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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정용하 Jan 07. 2020

23. 프리랜서의 일상

정용하 에세이



나는 반만 프리랜서다. 정확히는 반알반프. 반은 알바생, 반은 프리랜서. 나의 하루 일과를 살펴보면 이렇다. 먼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한 공기업에서 사무보조 일을 한다. 내게 특별히 주어진 업무는 없고, 말 그대로 업무를 보조하는 성격이 강하다. 여기서 체력을 과하게 쓰지 않아 퇴근하고 마음껏 일에 집중할 수 있다. 사실, 아무리 편한 일이어도 퇴근하면 피곤하다. 오늘 역시 그렇다. 쪽잠 좀 자고 나올까 하다가 참고 그냥 나왔다. 나는 밥만 먹으면 꼭 졸음이 쏟아지는데, 이 달콤한 유혹을 견디지 못하면 밤에 잠이 안 온다. 토막잠은 점심 먹고 30분이 딱이다. 그 이상 자면 밤에 잠을 자지 못한다.     


그렇게 나의 프리랜서 일상은 오후 5시부터 시작된다. 이때 블로그 컨설팅, 독서모임, 책 홍보 관련된 일을 처리한다. 또, 블로그 운영에 온 정신을 쏟는다. 거의 매일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그 소재를 구상한다. 보통 오후 10시나 11시까지 카페에서 작업을 한다. 그렇게 집에 돌아오면 몸은 녹초, 정신적으로 녹다운에 빠진다. 거기에 몽실이 산책시키고, 씻고 하면 자정이 금방 다가온다. 하루가 정말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겠다. 매일 정해진 루틴대로 움직이다 보니 시간의 빠르기가 갈수록 무뎌진다.    

 

그래도 이 일상이 좋다. 일단 내가 열심히 할수록 부수입이 늘어나니까. 프리랜서는 내가 하기에 따라 결과를 얻어간다. 그 점이 가장 좋다. 내가 잘하면 온전히 내가 잘한 것이다. 고스란히 내 전문성에 반영된다. 나의 몫을 누구도 가져가지 않는다. 또, 하면 할수록 포트폴리오가 늘어난다. 나의 전문성이 공고해진다. 힘들어도 보람이 있다. 모든 게 내 의지라, 자유롭고 즐길 수 있다.     


힘에 부치는 것도 사실이다. 밤낮 안 가리고 업무에 매달리다 보니 건강이 염려스럽다. 운동할 시간을 따로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원래는 헬스장도 다니고 런닝도 자주 했는데, 이 생활하고부터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일단 자리를 잡아야 하니까. 생존이 돼야 그 다음에 취미가 있는 것이다. 물론 다행히 이 일도 취미처럼 즐기고 있긴 하다. 그래서 이렇게 빡빡한 생활을 꿋꿋이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건강이 걱정된다. 아르바이트도 사무 일이다 보니 하루 종일 앉아 있는데, 퇴근하고 나서도 카페에서 몇 시간 동안 엉덩이를 붙이고 있다. 일어나서 걸어 다니는 시간이 하루에 몇 시간이나 될까. 그 생각에 미치면 내 건강이 심히 염려스럽다.     


그래서일까. 잔병치레가 점점 잦아지고 있다. 여기 나으면 갑자기 저기가 아프고, 저기 나으면 다른 데가 아프다. 잔병의 릴레이 바톤 터치가 이어지고 있다. 건강 관리를 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이 생활을 놓을 수도 없고. 사실 답답한 상황에 놓여 있다. 맞다. 이건 핑계다. 충분히 짬짬이 관리할 수 있는데 내 노력이 부족한 거다. 그러나 안 그래도 평소 여러 생각하느라 거의 강박에 빠져 사는데, 운동까지 그 범주에 넣었다간 오히려 더 큰 병에 걸릴지도 모른다. 나는 무얼 시작하면 마냥 즐기지 못한다. 정해 놓은 루틴을 지키려고 부단히도 애를 쓴다. 그래도 다행히 주 2회 축구를 차고 있는 것은 그나마 위안거리다. 축구라도 안 찼으면 정말 어쩔 뻔했어.     


그래도 일적으론 이 루틴을 가져가다 보니 점점 성과를 내고 있다. 생각지 못한 제의가 2020년 시작부터 여럿 들어왔다. 이렇게만 하다 보면 그래도 밥 먹고는 살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조금씩 생기고 있다. 확실히 나는 프리랜서가 맞다. 자유롭지만 스스로 책임감을 갖는 일이 잘 맞는다. 또 어디까지나 잘하면 내가 잘한 것이니까, 내 전문성이 향상되는 것이니까, 그게 좋다. 점점 더 성장하는 기분이 나를 참 행복하게 만든다.     


2020년, 올해는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새해에는 뭔가 극과 극을 달릴 것 같다는 기대와 두려움이 든다. 일적으론 잘 풀릴 것 같지만, 건강은 적신호가 켜질 것 같은. 그 반대여도 좋으니 제발 건강만 하자. 부귀영화 관심 없다. 나는 이 루틴대로 행복하고 건강하게 잘 사는 게 삶의 목표다. 행복하자고 프리랜서 하는 건데, 건강 나빠지면 안 되지! 제발, 제발 건강만 하자.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도 새해에는 건강만 하길 바란다. 뭐라 해도 건강이 최고다. 결코 건강을 소홀히 하지 않길 바란다.       


   


2020.01.07.

작가 정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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