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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정용하 Mar 26. 2021

프리랜서는 지속가능성에 있어 늘 위태로운 직업

정용하 에세이



신촌에 와 있다. 평일 오후에 한가로이 신촌 카페에 있을 수 있는 건 프리랜서의 특권이다. 꽁냥꽁냥 연애를 하고 학교 공부를 하는 대학생들과 함께하는 영광을 누리고 있다. 웃고 있어도 어두운 기운이 흐르는 직장인들 사이에 있는 것보단 훨씬 낫다. 이런 대학가에선 늘 긍정적인 기운을 얻고 간다. 그래서 오늘 이곳에 왔다.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기분 전환이 된다.



하지만 나는 돈을 벌어야 하는 사회인이다. 마냥 삶을 즐길 수만은 없다. 어느 정도 돈벌이가 되어야만 지금과 같은 생활을 계속할 수 있다. 프리랜서는 그러한 지속가능성에 있어 늘 위태로운 직업이다. 하루하루 성과를 내야 한다. 그 불안정성이 주는 불안을 극복해야 한다. 다행히 나는 낙관적인 편이라 미래에 대한 불안을 느껴본 적이 거의 없다. 분명히 잘 될 것이란 근거 없는 믿음을 오래 전부터 갖고 있었다. 그래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사실 그건 부모님의 덕택이다. 단 한 번도 집안 경제가 위태로운 적이 없다 보니 굶어 죽을 걱정이 내 뇌에 기록돼 있지 않다. 뭘 해도 먹고 살겠지, 건강만 하면 입에 풀칠은 하고 살겠지, 란 마음이다. 하지만 내가 만약 나중에 애를 낳았을 때 부모님처럼 나의 자식에게 경제적 안정을 누리게 해줄 수 있을까. 그건 나의 낙관적인 마음과 또 다른 문제이다. 왜냐하면 애를 키우는 건 굶어 죽지 않을 정도의 경제적 수준으론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벌이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길은 그것과 거리가 멀다. 물론 나는 돈을 많이 벌 것이다. 하루빨리 경제적으로 성공해 부모님께 효도할 것이다. 그리고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을 것이다. 평소 결혼에 크게 생각없다 말하지만 사실은 경제적인 문제만 해결되면 당장 결혼하고 싶을 만큼 결혼에 간절한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그게 어느 정도 수준을 말하는 것일까. 월 얼마 정도는 벌어야 내가 만족할 만큼의, 결혼을 결심할 만큼의 수준이 되는 것일까. 욕심이야 끝이 없다. 그래도 세후 월 500 정도 벌면 기꺼이 결혼에 마음을 굳히지 않을까. 물론 그것도 그때 가봐야 한다. 그때 가서 그 이상을 부르짖을지 아무도 모른다. 아무튼 나는 돈을 많이 벌고 싶다. 내 노동력이 아닌 전문 능력으로. 나의 기술이 아닌 지혜로. 나란 사람 자체가 브랜드가 되어. 나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역시 나 자신의 가치를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해선 유튜브를 해야 하는 것일까. 나의 브랜딩 기술을 제대로 적용하기 위해선 유튜브가 답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없다. 그 모든 것들을 다 할 여력이 되지 않는다. 시간은 한정돼 있고 내 몸은 하나다. 지금 블로그만 해도 벅찬데. 거기에 인스타그램, 네이버 카페, 브런치까지 운영하고 있으니 다 신경 쓰려면 하루 24시간이 늘 부족하다. 물론 시간을 좀더 효율적으로 쓴다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다. 내 몸을 갉아 먹으면서까지 하고 싶지 않다. 나는 내가 소화할 수 있을 만큼의 수준에서 그저 최선을 다하고 싶다. 지금도 충분히 열심히 살고 있다. 여기에 일을 더 추가한다고 해서 능률이나 성과가 더 나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조금 느리더라도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걷고 싶다.



그래도 어쨌든 유튜브는 해야 한다. 나의 브랜딩 기술을 새롭게 시험할 대상이 필요하다. 나의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 최대한 시간을 덜 들이는 방향으로 콘텐츠를 고민해야겠다. 지속가능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오늘 글은 다짐으로 가득차 있다. 일 관련해 생각하다 보면 보통 그렇다. 자신감에 차 있는 만큼 성과가 받쳐줘야 할 텐데. 항상 자신감에 비해서 성과가 미약하다.



-21.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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