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하 에세이
조금이라도 무리하면 다음날이 힘들다. 온몸에 기운이 없다. 무기력이 몸을 감싼다. 낮잠을 2시간이나 잤는데도 컨디션이 돌아오지 않는다.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할 수 있을까. 조금이라도 기운을 얻고자 블로그에 기어 들어왔다. 글을 한바탕 쓰고 나면 언제나 힘을 얻었다. 오늘도 그 마법을 부려보려 한다.
그래도 프리랜서가 좋은 건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낮잠을 자며 마음껏 회복에 신경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낮잠은 곧 야근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내 컨디션을 봐가며 일정을 조정할 수 있다. 프리랜서 생활한 지 한 달이 좀 넘었지만 아직 어느 정도가 적절한 작업량인지 정하지 못했다. 그날 힘이 된다고 막 힘을 썼다간 오늘처럼 다음날 기운이 방전된다. 그런 것을 적절히 고려해 주어야 날마다 비슷한 정도의 힘을 낼 수 있다. 오늘 뭐 이리 기운이 없을까.
확실한 건 이렇게 가만히 멍 때리는 시간이 나에게 힘이 된다. 물론 글을 쓰고 있지만 이렇게 글쓰는 건 억지로 쓰려고 하는 행위가 아니라 내면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꺼내놓는 것이라 그다지 힘들지 않다. 힘들긴커녕 오히려 힘을 얻는다. 마음이 답답할 땐 마음속 노폐물을 쏟아냄으로써 맑은 기운을 얻을 수 있다. 역시 무엇이든 고여 있게 두는 건 좋지 않다. 흘러가는 대로 흐르도록 내버려 두어야 한다. 지금의 글쓰기는 내게 그런 작업이다. 이런 비법이라도 갖고 있어 다행이다. 힘들 때 대처하는 방법을 하나쯤은 갖고 있어야 한다. 잊는 게 아닌 마음속 노폐물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오늘 내로 다시 기운을 차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럴 바에 그냥 일을 줄이고 일찍 휴식에 들어가는 것도 방법이다. 많은 일을 어떻게든 처리하겠다고 고집부리면 더 덧날 수 있다. 중요한 것만 하고 나머지는 내일로 미루자. 역시 잘 미루는 것도 능력이다. 나는 할 일을 해내는 것보다 나의 건강이 더욱 중요하다. 오늘도 역시 글을 쓰면서 해답을 얻었다. 나의 글은 항상 초반에 '힘들다'로 시작해서 후반부에 '하자'로 끝이 난다. 그래도 낙관적인 사고 방식을 가진 덕택이다. 살아가는 데 있어 낙관적인 사고 방식은 매우 중요하다. 일어나지 않은 일에 불안해 하며 그 걱정을 현재로 가져와 지금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것은 지금의 나에게 너무 미안한 일이다. 미래에 어떻게 될진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내가 뜻하는 대로 미래를 살 수 있지도 않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지금 옳다고 믿는 대로 살다 보면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다행히 그런 믿음을 갖고 살고 있다. 그 덕에 항상 나아지려는 방법을 찾고 또 실행한다. 그게 내가 힘들다가도 금방 이겨낼 수 있는 비결이다.
그래도 내가 원하는 대로 이렇게 홀로 있을 수 있는 건 행운이다. 직장을 다녔다면 한창 사람들과 일에 치이며 일을 하고 있어야 했는데, 나는 몸이 지친다며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프리랜서는 매력적인 직업이다. 낙관적인 나와 잘 맞는 직업이다. 하지만 이 직업을 계속 갖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머물러 있으면 이 직업은 바로 나를 떠나간다. 하루라도 게으르면 안 되고 수익을 신경 쓰지 않으면 안 된다. 항상 머리 끝 안테나가 곤두서 있어야 한다. 그런 게 또 내 체력 고갈의 원인이기도 하다. 그래서 쉴 때와 일할 때의 구분이 명확해야 한다. 그래야 지속가능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나의 상태를 잘 파악해 스케줄을 스스로 조정해야 한다. 나에겐 그런 책임이 있다. 나의 소중한 몸이니까. 가만히 글을 쓰면 한 시간이라도 주절주절 더 쓸 수 있겠지만 이 정도로 마무리하려 한다. 글쓰는 동안 많은 위로를 받았다. 역시 글은 나의 감정을 공유하는 둘도 없는 친구이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자.
-21.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