지내겠지. 지금은 그저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이라고, 그렇게 무언의 약속을 했다. 


    

과연 시간일까. 우리 둘 사이를 이렇게 탄탄하게 만들어준 건. 그럼 왜 우리 둘의 시간만 이토록 크게 작용한 걸까. 그 많고 많은 인연들은 왜 내 옆을 떠나고 이들만 남게 된 것일까. 그것을 대체 무슨 수로 설명할 수 있을까. 내가 그것을 알고 싶은 이유는 새로운 인연 앞에서도 적용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것을 알면 새로운 사람 앞에서 나의 태도를 확실하게 할 수 있다. 좀 더 '내 사람'이 될 사람에게 집중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도무지 모르겠다. 누구는 오래 가고, 누구는 금방 단절되는 이유를.    


 

또 그런 경우가 있다. 학생 때는 별로 안 친했는데 졸업하고서 훨씬 끈끈해진 경우. 친하게 지내던 인연들은 대부분 소원해졌음에도 이들은 훨씬 가까워졌다. 지금은 그 누구보다 소중한 관계가 됐다. 이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단순히 처한 상황이 관계의 애착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꼭 그렇지도 않은 것이, 지방에 사는 친구와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데도 늘 애틋한 마음이 든다. 속으로 한 번도 그 친구를 내친 적이 없다. 그러면서도 가장 가까이 사는 동네친구가 반년 넘게 연락이 없자 관계를 절단해 버렸다. 이 경우는 또 무엇일까. 도대체 설명 가능한 경우가 하나도 없다. 인연이란 무엇이길래.     



확실한 건 서로에게 이해관계라든지 마음의 빚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해관계라 해서 꼭 경제적인 것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으로 주고받는 것이 있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해야 한다. 그런 것이 없거나 지나치게 한쪽으로 기울면 관계는 금세 깨진다. 그런 관계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또, 큰 은혜를 입어서 상대에게 마음의 빚이 있는 경우도 관계의 끈끈함이 생길 수 있다. 생각해보면 거의 그렇다. 그 사람이 꼭 필요하거나 그 사람에게 마음의 빚이 있는 경우에 오래갔다. 그런 마음이 들어야 지속적인 관계가 가능했다. 그것은 일방일 때가 아니라 쌍방일 때만. 그러니 관계가 어려운 것이다. 상대방 마음이 내 마음 같지 않으니.     



여전히 관계는 모르겠다. 계속 열심히 노력하는데도, 점점 더 엇나가는 길을 걷고 있는 것 같다. 언제는 알게 될까. 내가 알게 된다 해서 상대방도 내 마음과 같을까. 점점 더 마음이 앞서야 하는 일을 이성으로 풀려고 하고 있다.




2019.11.26.

작가 정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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