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가 정용하 Jan 21. 2020

25. 프리랜서의 삶을 시작하는 방법

정용하 에세이



많은 분들이 프리랜서의 꿈을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불확실한 미래로 '평생 직장'이란 말은 사라진 지 오래고, 어떻게 하면 밥 벌어 먹고 살 수 있을지 요즘 세대들의 고민은 이만저만 아니다. 이미 주 52시간 근무제의 본격적인 시행으로 원데이클래스나 각종 스터디, 자격증 공부 등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일 정도다. 트렌드로 자리 잡은 'N잡러'란 단어가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한 가지의 본업으로는 이제 미래의 안정을 보장받기 어렵다.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프리랜서로 옮겨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프리랜서로의 접근은 매우 조심스러웠으면 한다. 확실한 건 처음부터 프리랜서로 살 수 없다는 것이다. 고객이 무엇을 보고 당신에게 돈을 지불하겠는가. 그 전문성은 차차 쌓아가야 하는 것이고, 그때까진 불가피하게 생계를 위한 본업이 필요하다. 거기서 'N잡러'는 시작되는 것이다. 내 삶의 신조이기도 한데, 나는 어느 것에도 올인하지 않는다. 내게 가져다 줄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항상 결정을 내린다. 도전은 가진 것을 모조리 내던지고 하는 것이 아니다. 흔히 착각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정령 그것이 도전인지 아니면 현실 도피인지 스스로에게 단호하게 물어보길 바란다. 꼭 모든 걸 그만두고 도전해야 한다면, 그것은 도전이 아니라 현실 도피일 가능성이 높다.     


그 다음엔 시간이 필요하다. 사실 본업이 있는 상태에서 이 부분이 가장 어렵다고 생각한다. 시간적 여력을 만드는 것. 즉 퇴근하고서도 달릴 수 있는 힘을 마련해야 한다. 여가 시간을 오로지 미래를 위해 쓴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 쉬고 싶고, 놀고만 싶다면 프리랜서의 꿈은 일찌감치 버리는 게 좋다. 놀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서 미래를 위해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도 틈날 때마다 잠깐씩이 아니라 습관적으로, 아주 규칙적으로. 평일에 퇴근하고 3시간씩은 꼭 나를 위해 투자하겠어, 이런 굳건한 마음이 필요하다.     


그렇게 매일 하면 물론 피곤하다. 어느 날은 몸에 힘이 하나 없을 정도로 힘에 부친다. 핑계를 자꾸 대게 되고, 합리화를 하게 된다. 그런 마음이 드는 건 인간이라 어쩔 수 없지만, 그걸 이겨내야 한다. 이 일은 누구에게 핑계를 대기 위해, 또는 누구 때문에 억지로 하는 일이 아니다. 오로지 나를 위해 하는 것이다. 정해놓은 것을 다 하지 못하더라도 일단 자리에 앉아야 하고, 정해진 시간을 채워야 한다. 그래야 내일 다시 힘낼 수 있다. 습관을 망가뜨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한 경우도 있다. 그럴 땐 어쩔 수 없이 선택을 내려야 한다. 강도가 조금 더 덜한 일로 갈아타며 미래를 준비할 것인지, 지금 일에 몰두할 것인지. 물리적으로 시간이 안 나는데도 무리하게 하는 것은 성과 없이 건강만 상할 뿐이다.     


시간을 마련하고 몰두한다 해서 바로 프리랜서로 돈을 벌진 못한다. 일단 자기가 어떤 것에 재능을 보이는지도 파악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걸 찾는 데만 한 세월이 걸릴지 모른다. 그러나 그 시간은 꼭 필요하다. 자신의 재능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그걸 찾으며 노력하는 동안 자기도 모르게 전문성이 꽃피울 것이다. 내 경우가 그렇다. 블로그에 재능이 있어 운영을 했다기보단 그냥 재미있어 하다 보니까 전문성이 생겼다. 어쩌다 보니 그것으로 돈을 벌게 됐다.     


만약 자신의 재능이나 적성을 찾았다면, 그걸 단순히 즐기는 용도로 활용하지 말고 타인에게 도움 주는 방향으로 사용했으면 한다. 타인이 당신의 재능을 필요해 하는 순간 그게 바로 돈이 되는 것이다. 중요한 건 타인이 무얼 필요해 하느냐이다. 그리고 그 필요해 하는 것을 당신이 줄 수 있느냐이다. 그러면 그게 돈이 된다. 그러니 자신의 재능이나 적성을 찾을 때부터 타인이 뭘 필요해 하는지 관심을 가져라. 그리고 한 사람이라도 당신의 도움을 필요해 하면 그 사람의 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해라. 그 한 사람의 만족이 두 사람의 관심을 불러올 것이고, 두 사람의 만족이 네 사람의 관심을 불러온다. 프리랜서는 결국 그렇게 시작되는 것이다. 단 한 사람의 만족에서부터.     


알고 있다. 나는 아직 한참 부족한 프리랜서다. 이렇게 누군가에게 조언할 만큼 능력 있지 않다. 그래도 이건 나의 역사다. 훗날 크게 될 내가 돌이켜볼 오늘이란 역사란 말이다. 분명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나는 지금보다 더 뛰어난 프리랜서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나의 마음가짐이 옳았다고 자부할 것이다. 프리랜서 삶을 사는 것은 간단하면서 매우 자기절제가 필요하다. 우선순위의 조정 없이 가질 수 없는 삶이다. 그래도 스스로 하기에 따라 최대치의 만족, 성과를 가져올 수 있는 일인 만큼 나는 프리랜서를 나의 천직이라 느낀다. 나중에 독립서점을 차린다 해도 나는 프리랜서란 정체성을 갖고 살 것이다. 프리랜서는 언제나 준비되어 있어야 할 프로란 뜻이니까. 일에서만큼은 언제나 프로이고 싶다.





2020.01.21.

작가 정용하







매거진의 이전글 24. 프리랜서에서 직장인으로 탈바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